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책, 어떻게 읽어야 할까? 글, 어떻게 써야 할까?

지역내일 2018-07-19

문학을 읽을 때의 어려움

“개츠비는 오로지 초록색 불빛만을 믿었다. 그것은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는 가슴 벅찬 미래였다. 그 미래가 우리를 교묘히 피해간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팔을 뻗을 테니까... (중략)... 그렇게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결말부

“그래, 나 홀로 보았다면 반드시 그걸 증언할 책무가 있을 것이다. 그거야 말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다. 증언할 게 어찌 이 거대한 공허뿐이랴. 벌레의 시간도 증언해야지. 그래야 난 벌레를 벗어날 수가 있다.”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결말부

두 작품의 결말부를 읽어보자. 『위대한 개츠비』에서 서술자인 닉은 개츠비의 비극을 ‘우리’모두의 상황으로 이해하며, 그가 생전에 가졌던 초록색 불빛, 단순하고 순수한 희망이 결코 퇴색된 것, 허탈한 욕망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는 서술자이자 주인공이 한반도의 비극과 정체성의 고민을 어떻게 극복하고 미래를 다짐하는지 보잘 것 없는 ‘벌레’로 비유하여 말하고 있다.
문학작품 독해가 힘들 때는 이런 구절의 의미가 어려워질 때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리송한 상징물을 동원하여 난해하게 말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초록색 불빛, 물결을 거스르는 배, 벌레의 시간’등의 상징물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가능성, 긍정, 미래, 나아감, 작고 하찮은 것 등으로 의미를 연상할 수 있다. 또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그의 감정을 공감하게 되면 저러한 상징표현은 쉽게 이해된다.
문학은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 문학은 날것의 언어를 언어유희와 비유, 상징, 우회 등의 상상력으로 요리한다. 맛이 좋은지 충분히 알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씹어보고, 맛을 느끼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많이 읽으며 상상하고 공감해보라. 글 속 숨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게 되면 사고는 자연히 확장되고 익어간다. 


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글을 쓸 때 학생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처음에 어떻게 시작해요?” “마지막에 뭐라고 마무리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몇 년을 꾸준히 훈련해도 학생들은 여전히 어렵다고 말한다.
글을 시작할 때는 자기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독후감을 쓸 때, 시작이 어려운 이유는 ‘잘 쓰고 싶음’ 혹은 ‘두려움’ 때문이다. 말로는 쉬운데, 흐름을 정리해야 하니 부담이 된다. 아래 학생 글을 읽어보자. 모두 박경리의 <불신시대>를 읽고 쓴 독후감 도입부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자로서 박경리의 삶이 파란만장하면서도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아들을 먼저 하늘로 보낸 그녀의 삶은 전형적인 전후 시대에 살았던 민중들의 삶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삶을 통해 당시 민족의 삶을 거울처럼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그것은 ‘불신시대’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불신시대>를 읽고, 고3 한○○

끔찍한 기분이었다. 너무도 외롭고 삭막한 느낌이었다. 중학생 때 나는 거의 중간, 기말시험 때마다 부모님들이 조를 나누어 시험 보조감독에 나선 모습을 씁쓸하게 지켜봤었다. 그때 당사자인 나로서는 늘 유쾌하지 못한 심정이었다. 부모님들은 자신들의 자식이 다른 학생들의 부정행위로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감독 참여를 요구하고, 학교 측은 성적 관리의 공정성을 위해 이를 반긴다. 그러나 시험지를 사이에 놓고, 어른들이 눈을 부라리고 감시할 때마다 나와 친구들은 불신의 벽에서 숨이 막힌다. -<불신시대>를 읽고, 고2 성○○
같은 책을 읽었는데, 글을 시작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 한○○학생은 박경리의 삶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러다 보니 작가의 삶과 작품을 연결지어 글을 시작했고, 성○○학생은 ‘불신’이라는 부정어를 현실에서 느낀 경험으로 ‘숨이 막힌다’며 과감하게 시작한다. 두 글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작품내용이나, 주제에 대한 강박과 두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평범하지만 거침없는 자신감, 자기 확신 때문에 문학이 아닌데도 호기심을 갖게 한다. 그런 점이 돋보였는지, 두 학생은 이 글로 모두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했다. 글의 시작은 자기생각의 출발선이다. 흔해빠진 책 줄거리 요약이나 하면서 흥미를 잃지 말고,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여는 연습으로 생각하고 책을 쥔다면 ‘글쓰기’는 좀 더 쉬워질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공감하려는 노력, 그것이 곧 자기생각이니까. 


일산 리드투리드 논술 원장 김다현(leadtoread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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