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19학년도 수능 국어, 어려운 시험이었나?

지역내일 2018-11-28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 언론에서는 평가원이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논지의 자극적인 기사를 연일 쏟아냈다. 그리고 그 칼끝은 수능 국어를 겨누고 있었다. 2019 수능 국어는 그렇게 어려운 시험이었을까?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국어영역’으로 바뀐 후 가장 낮은 1등급 커트라인(86점)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인문-과학 융합 지문에 딸려 있었던 31번 문제는 한눈에 보기에도 ‘이걸 고등학생들 보고 풀라고 출제한 거야?’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능 국어 분석 호들갑에 현혹되지 않기

우선 수능 국어 오답률 통계를 보자. 문제의 인문-과학 융합 지문이 27번부터 32번까지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오답률 1위가 31번(81.3%), 4위가 28번(67.5%), 5위가 29번(63.9%), 6위가 30번(61.7%)이다. 특히 오답률 1위는 5지 선다 문제에 대하여 모든 학생이 이른바 ‘찍기’를 했을 때나 나올 법한 결과가 나왔다. 결국 시험을 치르는 학생 중 이 지문을 ‘제대로’ 읽은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이번 수능 국어 점수 폭락 사태의 원인은 그냥 지문 하나가 난해했던 데에 있었을 뿐이다. 이와 유사한 상황은 지난 2018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때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이 89점이었는데, ‘DNS 스푸핑’을 다룬 기술 제재에 딸린 문제들이 대거 오답률 상위권에 올라 있었다. 역시 한 지문이 문제였다. 만약 인문-과학 융합 지문을 빼고 무난한 지문을 넣었다면, 예년과 마찬가지로 90점대 초반에 1등급 커트라인이 형성됐을 것이다. 만약 학생이 해당 지문을 완전히 포기하고 평범한 다른 문제들을 공을 들여 풀어서 다 맞혔다면, 100점–13점(융합 지문 6문항), 곧 87점으로 무려 1점이 남는 1등급이다. 언론과 사교육 장사꾼들의 호들갑에 놀아나지 말자.


현명하게 공부하자 - 평가원의 시각으로 작품 읽기

평가원은 2016학년도 수능 국어 이후 꾸준히 90점대 초반 커트라인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번처럼 특이한 지문 하나가 출제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의 실력은 공정하게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수능 시험 체제를 믿고 차분하게 공부하면 되는 것이다.  
화법 작문 영역은 성적이 좋은 친구들은 고2 때까지 해당 영역에서 거의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3에 접어들면 한두 개씩 틀리기 시작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신 유형 문제를 만나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된다. 시간 싸움인 수능 국어에서 화법 작문에 발목을 잡힐 수 있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다. 수능형의 화법 작문 문제들을 최대한 많이 풀어 훈련하는 것뿐이다. 기출 문제들을 최대한 많이 빠르게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문법 영역은 모두 5문항이다. 하지만 이번 수능에서도 당당히 오답률 7위권 안에 2문항이 올랐을 정도로 학생들이 항상 어려워하는 영역이다. 이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준비해야 한다. 먼저 평가원에서 기출을 통해 ‘인증’한 개념으로 공부해야 한다. 선생님이나 강사들의 자의적 해석은 그 설명이 아무리 그럴듯하다고 하더라도 수능 국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문제가 실제로 묻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한 예로, 이번에 문법 오답률 1위였던 15번 문제는 사전 활용하기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형용사의 활용형과 부사를 구분할 수 있는지를 물은 것이었다. 독서(비문학) 영역에서 중요한 것은 글의 ‘구조’이다. 수능 독서 지문은 오로지 문제를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으로만 쓰인 글이기에 상대를 설득하거나 상대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쓰인 일반적인 글과는 달리 ‘문제 출제용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는 다양한 지문을 읽고 그에 딸린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 수능 독서를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식으로 제재 별로 접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글의 ‘구조’를 읽는 눈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문학은 타 영역과 비교하여 EBS 연계율이 대단히 높다. 따라서 EBS 수능교재를 중심으로 작품을 정리하되, ‘평가원의 시각’에서 작품을 읽는 훈련을 해야 한다.  


스스로 냉정해지기

주변에서 하는 모든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일 뿐이다. 현혹되지 말고, 현명하게 공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냉정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올바른 길을 따라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르게 공부한 친구들이 여전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다. 흔들리지 말고 믿고 착실히 준비하자.


이정수 강사
목동사과나무학원 3관

문의 02-6258-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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