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영수학원최민우 원장
수능 당일 고3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간 학원자습실 한켠 게시판에 D-0이라는 표지를 잠시 지켜보던 필자는 이내 숫자를 0에서 364로 고쳐 달았다. 누군가의 마지막 승부의 날이 누군가에게는 신발끈을 더욱 동여매는 날이 되는 것이다.
2019학년도 수능이 끝났다. 불수능 같은 온갖 표현이 난무하지만 수능은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주요과목의 출제 경향을 살펴보면 작년 수능부터 올해 모의고사를 통해 넌지시 경고해온 신호를 이번 수능에 한꺼번에 펼쳐 보인 것이다.
‘국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지문을 읽고 파악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었다. 긴 지문, 난해한 구성으로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 글을 읽고 파악하며 요지를 간추릴 수 있는 독해능력을 보이라고 요구한다. 점차 축약된 정보만을 원하는 요사이 학생들의 읽는 습관에 치명적인 구성이라 보겠다. SNS에 올라오는 정리 요약된 글이 아닌 무엇이든 읽고 자기만의 생각으로 정리하는 지속적인 훈련이 있어야 한다.
‘수학’은 예상대로 학생들의 튼튼한 기본기를 물었다. 작년부터 느껴지는 수능의 기조는 유형 싸움에서의 탈피라고 할 수 있다. 평이해 보이는 문항에서 심도 있는 이해를 요구한다던가 또는 난해한 문항을 기본적인 이론으로 간단히 풀이해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런 형태를 보여준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2, 3점대 문항을 비틀어 이후 쉬운 4점 문항을 푸는데 부담을 느끼는 방식으로 학생의 이해도를 묻는다. 즉 탄탄한 기본지식이 서지 않으면 고득점을 노리기 힘들게 설계했다.
‘영어’는 절대평가의 함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난이도는 9월 모의고사의 수준이었지만 비유 표현의 의미를 묻는 신유형과 더불어 변별력을 앞세워 소위 1등급 성취자를 기존 상대 평가의 수준으로 낮추는 것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즉 절대평가라 하여 만만하고 소홀히 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님을 증명하였다.
기본, 기초에 충실한 공부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심화학습이 수능 고득점을 향한 왕도라는 것을 이번 수능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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