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기쁨을 깨달은 지 고작 13년밖에 안됐다’며 연신 쑥스러워하던 산삼감정협회 박형중 대표.
구반포역에 자리한 산삼감정협회 입구에는 “소아암 환자(저소득층)에게 산삼을 무료로 드린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심마니로, 산삼감정 전문가로, 그리고 산삼을 기부하는 그의 특별한 나눔 이야기를 들어봤다.
‘난’과 ‘등산’이 취미였던 평범한 직장인
30여 년 전 우연히 산삼을 캐다
박형중 대표는 ‘30년 차 심마니’라는 꼬리표 이전에,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직장인이었다. 평소 등산을 즐기고 난(蘭)을 좋아했던 그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전문적인 심마니들조차 목욕재계하는 마음으로 입산해도 산삼을 캐기 어렵다는데, 느닷없이 행운이 찾아든 것이다.
“우연히 산삼을 발견했어요. 저도 놀랐죠. 그때를 계기로 ‘산삼 캐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네요. 산삼을 캐면 어떤 기분이냐고요? 그저 겸허한 마음뿐이죠.”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듯 박형중 대표도 ‘산삼=일확천금’을 꿈꿨던 때가 있었다. 게다가 산삼 캐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도 현실적 제약이 컸다. 심마니들은 자식에게조차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은 혼자 힘으로 터득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삼을 캤던 ‘구광자리’에 가서 위치, 방향, 수목, 바람, 습도 등을 꼼꼼히 확인하며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산삼을 캐며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4년 소아암 환아 부모와의 만남
돈벌이가 아닌 ‘희망’으로 산삼을 캐다
산삼을 캐기 시작할 때만 해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는 그에게 또 한 번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돈벌이 수단이 아닌 ‘희망’으로 산삼을 캐게 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4년, 산삼을 사겠다는 전화를 받고 찾아간 소아암 병동에서의 일이다.
“구매자는 소아암 환아의 부모였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도저히 산삼 가격을 흥정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돌아서서 병실을 나오던 중 아이와 마주쳤습니다. 머리카락 하나 없이 투병 생활에 지쳐 저를 쳐다보는 아이의 눈빛이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죠. 애써 외면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왔지만, 도저히 차를 출발할 수 없었습니다. 그 길로 다시 올라가 부모에게 산삼을 주고 왔죠.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기쁘다는 걸…….”
진솔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그의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법원, 인천공항, 인천 관세청 산삼 감정사 위촉
무료로 삼 감정해주며 재능기부 하다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희망을 캐기 시작하면서 그의 삶에 또 다른 변화도 생겼다. 법원 산삼 감정사로 위촉돼 지금까지 10여 번 감정을 했고, 인천공항과 인천 관세청의 요청으로 밀수입된 중국산 장뇌삼(산양삼)을 감별하는 일도 맡고 있다.
“산삼감정협회는 대법원 특수 감정 분야 산삼, 약초, 장뇌삼 등록업체 중 유일한 법인체입니다. 그런 자긍심으로 산삼을 감정하고 있어요. 특히 저렴한 중국산 장뇌삼이 한국에서 100만 원 넘게 유통되고 있어, 일반 분들의 피해 사례가 많습니다. 얼마 전 일인데요. 아내가 암 수술한 지 1년이라 기력 회복을 위해 천종삼을 샀다는 남편분이 저에게 연락해왔습니다. 비싸게 샀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말이죠. 감정을 해보니 중국산 장뇌삼이었습니다. 저조차 속상하고 안타까웠죠. 그래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모든 분들께 무료로 감정해드리고 있습니다.”
삼을 ‘캐고’ 삼을 ‘파는’ 업을 가졌음에도 자연에 감사하고 세상에 되돌려준다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이. 인터뷰 내내 박형중 대표의 소박한 바람과 간절한 희망을 느낄 수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서초구청 복지과와 연계
소외된 이웃과 소아암 환자 위해 산삼을 기부하다
지난 13년간 박형중 대표가 기부한 산삼은 시가로 얼마나 될까? 누군가는 ‘억’ 소리 나게 돈의 가치를 환산하겠지만 그에겐 무의미한 일이다. 푸르메재단부터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각종 어린이재단 등을 통해 산삼이 필요한 이에게 희망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란다. 참말 소박한 바람이다.
그의 기부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나쁜 맘을 먹고 접근해 아이가 아프다며 삼을 달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 맘 같지 않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삼을 전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들었다.
“다행히 지금은 서초구청 복지과의 도움으로 형편이 어렵지만 산삼이 절실하게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는 일산 암센터에 의뢰해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산삼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중국 장뇌삼으로 인해 산삼의 이미지조차 훼손된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힘닿는 데까진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산삼이 아닌 희망을 캐는 사람 박형중. ‘희망 심마니’라는 그의 꼬리표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