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 하만영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A씨(25세)는 손님으로 찾아온 유부남 B씨(42세)씨와 내연관계를 맺었다. 그러다 A씨는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합의하에 촬영해둔 자신들의 성관계 동영상 파일 중 한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어 B씨의 아내에게 전송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조 2항은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1심과 2심은 "A씨의 행위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그 의사에 반해 '제공'한 것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형사3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7도3443).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므로, 그 촬영물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가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서로 합의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다시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다른 사람에게 전송했더라도 이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형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합리적 해석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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