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품을 교과서에 싣는 것을 반대합니다.”
작년 ‘알쓸신잡’에 출연했던 작가 김영하씨가 방송에서 한 말이다. 그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교과서는 소설을 통으로 싣는 게 아니라 단락을 잘라서 싣기 때문에 작품 전체를 감상할 수 없고 단편적인 부분만을 배우는 것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또한 문학 작품의 답을 찾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어 교육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문학은 자기만의 답을 찾기 위해서 보는 것이지 출제자가 숨겨놓은 주제를 찾는 보물찾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은 우리나라 국어 교육을 비판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등 국어 교육에서 문학 문제는 출제자가 숨겨놓은 보물찾기인 것이다.
문학은 감상이 아닌 분석
개인적으로 지금 고등학교 문학 문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문학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해서 출제자가 숨겨놓은 보물을 많이 찾는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게 현실이라는 말이다. 현재 고등학교 문학은 그래서 감상이 아닌 분석이다.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결국 고등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문학을 어떻게 분석하느냐이다. 답은 ‘틀’이다.
문학을 분석하는 법, ‘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출제자의 틀로 작품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연민’을 단순히 불쌍하고 안타까운 감정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험에는 그런 감정을 묻는 문제가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개인적인 감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결국 ‘연민’은 틀 속에서 분석해야 한다. 연민의 틀이란 어떤 대상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상황에서 부정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느껴지는 정서로 정리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잘못이 아닌 사회의 잘못, 즉 연민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쓰이는 것이다. ‘운수 좋은 날’에서의 김첨지의 비극적인 삶에서 느껴지는 연민의 정서는 결국 1920년대 일제강점기의 부정적인 시대 현실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정리하자면 작품 속 연민의 정서는 사회나 시대의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수능이나 내신 문제도 이 부분과 관련해서 출제된다.
국어를 잘하는 학생이란?
출제자가 숨겨놓은 보물을 잘 찾기 위해서는 문학을 분석하는 틀을 알아야 하고 그 틀로써 문학 작품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출제자의 틀로 분석을 잘하는 학생이 국어를 잘하는 학생이다.
목동 김종길국어학원
이창완 원장
010-9476-5342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