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 하만영
A씨(남, 68세)는 2003년 사실혼 관계에 있는 B씨에게 자신이 소유한 목장의 지분 절반을 증여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A씨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지 않고 있다가 2011년 4월 목장을 담보로 은행에서 4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이에 B씨는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줄 의무가 있는 A씨가 부동산에 3자 명의로 저당권을 설정해줘 대출액의 절반인 2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로 처벌될까?
이에 대하여 1심과 2심은 "증여계약에 따라 A씨가 B씨에게 소유권을 이전해줘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됐더라도 이는 A씨의 '자기 사무'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형사3부)의 판단은 달랐다.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대법원은 "서면으로 부동산을 증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부동산 소유권을 넘길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이 경우 증여자는 배임죄에서 규정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증여자가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수증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서면으로 증여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증여자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는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등기를 마쳤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 2017도4027 전원합의체판결). 이러한 법리는 서면으로 증여 의사표시를 한 증여자가 이중으로 처분한 사안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구두에 의한 증여계약은 임의해지가 가능하므로(민법 제555조) 서면으로 증여계약한 경우와 결론을 달리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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