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논문에서 발표한 The 10,000 hours rule(1만 시간의 법칙)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투자할 경우 3년이 걸리는 시간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교적 모두가 공감하는 이론이다.
최근 학원가에 많이 생겨난 스터디카페는 바로 이런 자기연마의 시간을 판매하는 곳이다. 100시간, 300시간 등의 시간권을 구매하여 내가 목표한 속도와 내용으로 빈 시간 블록을 채워 나간다. 카페에 모여 함께 시간을 채워가는 친구들은 영원한 경쟁자이자 동반자이다. 동시대에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경쟁하는 것만큼 멋진 관계는 없다. Peer 그룹이 평생 중요한 이유다.
시간을 거슬러 가보면 카페 문화는 그 역사가 길다. 유럽의 카페는 지성인들이 아침부터 모여 조간을 읽고, 차나 와인을 마시며 글을 쓰거나 토론을 하는 지식 활동의 본거지였다. 사르트르는 파리 생제르망의 Caf de Flore를 집이라고 칭하며 수년간 머물렀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피카소, 헤밍웨이, 트루먼 카포테 등 문화예술계 거목들이 세기를 거쳐 가며 창작활동의 영감을 주고받은 장소였다. 세계적인 카공족 트렌드는 스타벅스가 미국식 편의성을 가미해 확산시켰을 뿐, 카페와 같은 오픈 스페이스에서 더 집중이 잘 되고 영감이 많이 떠오르는 것은 오랜 인간의 본성인 듯하다. 조용한 일요일 오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대치동 LOFT. Study cafe에는 미래의 사르트르, 피카소, 빌 게이츠가 함께 공부하고 있다.
다니던 일류대를 휴학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대학생, 새로운 목표를 세워 자격증에 도전하는 직장인,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사로 출강중인 젊은 교수님, 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구석자리를 선점하고 무시무시한 고3 형들과 엉덩이 싸움을 벌이는 기특한 중 1학생… 각자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열정으로 넓은 공간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밖은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초여름날, 이른 아침부터 카페에 모여 자기만의 시간 블록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다. 정성껏 쌓인 시간이 평생 내 삶의 든든한 주춧돌이 되어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배의 마음으로 후배들의 멋진 미래를 상상해본다.
김민희대표
로프트 스터디카페
문의 02-6205-4177, 010-2042-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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