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온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않겠는가?’
동양고전의 으뜸인 ‘논어’에는 나이를 먹어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느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음직한 말들이 가득하다. 중앙도서관에서 5년째 진행되고 있는 재능나눔 프로젝트 ‘논어풀이 한자교실’이 올해도 어김없이 개강을 했다. 노년의 강사가 인생경험으로 고전의 지혜를 나누는 현장을 찾았다.
고전, 지혜를 일깨우다
논어를 배우는 첫 시간, 은발의 이강범 강사(73세)는 “고전은 지식 전달이 아닌 지혜를 가르쳐준다. 13종의 경서(經書) 중 으뜸인 ‘논어’는 어떤 사회든 어느 계층을 막론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논어의 첫 장 ‘學而(학이)’편에 나오는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의 뜻을 모르는 수강생은 없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수없이 반복했던 문장이지만 이 강사는 ‘때때로’, ‘때 맞춰’, ‘늘’ 등 한자 ‘時’의 쓰임에 대해 다각도로 설명하며,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어 실생활에 활용하는 지혜를 강조한다.
매년 상,하반기에 16주간 운영하는 논어 강좌는 그간 교재 ‘논어집주’를 두 번 훑었다. 논어를 중심으로 한자풀이, 문법, 독해 등을 수강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친다. 지난 학기에는 한자를 잘 몰라 논어를 어려워하는 수강생들을 위해 ‘한자2급 자격증반’을 따로 꾸렸다. 4개월 여 한자를 익힌 수강생 10여 명 중 7~8명이 시험을 보았고, 이들은 현재 합격여부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은발 노년의 열정, 學而時習之를 실천하다
오랜 시간 재능기부로 강단에 서는 어르신의 열정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이강범 강사는 한자지도사자격증 과정을 공부하던 학우들과 함께 관산초, 석호초 등 관내 학교에서 방과후교사로 한자를 가르친다. 11년 동안 한자를 가르치면서 최고과정인 한자·한문전문지도사 훈장특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필호 어르신은 “한자는 낱글자, 한문은 문장에 대한 공부입니다. 한자는 누구든지 가르칠 수 있지만 한문은 아무나 가르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라고 했고, 이정숙 어르신은 “논어뿐만 아니라 맹자, 중용, 대학 등 13경을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으로 역사적 배경까지 설명해주는 선생님이 참 존경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강사는 10년 이상 한자를 공부했지만 공대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방송통신대학 중어중문학과에 편입해 졸업하던 해 2014년 3월에 논어강좌를 시작했다고 한다.
논어강의 개설을 추천했던 강대봉 어르신은 “문장에 대한 설명에만 그치지 않고 문장 속에서 조사와 토씨에 따라 쓰임이 달라지는 문법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해줍니다. 논어 강의를 위해 문법책도 여러 권 탐독하고, 학자들이 근거로 주석을 달아놓은 책까지 공부한다”며 학이시습지를 실천하는 강사의 열정에 탄복했다.
따뜻한 세상으로 이끌다
논어의 실천덕목은 효이다. 이 강사는 “봉사든 기부든 내가 행복해야 한다. 나이 들어 하는 공부가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다. 논어를 내 것으로 만들고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면서 즐겁고 보람 있다”며 “인성과 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논어가 촛불이 되어 정의롭고 따뜻한 사회로 흘러가는 데 작은 불씨가 되기 바란다”며 어떤 공부든 갈고 닦는 데 그치지 않기를 당부했다.
도서관의 논어강좌가 명강의로 소문나면서 3월 6일부터는 본오동 ‘은빛둥지’에서도 강의를 시작했다. 논어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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