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특목고/자사고 고교입시가 8월 31일 민족사관고 원서접수를 필두로 시작되었다. 올해는 수능체제 개편안 연기, 내년부터 고교에선 통합교육과정이 적용됨으로써 어느 때보다 고교입시에서 극심한 혼란이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야기되고 있다. 이제부터 하나씩 구체적으로 쟁점들을 분석해보고 최상의 학교선택을 하도록 하자.
특목고, 자사고 폐지되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직은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 특목/자사고를 폐지하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방안은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의 설립 및 선발 시기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다. 일괄적이고 전면적인 전환을 꾀할 수 있지만 일거에 존립 근거를 지우는 방식이라 반발이 예상된다. 그다음으로 5년 주기의 평가 시기가 도래하는 학교부터 연차적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교육청이 평가 기준을 강화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행령에 정책 일몰제를 도입해 순차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일반고 30곳의 평균 합격자수는 13명이다. 전국 36개 지역단위 선발 자사고 중 서울대 합격자를 13명 이상 배출한 학교는 7곳에 불과하며, 이 7곳 중 6곳의 학교가 '교육특구'로 불리는 강남구, 양천구, 서초구 소재다. 만일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상위권 일반고가 소재한 강남 등 지역의 일반고 강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우수한 일반고가 소재한 강남, 목동지역에 전입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 정부에선 절대로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대안적으로 나오는 안이 특목/자사고와 일반고의 일정을 동일화하는 것이다. 이 안을 채택할시 생겨나는 문제는 특목/자사고에 지원한 불합격생 학교 배정문제이다. 일각에서는 미달된 지역에 강제배정을 해야 하며, 특목/자사고 지원자는 지원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론이 이러한 상황을 수용할 지는 상당한 의문이 든다. 그리고 향후 있을 자사고/외고 재지정 문제이다. 지난 2014년에 학교 운영성과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 25곳과 2015년 통과한 외고·국제고·자사고 53곳은 2019년과 2020년에 재지정을 통과해야 한다. 현 상태로 간다면 모든 학교가 재지정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현 중1,2학년생은 현 체제에서 큰 변화 없는 고교입시를 치를 것으로 예상되므로 너무 폐지에 대해 민감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일반고를 가야 유리한 학생
광역권 자사고도 선발방식이 추첨이므로 일반고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일반고는 피상적으로 안 좋은 학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선 일반고가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 학생이 일반고에 진학하면 대입에 유리한지 살펴보자.
첫째로 유리한 학생은 교대진학을 꿈꾸는 학생이다. 2017학년도 경인교대 학종합격자 99%가 내신 2등급이내인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최소한 학종으로 경인교대를 지원하려는 학생은 내신이 일단은 뛰어나야 하는데, 특목/자사고는 상대적으로 일반고보다 내신에 불리하다. 오히려 일반고에 진학하는 것이 내신에 유리할 수 있다. 교대의 특성상 지원자의 성실성에 가산점을 부여할 확률이 크며, 이런 경우에 학교유형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의 특색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의대진학을 꿈꾸는 학생도 유리하다고 볼 수 있겠다. 왜냐하면 의대입시에서는 수능으로 뽑는 비율이 37%이며 학생부교과로 선발하는 비율도 24.8%에 달한다. 이러한 선발로 인한 유리한 점 때문에 강남의 휘문고(광역권 자사고)와 목동의 강서고, 양정고(광역권 자사고)등이 의학계열 진학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의대입시도 수능의 절대평가화 확대 경향으로 말미암아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짐으로서 대학에선 점차적으로 학종의 비율은 높여간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될 것이다. 앞으로는 의대입시에서도 일반고보다 학교시스템이 우수한 전국권 자사고가 더 강세를 띌 것으로 예상된다.
특목/전국권 자사고가 유리한 학생
모든 학생에게 특목/전국권 자사고가 유리하다고 말하긴 힘들다. 전국권 자사고도 여러 유형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상산고나 청운고는 의대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는 관계로 학교에서도 비교과활동 보다는 수능 쪽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반고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학생들의 질이 월등히 높고 기숙사생활을 하는 관계로 수업분위기가 매우 좋으며, 자신의 진로설정에서도 학생 상호간에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면에선 일반고와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나머지 전국권 자사고와 외국어고나 국제고는 학생들이 학종으로 대학진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은 관계로, 학교도 진로프로그램이나 심화수업, 학생부관리 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리고 학종의 특성상 대학에선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평가하기 때문에 내신에 대한 과다한 두려움은 가지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수능보다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진학을 원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올해는 특목/자사고 페지 논쟁과 학령인구감소로 경쟁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대학을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은 어느 해보다 특목/전국권 자사고 합격의 가능성이 높은 올해를 잘 이용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자소서를 작성하고 면접대비를 하면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목동 씨앤씨학원 특목입시전략연구소 김진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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