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약하고 기운이 떨어지면 ‘허약 체질’이라며 보약이나 보양식을 추천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흔히 몸에 좋다고 손꼽는 인삼, 홍삼, 녹용 등의 한약재가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체질에 따라, 혹은 그 사람이 앓고 있는 질환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몸에 맞는 한약재도 각기 다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사상체질로 분류해 ‘나에게 맞는 한약재’를 살펴봤다.
도움말 강남담온한의원 김정훈 원장, 서초함소아한의원 김한빛 원장
기본적인 체질은 네 가지로 분류하기
임상에서는 더 세분화해 한약과 침 치료
‘사상의학’을 창시한 조선 말기 의학자 이제마는 <동의수세보원>에서 인간의 체질을 심(心)을 제외하고 폐(肺)와 간(肝)의 대소와 비(脾)와 신(腎)의 대소(大小)를 기준으로 폐대간소한 사람을 태양인, 간대폐소한 사람을 태음인, 비대신소한 사람을 소양인, 신대비소한 사람을 소음인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이에 앞서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예를 들어 50도 온도라면 뜨거운가, 차가운가를 논할 때 70도 보다는 차갑고 30도 보다는 뜨거운 것처럼 체질도 이와 유사하다는 것이 한의사의 설명이다.
강남담온한의원 김정훈 원장은 “사상체질은 각 그룹에 따라 생리·병리적 현상의 특징이 있어서 그에 따른 한약과 침 치료를 하게 된다. 기본적인 체질은 네 가지로 구분하지만, 임상에서는 같은 폐대간소도 폐가 얼마나 크고 간이 얼마나 작은지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또, 생김은 소음인 같은데 생리 병리의 모습이 소양인이라면, 그 사람은 소음인이 아니라 소양인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용모사기와 성정이므로, 다음과 같은 특징과 구별법을 소개한다”고 먼저 밝혔다.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사상체질에서 과연 나는 어떤 체질일까?
그렇다면 자신의 체질은 어떻게 구별할까? 김정훈 원장은 태양인과 태음인의 특징과 구별법, 각 체질에 맞는 한약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태양인 & 태음인 특징과 체질 구별 방법
태양인 : 과단성이 있고 용과 같은 기상이 있다. 진취적이며 물러섬이 없고, 적극적이며 행동적이다. 뒷머리의 자세가 우뚝 선 모습이다. 배보다는 어깨가 발달해 있다. 발이 가볍게 움직인다. 말이 많고 성격이 급하며 예민한 편이다. 피부가 부드럽다. 가슴이 갑갑하고 토하기를 잘한다.
☞ 이런 한약재 bad VS good
태양인 약재를 뺀 다른 체질 한약재는 기본적으로 나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임상에서는 몸 상태에 따라서 변화를 줄 수 있다. 태양인에게 좋은 한약재는 교맥(메밀), 노근(갈대 뿌리), 모과, 송절(소나무 마디), 오가피, 민어, 포도근(머루의 뿌리) 등이다.
태음인 : 무겁고 점잖은 기상이 있다. 허리와 배가 크며 형세가 왕성하고, 대체로 배가 계란형이다. 행동이 느리다. 말이 적으며 말소리가 웅장하거나 굵다. 정직하고 고집이 세어 변동이 적다. 조금은 미련하고 우둔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대개 한곳에 머무르며 오락을 좋아하고 일하기를 싫어한다. 대체로 욕심이 많다. 피부가 두텁고 거칠다. 코끝이 두툼하고 모공이 큰 편이다.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린다.
☞ 이런 한약재 bad VS good
태음인 약재를 뺀 다른 체질 한약재는 기본적으로 나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임상에서는 몸 상태에 따라서 변화를 줄 수 있다.
태음인에게 좋은 한약재는 녹용, 용안육(단맛을 내는 한약재로 용안의 과실을 말린 것), 갈근(칡의 말린 뿌리), 맥문동(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뿌리의 생김새에서 따온 이름이다), 천문동(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하늘의 문을 열어주는 겨울 약초란 뜻이다), 연자육(연꽃의 씨로 종피를 벗겨 말린 약재), 의이인(율무), 건률(말린 밤), 길경(도라지를 말린 것), 오미자 등이다.
▶ 소양인 & 소음인 특징과 체질 구별 방법
서초함소아한의원 김한빛 원장은 소양인과 소음인의 특징과 구별법, 각 체질에 맞는 한약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소양인 : 상체(어깨 부위)가 발달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하체(골반, 엉덩이)가 덜 발달되어 있다. 순간적인 집중력은 좋으나 체력 소모도 빠르다. 외향적인 면이 많아서 리더십이 있고, 스타성도 있다. 대체로 호불호가 확실하며 뒤끝이 없다. 대개 소화 기능은 튼튼하고, 대변에 문제가 없다면 건강한 편이다.
