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 박남희 시인의 ‘행복한 시창작 과정’]
시를 잊은 그대에게 보내는 어느 시인의 초대장
고양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남희 시인은 왕성한 시작(詩作) 활동 못지않게 시 창작 교실을 통한 신예 양성에도 열정을 쏟는다. 인문학 열풍이 거센 와중에 ‘인문학의 기본은 시’라며 늦깎이 문학도들의 자상한 조력자로 나섰다. 박남희 시인이 보낸 초대장에 반갑게 응답한 시인 지망생들의 행복한 시 창작 이야기를 들어보자.
고양시 토박이 시인의 ‘행복한 시(詩)교실’
원당에서 태어난 박남희 시인은 고양시 토박이 시인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를 공부하고 등단했으며 고양시를 소재로 한 시도 다수 발표했다.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신평리에서’는 1990년 고양시의 물난리를 소재로 수재민의 아픔을 향한 애끓는 마음을 담아낸 작품이다. 올해 초 고양시작가회의 회장으로 취임한 박 시인은 시집 준비와 시 창작 강의로 어느 때보다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박 시인은 “소외된 이웃과 존재감 없는 것에 대한 관심이 내 시의 기본 모티브”라며 “시가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시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로 시인이 되려고 열망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시창작 교실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박남희 시인은 2015년부터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 일산캠퍼스 ‘행복한 시창작 과정(금 10:30~13:30)’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시립대 평생교육원과 서울 강남에서도 시 수업을 하고 있다.
열정과 애정담은 시 강의, 신춘문예 당선으로 이어져
“처음에는 어려워하던 분들이 제 수업으로 용기를 얻어 자작시를 쓰고, 그것이 좋은 성과를 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실제로 강의 수강생 중 최근 3년간 권성은, 조성국, 한경선, 임은주 시인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이제 명실상부 신춘문예 당선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행복한 시창작 과정’. 특별한 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업은 기성 시인들의 좋은 시를 읽으며 차츰 시를 읽어내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돕니다”며 “수강생들이 써온 시를 합평하면서 무엇보다 시창작은 고통도 따르지만, 물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감을 선사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려고 노력한다”고 답변했다. 박 시인의 수준 높은 강의와 따뜻한 격려가 좋아 멀리 거제도에서 수업을 들으러 오는 배은숙 수강생은 “박 시인은 당신의 언어가 아닌, 제 언어로 시를 퇴고하고 다시금 쓰게 하는 문학적 소양을 길러준다”며 “정확하고 예리하게 시의 환부를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통찰력을 지닌 분”이라고 평가했다.
박남희 시인의 시 강좌는 시를 써본 적이 없는 수강생 대상의 기초반과 신춘문예나 유수한 문예지 등단을 원하는 전문가 과정반을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 평생교육원 강좌 외에 화요일 저녁 ‘일산시반’을 운영 중이며, 5인 이상 시 수업을 요청하면 새롭게 시창작 교실을 개설할 수 있다. 시 수업 문의는 010-6364-8851로 하면 된다.
야카모즈*
박남희
하늘에 떠 있는 달보다
물 속에 비친 달빛이 더 아름답다
흔들리기 때문이다
물 속의 달빛을 바라보는 건
제 마음을 흔드는 일이다
사랑하는 일보다
물 위의 달보다도
물 속의 달빛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이미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이다
이미 사랑에 빠진 눈으로 보면
하늘에 떠 있는 달도
물 속에 비친 달빛처럼 출렁인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이미 물 속에 있다
사랑은 또렷한 세계를 지나
출렁이는 세계에 이르는 것이다
출렁이는 물의 거울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 ‘물 속에 비친 달빛’이라는 터키어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뽑힌바 있다.
<미니 인터뷰>
권성은 시인(2017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9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최종예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시를 등지고 시민운동에 매진하던 중 통일시인 이기형 선생님의 ‘시인은 시대를 외면하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다시 시 창작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시 창작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려 깊게 챙겨주신 박남희 시인 덕분에 좋은 시를 쓰게 됐어요. 시인은 모든 물질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며 소통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를 쓰면 쓸수록 시작(詩作)은 궁극적으로 나를 가꾸고 살찌우는 작업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한경선 시인(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본래 소설을 썼는데 지금 인생 후반부에 접어든 저에게 시는 위로이자 구원입니다. 한 행 한 행 내 마음을 담은 시를 완성했을 때의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후회와 그리움으로 몸서리 칠 때, 시를 쓰면서 큰 위로를 받고 죄스런 마음을 치유한 경험도 있지요. 삶과 시는 별개가 아니라는 생각에 많은 이의 마음에 감동을 전하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임은주 시인(2019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신춘문예 후보에만 오르고 연이은 낙선으로 좌절하던 저에게 박 시인께서는 ‘조금만 가면 종착역’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힘을 심어주셨어요. 저에게 시는 선택이 아닌 피난처였습니다. 또한 삶의 진솔한 경험이 묻어나는 글이 독자에게 공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애써 꾸미지 않고 제가 살아온 삶과 가족, 이웃을 따스한 언어로 시 안에 녹여내고 싶어요.
김혜영 리포터 besyc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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