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년 여성의 빈둥지 신드롬

지역내일 2018-01-17

새중앙상담센터 심리상담연구소 행복나무
김희경 전문상담사


50세의 A씨가 우울증으로 상담실을 찾았다.
그녀는 둘째 아이까지 대학을 보내고 나서 한동안 홀가분하고 자유로웠다. 아침 일찍 아이를 깨워 밥을 먹여 학교를 보내야 하는 부담감도 줄고, 학원 스케줄을 꿰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체크하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한두 달은 자유롭다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우울하고 슬퍼졌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놓고 들어오기를 기다렸지만 감감 무소식이고, 남편은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어 예민해져 있다. 직장에 다니는 큰아이는 야근이다 모임이다 밖으로만 돌고, 어쩌다 얘기라도 할라치면 엄마도 이제 독립적으로 살라는 핀잔을 들었다. A씨는 인생이 허무해졌고,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 채 난파된 배처럼 비참해지고 우울해졌다. 

A씨의 증상은 이 시기의 여성들이 흔하게 경험하는 ‘빈둥지 신드롬’이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 새가 ‘둥지’를 떠나듯 독립하면 부모의 중대한 양육업무가 일단 마무리되면서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고, 이 때 허탈감, 상실감, 우울증, 의미나 목적 상실, 거부 감정이나 걱정, 불안,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태를 경험을 하는 여성들은 빈 둥지에 남은 허전함과 우울한 기분을 잊기 위해 쇼핑 중독에 빠지거나 애정결핍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계획에 없던 막내 출산을 생각하거나 성형수술을 감행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알코올 의존이나 도박같은 중독 증상을 나타낼 수도 있다. 이러한 빈둥지 신드롬은 경제적 여유, 생활상의 여유 여부와 상관없이 나타난다.

정신분석학자 C. G. Jung은 성격발달 단계를 아동기, 청년기 및 성인 초기, 중년기, 노년기로 구분하고, 특히 중년기를 페르조나와 에고가 가장 완성된 시기로 이때 중요한 과제가 새로운 가치체계에 맞춰 자신의 생활을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시기는 ‘중년의 위기’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이전에 가치를 두었던 삶의 목표와 과정에 의문이 생기며 인생이 공허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 우울감에 빠질 수 있으니 새로운 가치를 찾아 자기 자신의 내적 존재를 체험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A씨도 인생의 중반이 넘도록 가져왔던 부모와 아내로서의 자신의 인생목표와 우선순위를 재평가하고 새로운 가치, 새로운 자기 내면의 보물을 찾아가는 개성화(Individuation)의 과정을 통해 전체성에 도달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지금, 빈둥지의 허전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 간의 삶을 한 번 돌아보고 이제는 새로운 내면의 보물을 찾는 모험을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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