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시장 장세용)가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나섰다가 진보 보수 양측 시민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다. 또 구미시는 2020년 전국체전을 대비해 복합스포츠센터와 시립 볼링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가 실효성이 낮다는 여론에 당면했다.
구미시는 지난 4일 장세용 시장 취임 100일 맞아 민선7기 구미비전 시민보고회를 개최했다. 장 시장은 이 자리에서 중점추진 시책으로 구미변화 5+50 목표, 구미경제 10&10 달성, 구미재생 3×3 사업, 구미행정 4대 시민참여정책 등을 제안했지만 지역경제 불황을 타개할 만한 뚜렷한 해법은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시민주도 숙의제도인 ‘구미시 시민참여 공론화위원회’ 설치 운영을 발표하고 입법을 예고하면서 불거졌다.
시는 이와 관련 지난달 12일 ‘구미시 시민참여 공론화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입법 예고를 통해 ‘현안시책 추진 및 공공정책 수립 시 시민참여와 소통과정을 통하여 사회적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한 구미시 시민참여 공론화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시정 신뢰도 향상을 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미시는 “아직 조례도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론화위원회에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문제를 다룰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진보 보수 양측은 시가 공론화위원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 및 운영 문제를 내세울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박정희 역사자료관은 남유진 전 구미시장 재임 당시인 지난해 12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옆에 부지를 마련하고 190여억원을 들여 건립에 들어갔다. 보수단체인 ‘박정희 대통령 역사 지우기 반대 대책위원회’는 “구미시민은 어려운 지역 경제를 살리라고 집권여당의 장세용 시장을 선택한 것이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역사를 지우라고 뽑은 것이 아니다”라며 “장세용 구미시장은 새마을테마공원과 박정희 역사자료관 등을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론화위원회에 이 문제를 부쳐 백지화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진보 진영인 구미참여연대도 공론화위원회에 박정희 역사자료관 문제를 부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미참여연대는 “공론화위원회 설치는 환영하지만 첫 안건으로 ‘박정희 유물전시관’ 관련 문제를 공론화위원회로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구미시는 박정희 기념사업과 관련된 문제의 당사자이고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주체이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키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는 시민 사이의 갈등이 아닌 일방적 공사를 강행한 구미시와 시민의 갈등이므로 구미시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구미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한 해 수십억의 혈세가 사용되는 박정희 기념사업을 어떻게 줄일지 설명하고 전임시장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희 역사자료관 문제로 구미시가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복합스포츠센터와 시립볼링장 건립 계획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도 직면했다. 국비 65억원 도비 83억원 시비 96억원 등 총 244억원을 들여 건립하는 복합스포츠센터와 시립볼링장은 현 박정희 체육관 주차장 터 7300여㎡에 지하1층∼지상2층 규모로 건립할 예정이다.
구미참여연대는 “대규모 전국체육대회 개최 후에 시설 운영과 관련해 후유증을 앓는 다양한 사례를 볼 때 2020년 전국체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치러 시민들에게 재정적인 부담을 안겨주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런 측면에서 시립 볼링장의 규모가 적정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10여개의 사설볼링장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40레인 규모의 대규모 볼링장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설입지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현재 건립 추진 중인 부지는 이미 다양한 스포츠 시설이 들어서 있다. 시민의 복지를 고려하고 문화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차원이라면 인구유입은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다른 지역에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지난 4일 열린 민선7기 구미비전 시민보고회에서는 한 참석자가 최저 임금 실행 등으로 인해 어려워지고 있는 지역 경제 등에 대해 개인적인 소견을 가지고 질문을 했는데, 장세용 구미시장은 “그 관점을 저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장의 진행 상황에 따라서 대응할 것이다. 단정적이고 선입견적인 시각을 시장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참석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구미비전 시민보고회에 온 한 참석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든 틀리든 누구나 의견을 다양하게 피력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 대해 시장이라면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는 소통의 자세가 필요한데,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질문자에게 그렇게 말하면 면박을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 아니냐” 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전득렬 팀장 sakg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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