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며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라 한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행사가 열렸지만 가장 기저에는 장애인을 향한 가족 같은 사랑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여기 장애인을 가족 같이 여기며 오랜 세월 함께 해온 봉사단이 있다. 2000년대 초 창립된 이래 지금까지 근 20년 가까이 이어온 ‘파람이가족봉사단(단장 서강민)’을 소개한다.
장애인과 1대1 가족결연 맺어
파람이가족봉사단은 2002년 당시 파주의 마스코트인 파람이의 이름을 본따 만든 가족봉사단이다. 임진강과 한강의 풍부한 수자원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푸르른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바람이 ‘파람이’라는 이름 속에 담겨 있다고 한다. 이름 만큼이나 오래된 파람이가족봉사단은 올해로 18년차된 봉사단으로 파주 지역의 장애인 교육 시설에 다니는 장애인들과 자원봉사가족이 결연을 맺어 활동하는 모임이다.
경증 지적장애인들과 오랜 세월 함께 만나
파람이가족봉사단은 시설에 다니는 장애인 1인과 1가족이 결연을 맺고 계절별로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는 모임이다. 장애인 중에서도 바깥 활동이 가능한 경증 지적장애인들을 선발해 봉사자 가족과 결연을 맺는다고 한다. 가없이좋은곳 아름다운우리 주보라의집 주림동산 교남시냇가 어유지동산 등의 시설에 다니는 장애인들이 봉사단의 짝궁이 됐다. 과거에는 파주시자원봉사센터가 중심이 돼 1년에 두 차례 공식행사를 마련했고 월 1~2회 정도 자율활동을 했다. 파람이가족봉사단의 활동이 안정화 단계에 이르자 2015년부터 자원봉사센터에서 독립해 동호회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파람이가족봉사단은 창립 당시 30가족으로 시작했는데 도중에 봉사자 가족이나 장애인의 개인적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탈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재 21가족 83명이 21명의 장애우와 함께 하고 있다.
계절별로 다채로운 가족 나들이 함께 해
파람이가족봉사단의 1년 활동은 5월 가족의 달을 맞아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이날 전체 단원이 모여 발대식을 갖고 공원이나 농장과 같은 넓은 공간을 빌려 재미있는 야외활동을 한다. 휴가철인 8월에는 여름 학교를 열어 수련원이나 펜션 등 물놀이가 가능한 곳에서 여름철 피서를 함께 즐긴다. 가을이 되면 독서의 계절인 만큼 9월에 별난독서캠핑장에서 캠핑을 하고 10월에는 문화행사가 많이 열리는 만큼 영화 관람이나 미술관 관람, 전통 시장 방문 등 문화 활동을 한다.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무렵 장애인을 가정으로 초대해 1박 2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정체험을 한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은 모임
파람이가족봉사단과 함께 하는 장애인들은 비록 성인 연령대지만 지적능력은 5~6세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서강민 단장은 “5~6세의 아이들은 재밌고 신나는 일이 있으면 해맑게 좋아하고, 안 좋은 일을 겪으면 속상해할 줄도 압니다. 그런 아이와 같은 천진한 마음을 이해하며 보살펴주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던가. 오랜 세월 가족과 같이 대하며 정을 나누는 과정에서 파람이가족봉사단의 아이들이 훌쩍 자라났다. 서 단장은 “처음에는 자신만 알던 아이들이 점차 외향적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알게 됩니다. 가족봉사단 행사가 계획되면 그 속에서 자신의 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실천합니다. 봉사를 하는 입장이지만 실은 저희가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서강민 단장
저는 서울 신림동에서 파주로 이사오면서 지역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파주시자원봉사센터를 찾았습니다.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외동딸이 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이의 사교성을 키워보고자 봉사를 시작했고 실제로 매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대학교 4학년인데 그동안 수화교실에서 수화를 배워 수화통역을 하고 있고 향후 진로를 사회복지사로 잡았습니다. 저희 모임의 생명은 지속성입니다. 간혹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결연이 끊어지면 남은 장애우 친구들이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자녀가 어리고 여유 시간이 많은 가족들에게 이 모임을 추천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신규 가족회원은 1년에 1팀 정도 오시는데 대부분 지인을 통해 추천을 받고 한해 동안 활동을 해본 뒤 계속할지를 결정합니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 단원들은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결혼시킨 뒤에도 파람이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족 같은 봉사모임입니다.
동근용∙백희순씨 가족(동그라미/동산)
큰아이 동그라미 두 살, 작은아이 동산이가 뱃속에 있을 때 시작한 파람이가족봉사단이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했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 시작한 거라 주변에서 왜 봉사활동을 하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장애인이 우리랑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지금은 동그라미와 동산이가 언니, 오빠들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하는 청소년이 됐어요. 아직까지 장애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정확한 매뉴얼은 없지만 마음을 열고 가족처럼 대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가족들이 장애인을 위해 봉사단체로 모여 수십 년씩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늘 뿌듯합니다. 파람이가족봉사단은 늘 열려 있고 누구든 진정한 봉사를 원하신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박경훈∙이수정씨 가족(박하영/박하은/박하준)
어린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파람이가족봉사단을 시작했고 2015년부터 강옥자님과 가족결연을 맺게 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활동하기 전에는 ‘내가 이 분들을 위해서 뭔가를 도와주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첫 모임에 나갔는데 처음 만난 그날부터 저의 생각은 산산이 깨졌습니다. 처음 만난 강옥자님의 너무도 밝고 순수한 모습은 사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지쳐 있던 제 가슴에 행복을 주는 시간이었어요. ‘내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움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한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파람이봉사단 활동은 봉사라기 보다 늘 저에게 힐링을 주는 시간입니다. 저희 넷째 딸로 가족결연을 맺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로 지금처럼 오래오래 건강하게 옆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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