☞ 이런 한약재 bad VS good
소양인은 따뜻한 성질인 닭고기 등을 주의해야 하고, 음식을 조리할 때도 맵거나 뜨거운 음식 혹은 자극성 있는 조미료가 많이 첨가된 음식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꿀이나 인삼 역시 좋지 않다.
소화기에 열이 많은 체질이므로 찬 성질의 돼지고기와 새우, 게, 가재, 굴, 해삼과 같은 해산물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오이, 배추, 참기름, 엿기름, 밀, 보리, 팥, 녹두 등도 도움이 된다. 소양인에게 좋은 한약재는 생지황, 숙지황, 백복령, 구기자, 산수유 등이다.
소음인 : 하체(골반, 엉덩이)가 발달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상체(어깨, 가슴)은 덜 발달되어 있다. 일의 원리가 이해되지 않으면 잘 못 넘어가는 성격이며, 끈기가 있다. 관심 없는 것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신 관심을 일단 두면 아주 깊게 파고드는 성격이다. 친구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깊게 사귀는 성향이 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면 꾹 참고 하며, 땀이 적고 소화기가 약한 편이다.
☞ 이런 한약재 bad VS good
돼지고기는 그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쉽게 냉해지는 소음인과는 어울리지 않으며, 메밀도 마찬가지이다. 날 것이나 냉한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비위 기능을 따뜻하게 해서 소화기를 튼튼하게 해주는 음식을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대추, 파, 마늘, 후추, 고추, 미나리 등이 있으며, 육류에서는 성질이 따뜻한 닭고기가 소음인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음인에게 좋은 한약재는 인삼, 녹용, 황기, 당귀, 감초 등이다.
Tip 체질에 따라 추천하는 한방차
- 태양인 : 오가피차, 모과차, 솔잎차, 다래차, 포도차 등w
- 태음인 : 오미자차, 갈근차, 의이인차(율무차), 연잎차, 마차, 매실차,
길경차(말린 도라지와 감초를 넣고 푹 달인 뒤 꿀을 타서 마시는 한방차) 등
- 소양인 : 영지차, 구기자차, 산수유차 등
- 소음인 : 인삼차, 감초차, 대추차, 생강차 등
고혈압과 당뇨 등 성인병 질환 있다면
꼭 알아야 할 한약재 상식
성인병이 있다면 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김정훈 원장은 네 가지 체질에 맞게 유의해야 할 점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먼저, 태양인은 스트레스에 특히 취약하며 신경계가 발달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통해서 정신을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몸을 움직여주면 진정되는 경향이 있다.
태음인은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먹는 욕심이 많은 편이라 살이 찌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살이 찌면서 생긴 고혈압 당뇨는 체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
소양인은 성격이 급하면서 잘 먹는 경향이 있고, 급한 만큼 화를 내기 쉽다. 홍삼을 먹으면서 고혈압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홍삼은 분명한 소음인 약이다. 산삼이나 백삼보다 약효를 약하게 만들어 바로 탈이 나진 않지만, 장기 복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소음인은 소화기계가 약한 편이므로 늘 음식과 기초체력에 신경 써야 한다. 소음인은 고혈압보다는 저혈압 경향이 있지만, 당뇨 질환이 올 수 있으므로 소식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열 많으면 인삼, 홍삼은 피해야 한다?
한약재에 대한 오해 바로 잡기
한약재에 대해 일반적으로 속설처럼 잘못 알려져 있는 것들이 있다. 김한빛 원장은 흔히 알려져 있는 한약재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기 위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인삼, 홍삼은 열 많은 사람은 NO?
인삼만 단독으로 다량 섭취하면 그럴 수 있지만, 실제 한약에는 한 가지 약재만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정 약재의 약성을 제어하는 약재와 보조하는 약재 등 각각의 역할이 다 다르고, 서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처방하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
몇 가지 약재가 간수치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그런 약재는 한의원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아울러 간수치를 낮추는 한약이 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녹용을 먹으면 살이 찐다? 머리가 나빠진다?
이는 근거 없는 속설이며, 전혀 그렇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 한의원에서는 연령과 체중, 몸 상태에 맞춰 약재 용량을 쓰기 때문에 안전하다.
한의사가 말하는 건강 Tip
“체질을 이야기 하면서 무엇을 먹을까를 생각하기 전에 내 체질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음식 등을 주의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내 체질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편식하면서, 건강을 해치는 행동을 한다면 이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체질 식단을 할 때도 그 안에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식이섬유, 기타 미네랄 등의 조화를 이루합니다. 하지만 체질 식단이라고 특정 음식만 먹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참고해서 체질 한약재들을 접하면 좋을 것입니다.”
_ 김정훈 원장(강남담온한의원)
“모든 한약재는 한의원에서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서 복용해야 합니다. 한의원이 아닌 약령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구입하는 한약재들은 약용이 아니라서 약효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중금속이나 잔류 농약 등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되어있지 않을 수 있으니 더 조심해야 합니다.”
_ 김한빛 원장(서초함소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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