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여자고등학교는 1989년 개교 이래 지속적으로 진학 실적을 향상시키며 우리 지역 여고 최고의 명문이 되었다. 또한 남고 중에는 대진고등학교(교장 박승억)의 대입 결과가 매년 가장 뛰어나다. 대진고 교감으로 입시 지도를 총괄하던 조영동 교사가 대진여고 교장으로 영전해 3월 6일 취임식을 가졌다. 5대 임관철 교장에 이어 새로이 사령탑을 맡게 된 조영동 교장을 만나 교육철학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 18년간 고3 담임을 하셨는데, 특별한 진학지도 노하우가 있다면?
“진학지도는 대학의 커트라인을 잘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교 3년이 지나면 대학에 반드시 입학해야 하고 졸업하면 바로 취업을 해야 한다는 이런 관습화된 패턴에 굳이 맞춰야 하는 시대는 갔다고 봅니다. 이제 100세는 기본인데 꿈을 위해 한 해 더 공부를 할 수도 있고, 두 해 더 노력할 수도 있는 것, 제일 나쁜 것은 희망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2009년 대진고에 과학중점학급이 개설되었고 제가 첫 담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첫날 학생들에게 우리 반에서 몇 명이나 서울대를 갈 것 같냐고 물었더니 1명 정도 갈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4명을 합격시킨다고 했습니다. 1명 간다면 2등과 3등은 연·고대, 4등은 중·경·외·시 간다는 것인데 4명이 서울대 가면 5등과 6등이 연·고대 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과는 3명이 합격했고 재수까지 포함해 우리 반에서만 총 5명이 들어갔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은 희망이 있다고 하면 열심히 합니다. 안될 것 같을 때 방황하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최고의 진학지도는 희망의 근거를 찾아주는 것입니다. 너는 특별히 수학을 잘하니까, 너는 비교과가 훌륭하니까 등 가능한 논리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저의 진학 노하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 역시 남다를 것 같은데요.
“‘가능성은 무한하다’라고 해야 할까요? 2019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기준 서울대가 391점, 고려대 390점, 중앙대 387점, 서울과기대 372점이 합격선입니다. 서울대부터 과기대까지 4문제 정도 차이밖에 없다는 것이죠. 꿈을 크게 갖고 노력하다 보면 가능성이 무한한 나이인데 스스로가 안일한 선택을 하는 것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과학의 Ⅱ과목을 듣기를 권합니다. 서울대 합격선이 나왔는데 Ⅱ과목 선택을 안 해서 못가는 경우가 없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정도면 괜찮아’, ‘너는 여기까지야’가 아니라 ‘조금만 더해보자’, ‘너는 가능해’라고 늘 말해줍니다. 춤 잘 추기로 유명했던 한 학생이 저한테 ‘선생님, 저 서울에 있는 중위권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라고 묻더라고요. ‘서울대도 갈 수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그 뒤로 진짜 열심히 공부하더니 연세대에 합격했습니다. Ⅱ과목을 들었다면 서울대 갔을 점수였습니다. 올해 고1 학생들이 보게 되는 2022학년도부터는 고교학점제가 본격화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지만 점수 때문에, 혹은 등급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한다면 미련이 남을 것입니다. 아무리 높아보여도 그 곳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잠재력은 무한대니까요.“
▶ 여고에서 특별히 이루고 싶은 포부가 있으신지요?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더 행복하면서도 자기가 소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합니다. 요리사든 작곡가든 학자든 어떤 미래도 지지할 것입니다.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제 이야기를 해주고 싶네요. 저도 선생님을 꿈꿨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생활을 위해서 결정했고 하려면 열심히 하자,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몇 년 전부터는 세계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로서 살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현재에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충실히 살다보면 꿈은 대학가서 생길수도 있고 더 나이가 들어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현실을 무시하고 꿈을 찾느라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아무 목표가 없다면 우선 가장 사용 빈도가 높거나 앞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많은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외국어는 보편적으로 필요성이 높으니 영어나 일본어를 해보는 것도 좋고 그것도 싫다면 독서라도 꾸준히 하면 좋겠습니다. 장정일 작가는 오랜 독서의 힘으로 문필가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100권 목록에 권당 200원이었던 삼중당 문고를 계속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 학생들이 아직은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꿈을 찾아가는 긴 여정 중에 구체적이고 뚜렷한 출발점을 만들어주는 것이 선생님과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 노원·도봉 지역 학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1학년 담임을 할 때 한 학생의 아버님이 상담을 오셨습니다. 대기업 임원으로 무척 바쁘지만 아이가 시험을 볼 때는 같이 밤을 새고 출근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충격이었습니다. 그 뒤 의대에 진학하는 그 학생을 보면서 아버지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아버지 상담주간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의 정보력도 중요하지만 아빠의 관심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이가 무엇을 잘했을 때 엄마나 아빠한테 자랑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무엇을 배우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면서 아이들의 흥미도 덜하게 됩니다. 수학, 과학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고, 국어는 어디가 어려운지, 힘들 땐 무엇이 힘든지 같이 대화할 수 있는 정도의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의 공동작품입니다. 한쪽만 일방으로 잘해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최선을 다하고 부모님들은 가정에서 따뜻한 지원을 해 주시면 우리 아이들 모두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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