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호국어학원
이석호 원장
수능 1교시를 치른 학생들은 ‘멘붕’이 되었고, 언론들은 ‘국어 교사도 못 푸는 국어 문제’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낸다. 도대체 무엇이 국어 시험을 이토록 어렵게, 그리고 ‘국어답지’ 않은 문제가 넘쳐나게 만들었을까? 모두 알고는 있지만 이야기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 그것은 10년 이상 계속된 ‘EBS 수능연계 정책’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현재 국어영역 학습은, 모든 학생과 교사가 오직 ‘EBS 수능특강·수능완성’ 2종의 교재 수업에 명운을 건다. 적어도 고3 교실에서 교사의 연구와 노력이 빛나는 수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해력과 폭넓은 문학 감상 능력을 기르기 위해 이루어지던 수업이 EBS 지문 분석으로 바뀐 지 오래다. ‘수특’과 ‘수완’은 수능을 위해, 6평과 9평을 위해, 중간고사·기말고사를 위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진정한 ‘국정 교과서’가 되었다.
이 땅의 학습서 출판사들은 EBS 교재 출간만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생존을 위해 ‘EBS 총정리’니 ‘EBS 변형 문제집’이니 하는 교재를 만들어낸다. 또, 대치동 학원 강사들도, 인터넷 강의 업체들도, 심지어는 교복을 만들던 회사까지도 EBS 지문을 변형하여 만든 ‘□□□ 모의고사’라는 이름의 수능 모의고사 문제지를 쏟아낸다. 그리고 모두들 적중을 이야기한다.
공은 수능 출제진에게 넘어갔다. 정책 신뢰도를 위해서는 EBS 교재에 수록된 작품과 지문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시중에 쏟아져 나와 있는 수많은 변형 문제와 유사한 형태는 피해야만 한다. 그러면서도 변별력을 위해 적정한 난도를 유지하려면 결국, 문학보다는 비문학 독서 문제를 더 어렵게, 지문 구성을 점점 더 길고 복잡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BS 수능 연계가 없었던 과거 수능 언어영역 시험은, 이처럼 긴 지문과 복잡한 구성이 아니었어도 얼마든지 고난도 문제 출제가 가능했다. 범교과적 범위를 바탕으로 사고력과 독해력을 측정하는 문항을 출제했고, 학생들도 그렇게 공부하고, 교사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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