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백석동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태국 음식점 ‘카오짜이’는 오픈 몇 달 만에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한국인과 태국인 모두 많이 찾는 일산 태국 음식점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집이다. 이렇게 된 데엔 이곳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태국인 셰프 폿폰 추워이추웡씨의 공이 크다.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를 보면 환호성을 올리고 주방에서 노래하고 춤도 추며 신나게 일한다는 폿폰씨를 만났다.
통역 카오짜이 직원 쁘란차리씨, 최성준 대표
태국 맛의 고장에서 대대로 이어받은 손맛
폿폰 추워이추웡(53)씨는 카오짜이 최성준 대표에게 현지에서 스카우트돼 한국에 오게 됐다. 태국 여행 중 들른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다 음식 맛에 반해버린 최 대표가 지난해 말 백석동에 태국 음식점을 내면서 그곳 오너이자 주방장이었던 폿폰씨를 초빙한 것. 그녀는 당시 가족들과 운영하던 레스토랑에서 5년째 주방을 책임지고 있었지만 별 망설임 없이 스카우트 제안을 수락했다.
“평소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팬으로 한국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기도 했고, 아이들은 모두 결혼했거나 대학을 졸업해 자유의 몸이었기 때문에 거칠 것이 없었어요. 한국에서 일할 생각에 너무너무 신이 났죠.”(웃음)
폿폰씨는 태국 북동부 ‘이산’ 지방 출신. 이산 지방은 태국에서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으로 최 대표의 표현에 의하면 “한마디로 ‘태국의 전라도’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이산 지방에서 태어난 폿폰씨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해준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먹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맛을 익히고,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았다.
폿폰씨는 최 대표가 개업 준비를 할 때부터 한국에 방문해 메뉴 설정과 레시피 전수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을 줬다. 최 대표와 함께 한국에 있는 유명 태국 음식점을 모두 방문해 맛도 보고 다녔다. 당시 “어떤가? 이 정도로 할 자신 있는가” 라는 최 대표의 물음에 폿폰씨는 단호하게 “물론, 아니 나는 이곳들보다 훨씬 맛있는 태국 음식을 선보일 자신 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옆에서 최 대표의 말을 듣고 있던 폿폰씨는 수줍게 웃으며 “한국의 타이 레스토랑은 대부분 정통 태국 음식을 선보이고 있지 않아요. 베트남 음식과 혼합돼 있는 퓨전 음식이거나, 한국 사람들 입맛에 너무 맞춰져 있는 음식을 내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사람들에게 진짜 태국 음식의 맛, 태국 엄마 손맛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태국에서 공수해온 식재료로 소스부터 모두 직접 만들어
폿폰씨가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진짜 태국의 맛’은 무척 많다. 그중 그가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얌운센’. 새콤달콤매콤한 태국 당면 샐러드 얌운센의 ‘얌’은 ‘섞다, 비비다’, ‘운센’은 ‘당면’을 뜻하는 말로 태국의 다양한 샐러드 요리 중 하나다.
“한국의 태국 음식점 중 많은 곳에서 얌운센을 내고 있었지만 태국 고추나 양파로 만든 소스를 사용한 얌운센은 맛보기 힘들었어요. 진짜(오리지널) 태국 음식이라고 할 수 없었죠. 소스 맛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태국 현지에서 생산한 식재료들로 얌소스를 만들어 샐러드를 버무려 냈습니다.”
카오짜이에서는 거의 모든 식재료를 태국에서 공수해온다. 고추와 바질, 고수에 양파까지 태국 현지에서 생산한 것을 들여와 사용한다. 특히 소스는 태국 음식 맛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폿폰씨가 직접 만든 소스는 대인기를 끌었고, 얌소스와 쏨땀 소스 등 각종 소스를 판매하라는 손님들의 요구로 가게에서 팔기 시작, 이후 수요가 많아져 카오짜이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판매까지 하게 됐다. 한국에서 된장 고추장 맛을 할머니와 엄마한테 이어받듯이 폿폰씨의 소스 맛은 할머니에게 배운 것, ‘진짜 태국 엄마 손맛’은 바로 이 소스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얌운센 외에도 그녀는 팟타이, 똠얌꿍, 뿌님팟퐁카리, 카오팟카파오무쌉 등 자신 있고, 소개하고 싶은 요리가 너무 많단다. 쌀국수 볶음요리인 ‘팟타이’는 한국에서도 대중화돼 ‘태국의 흔한 국수볶음 아냐?’ 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 “팟타이 맛을 좌우하는 것은 면을 볶는 테크닉과 불 조절입니다. 소스가 면에 깊이 스며들도록 하면서 면과 다른 재료들 모두 골고루 타지 않게 잘 익도록 볶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폿폰씨의 설명이 끝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최 대표는 “그러려면 테크닉이 고도로 숙련돼야 가능하다. 누님(최 대표는 폿폰씨를 누님이라 부른다)은 그 기술이 몸에 완전히 익어 누님이 만든 팟타이를 맛보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부터 우리 직원들 모두 누님에게 그 기술을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똠얌꿍’은 깊은 국물 맛을 내기 위해 직접 우려낸 닭육수를 사용한다. “인스턴트 파우더나 냉동제품으로 만든 육수로 끓인 똠얌꿍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고. 라임잎, 레몬그라스 등도 모두 태국 현지에서 들여온 것들을 넣어 요리한다.
카오짜이 홈페이지와 유튜브에는 폿폰씨의 요리강좌 동영상도 여럿 올라 있다. 그의 음식을 맛본 한국과 태국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하나씩 올리고 있다고. 동영상에서 폿폰씨는 방송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셰프처럼 카메라를 바라보며 능수능란하게 요리를 하며 요리법을 콕콕 집어 설명한다. 한글 자막이 곁들여져 한국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분들에게 제가 만든 맛있는 음식들 모두 맛보여드리고 싶어요”
현재 카오짜이 메뉴판에 올라 있는 요리는 80여 가지. 그런데 여기에 태국인 손님들이 개별 주문하는 음식까지 더하면 메뉴는 무한대로 늘어난다. 메뉴판에 없어도 해달라는 음식은 늘 흔쾌히 오케이하는 폿폰씨를 한국에 거주하는 태국인 손님들은 “엄마”라고 부르며 음식을 주문하고 그릇을 깨끗이 비운다. 말끔하게 비워진 접시를 보면 환호성을 지르며 주방에서 춤추고 노래도 하며 일을 한다는 폿폰씨. “음식 만드는 것을 정말 사랑한다”는 그는 지금 한없이 행복하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게 정말 행복해요. 일단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서 좋고(웃음), 한국분들에게 맛있는 태국 음식을 선보여드리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태국 교민분들이 제 음식을 드시고 그리운 고향의 맛, 엄마의 손맛(마마 푸드)이라고 해주실 때 너무너무 행복해요.
폿폰씨는 지금도 늘 메뉴 개발에 힘쓴다. 덕분에 카오짜이 메뉴판은 주기적으로 바뀌며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녀는 “한국 손님들은 메뉴판에 사진으로 소개된 요리 또는 많이 알려진 몇몇 음식만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다양한 태국 음식을 드셔보시길 권해요. 제가 만든 음식들 모두 맛있거든요(웃음). 그 음식들을 모두 다 맛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카오짜이 위치 일산동구 백석로71번길 44
문의 070-8858-8448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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