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날 오후, 멀리서 들러오는 음악소리에 이끌리듯 걸음을 재촉했다. 서둘러 도착한 곳에서 만난 ‘분당 벨칸토 여성합창단’의 첫 인상은 서로의 소리를 맞추기 위해 피아노와 지휘자의 손끝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는 열정어린 모습이었다. 여성들이 지닌 곱고 높은 음색이 어우러진 합창을 생각했던 탓일까? 온 마음으로 서로가 가진 각양각색의 소리들을 한 데 모아 때로는 힘 있고 때로는 고운 소리들로 연습실 안에 울려 퍼지는 그들의 소리는 시간을 잊고 한참을 귀 기울이고 있었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아마추어 합창단이지만 열정은 프로 못지않아
지난해 10회 정기공연을 마친 ‘분당 벨칸토 여성합창단’의 실력은 수준급이다. 매주 목요일 11시부터 3시간이나 진행되는 연습시간에도 잠시도 한눈팔지 않을 정도로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 단원들의 열정은 프로 못지않다.
퇴임 후 좋아하던 합창을 시작하게 됐다는 이경혜씨(72세ㆍ분당 구미동)는 “근심 걱정을 잊고 영혼과 감성이 순화되는 시간이에요. 또한 합창이라고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진달래꽃’처럼 우리가 알고 있었던 문학을 음악으로 동시에 음미해 볼 수 있어서 더욱 영광스러운 시간이기도 하지요”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합창의 장점을 소개한다. 서울이 거주지지만 매주 연습에 참가한다는 허만림씨(66세ㆍ서울 광진구)는 “이 시간은 일주일 중에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이에요. 함께 노래부르다보면 정서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 건강에 참 좋답니다”라고 거들었다.
단장을 맡고 있는 윤숙현씨(64세ㆍ서울 광진구) 또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여 하나의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열정 없이는 어렵다며 단원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자랑했다. 성악을 전공했던 임영신씨(62세ㆍ용인 수지)도 즐겁게 연습하며 한곡한곡 소리를 완성하는 단원들의 열정은 전공자 못지않다고 덧붙였다.
음악을 사랑한다면 음치도 문제없다
이곳에 참여하기 전에는 음치였다고 수줍게 고백한 윤숙현 단장은 처음엔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해 많은 지적을 당했었다고 회상하며 매주 연습을 거듭한 지금은 어떤 사람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다고 웃음 가득한 얼굴로 털어놨다. 허만림씨 또한 예전에는 노래 실력 때문에 성가대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할 정도였지만 단원으로 활동한 지금은 성가대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재금씨(49세ㆍ성남 위례)는 “시간 내어 매주 연습에 참여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다보면 3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가버립니다”라며 노래 실력을 생각하기 보다는 노래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지휘자 또한 “40년 넘게 여러 합창단을 지휘했지만 노래는 소리 나는 길이 있어 배우면 누구나 잘 할 수 있어요. 합창은 노래 실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래 부르기를 즐겨한다면 누구나 환영합니다”라는 말로 용기를 불러일으켜 주었다.
노래로 즐거운 시간, 내게 주는 소중한 선물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얼굴에 시술(?)을 받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단원들.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하다 보니 행복감이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나 얼굴이 빛난다며 활짝 웃는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이신화씨는 (57세ㆍ용인 마북동) “아이들이 모두 예능계열을 전공했기 때문에 합창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합창을 하겠다고 처음 말했을 때는 얼마나 오래 합창에 참여할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 역력했어요. 하지만 제가 열심히 연습에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고 자랑스러워 해주는 것은 물론 저의 노력한 시간을 인정해주더라고요”라며 열심히 연습하고 오른 공연은 스스로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고 전했다. 조현경씨(50세ㆍ분당 서현동)는 개인 사정으로 잠시 쉬었다가 일주일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힘을 주는 시간이 그리워 다시 이곳을 다시 찾았다며 합창의 소중함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서로에게 집중하며 최상의 음악을 연주하는 ‘분당 벨칸토 여성합창단’은 정기 연주회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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