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을 조심해야 하는 아파트 생활과 학원 등의 바쁜 일정으로 친구들과 함께 하는 놀이의 즐거움을 빼앗긴 아이들.
함께 노는 경험을 하지 못한 아이들이 많아지며 친구들과 어울려 소리 내어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흔한 장면이 아니다.
그러나 불정초등학교(교장 조한옥) 학생들은 다르다. 30여 명의 학부모가 참여한 ‘놀이교육 동아리’가 마련한 놀이마당에서 신나게 놀며 함께 성장하기 때문이다.
‘놀이 쌤’이 준비하는 특별한 놀이 시간
올해 처음 만들어진 ‘놀이교육 동아리’의 목적은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놀이 시간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동아리 회장인 박상희씨는 소개한다. 매주 수업시간을 따로 내어 비석치기, 고무줄 등 전통놀이를 비롯해 교과서에 수록된 달팽이 놀이, 비빔밥 놀이와 학부모들의 아이디어로 개발된 창작놀이로 알차게 진행된 놀이시간은 전교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정해경씨는 보드게임과 블레이드, 컴퓨터 게임 등 소규모의 인원이 어울리는 놀이에 익숙한 아이들이 반 전체가 함께하는 놀이시간을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이제는 학교 가기 싫은 발걸음을 가볍게 해줄 정도라며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을 전달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새로운 놀이를 시작하기 전, 시뮬레이션은 물론 규칙을 철저히 익혀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놀이 쌤’을 기다리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기운이 절로 난다며 처음엔 놀이에 별 관심을 두지 않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여러 어려움을 사라지게 만든다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아이들 스스로 함께 하는 놀이를 찾아 즐겨
처음에는 고무줄놀이를 어떻게 하는 줄도 몰랐던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면 고무줄과 공기 놀이에 여념이 없다고 최선미씨는 말하며 특별한 주말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온 가족이 함께 놀이를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고 덧붙였다. 연년생인 두 아들이 집에서 뛰지 않고 꼼지락대며 놀이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이웃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는 이혜선씨와 “심심해”를 입에 달고 지내던 아이가 놀이가 주는 새로운 재미에 빠져 집에서도 A4용지 10장을 붙여 땅따먹기를 하고 스티로폼으로 비석치기를 한다는 박윤미씨는 아이들 스스로 놀이를 찾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전했다.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늘어나며 아이들이 활발해졌어요. 원래 체육을 싫어하던 아이들이었는데 이제는 그 어떤 시간보다 체육시간을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세 아이의 엄마인 강병인씨가 전하는 아이들의 변화다. 이처럼 1년 동안 계속된 놀이시간은 불정초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회원들은 이전에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놀아본 경험이 없던 아이들이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며 아이들 사이의 갈등이 줄어들었다고 놀이의 효과를 설명했다.
학부모들의 신나는 ‘놀이마당’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임선희씨는 “경쟁에 익숙해진 요즘 아이들은 놀이에서 지면 못 참는 경우가 많아요. 때문에 처음엔 결과에 대한 아이들의 불만을 중재하는 것이 힘들었어요”라고 ‘놀이 쌤’으로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지속적인 연수와 회의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놀이 시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내년 계획을 말했다. 옆에 있던 장미애씨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소외되는 아이들이 눈에 보인다며 놀이로 모든 아이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즐거워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싶다고 거들었다.
학부모들이 수업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계획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매주 놀이를 함께 한다는 것은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고는 힘든 일이다. 올해 탄생한 신생 동아리임에도 불구하고 한마음으로 즐거운 변화를 만들어낸 불정초 ‘놀이교육 동아리’ 그들의 노력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행복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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