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가슴통증을 심하게 느낀 김혜미(잠원동, 57세, 여)씨는 심장 이상을 의심하며 심장전문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개포동의 이상표(55세, 남)씨 역시 마른기침이 지속돼 호흡기 전문병원에서 호흡기 검사, 알레르기 검사 등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다행스럽게도 둘 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나왔다. 이처럼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역류성 식도염. 그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도움말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 강민수 참고자료
흔한 질병이 된 역류성 식도염
가슴 아래쪽이 타는 듯한 느낌을 영어로 ‘핫번(heartburn)’이라고 한다. 김혜미씨가 겪은 증상이다. 그런데 이는 정작 가슴과는 관련이 없다. ‘핫번’은 식도 끝의 근육이 어떤 이유에선지 적절히 닫히지 않을 때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위산이 역류해서 염증을 일으킨다. 또 우리가 마른기침을 하게 되면 이상표씨의 경우처럼 호흡기 질환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역류성 식도염의 또 다른 증상이 바로 마른기침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핫번’, 마른기침 등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강민수 내과 전공의는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이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경우 환자들이 심장병이나 폐질환을 의심하거나 아니면 감기 등으로 가볍게 여겨 약국에서 약을 사먹으며 스스로 치료를 하다가 결국에는 병원을 찾게 된다”고 전했다.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과 증상
엄밀하게는 위 속의 내용물이 역류되어 일어나는 불편한 증상 및 합병증을 모두 통틀어 위식도역류질환(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GERD)이라고 한다. 역류성 식도염(Reflux esophagitis)은 위식도역류질환에 의해서 염증이 생겼을 때를 지칭하는 말이다. 사람의 소화기관에는 음식물이 들어올 수는 있지만 거꾸로 역류할 수는 없도록 조절하는 괄약근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괄약근(하부식도괄약근, Lower esophageal sphincter, LES)의 기능이 저하됐을 경우 발생한다. 다만 이를 두고 항상 위액이 역류하고 있는 상태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으나, 실제로 대부분의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중간 중간 괄약근이 불필요하게 열리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발병한다. 즉, 강한 산성의 위액이 역류하면서 식도를 자극하기 때문에 가슴 부위부터 목까지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이로 인해 가슴이 답답함과 더불어 호흡곤란까지 올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통증(핫번)이 느껴지기도 한다.
식사 후 한동안 트림과 함께 음식물이 역류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 목 안이 간질간질해서 기침을 자주 한다거나 역류하는 분비물 때문에 양치질을 해도 입안에 찝찝한 기운이 계속 남아 묘한 구취가 나는 등 이래저래 괴롭다.
정상인도 위식도 역류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우가 과식 또는 과음 후 바로 잠자리에 들 때이다. 강민수 전공의는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칼칼하고 목소리가 쉬는 현상(hoarseness)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밤새 역류가 일어났기 때문이며 이런 생활이 지속되면 식도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어떤 치료약들이 있나?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는 크게 3가지 종류의 약물이 사용된다. 첫째는 ‘툼스(Tums)’로 미란타(Mylanta), 알카셀처(Alka-Seltzer) 등과 같은 제산제(antacid)이다. 효과는 빠르지만 일시적이고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둘째는 ‘잔탁’같은 히스타민-2 차단제(Histamine-2 blocker for heartburn and reflux)이다. 히스타민은 식후 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H2 차단제는 식전 30분경에 먹는 것이 좋다.
시판되고 있는 주요 히스타민-2 차단제는 Nizatidine(Axid), Famotidine(Pepcid), Cimetidine(Tagamet HB200), Ranitidine (Zantac) 등이 있다. 셋째는 위산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이다. 위산 분비 및 위의 기능적 용적을 줄여준다. 위산억제제는 식전에 먹는 것이 좋으며 현재 여러 종류가 시판되고 있는데 효능은 대동소이하다. 시판되고 있는 주요 위산억제제로는 Rabeprazole(Aciphex), Esomeprazole(Nexium), Lansoprazole (Prevacid), Omeprazole(Prilosec, Zegerid), Pantoprazole(Protonix), Dexlansoprazole(Dexilant) 등이 있다.
식단과 식습관 개선이 우선돼야
역류성 식도염이 걸렸을 경우에는 식습관 개선이 필수적이다. 우선 한 끼 식사량을 줄이고 소량을 5회에 걸쳐 먹고 음식물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잠자기 직전에는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누우면 중력에 따라 위산이 식도를 통해 목구멍으로 역류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침대 윗부분을 높여 잠잘 때 상반신을 하반신보다 높게 위치하게 만들면 위산 역류 방지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단순히 높은 베개를 사용하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 비만도 위산 역류와 연관성이 있으므로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또, 식단 개선도 필요하다. 피해야할 음식은 초콜릿, 레몬, 주스, 박하, 토마토, 마늘과 양파, 튀기거나 지방이 많은 음식, 매운 음식 등이다. 탄산수, 커피, 차, 주류(특히 레드와인) 등도 좋지 않다.
그러나 껌을 씹으면 침 분비를 촉진하여 위산을 중화시키므로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반면 흡연은 침 분비를 억제해서 위산 분비를 오히려 촉진시킨다. 이에 강민수 전공의는 “역류성 식도염의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음식을 가려 먹고 먹는 습관을 개선해야하며, 커피 양을 줄이고 금연을 실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Tip 주의사항
- 아플 때마다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비스테로이드계 진통소염제(NSAIDs)를 먹게 되면 위 점막의 위산에 대한 보호력을 약화시켜 오히려 다른 의미의 속쓰림(위가 아파서 생기는)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진통제가 꼭 필요한 경우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 복용을 중단하면 역류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이는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점 더 복용량을 늘리거나 강한 약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래도 증상이 완치되지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는 외과적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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