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인 8월 어느 금요일 저녁 7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할 시간에 관양동 금강팬테리움 소회의실에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인문학 공부를 위해 모인 안양인문학스피치아카데미 회원들로,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 불금도 마다하고 인문학 공부에 열정을 불태우는 인문학스피치아카데미 회원들을 만났다.
유명 강사초빙 매주 인문학 공부
수업이 시작되자 각자 먼저 한주 동안 있었던 일 등을 돌아가며 발표하는데 그 모습이 여느 모임과 다르다. 발표를 위해 준비하고 공을 들인 듯 모두 목소리부터 발표 내용까지 신경을 쓴 모습이 역력하다. 의뢰적인 인사말이 아니라 발표를 위한 하나의 연습과정인 듯 했다. 각자 근황발표가 끝나고 드디어 ‘소통의 기술’의 저자인 초빙강사 정병태교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이 날의 강의는 공자님 말씀부터 시작해서 유태인들의 교육과 소통방법에 대해 다양한 예와 자료를 보면서 한참동안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소통방법으로서 ‘말하기’의 중요성, 중간 중간 질의응답을 포함한 발표가 계속되었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강의를 들으면 질문할까 두려워 눈을 피하고, 질문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인문학아카데미 회원들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강사의 질문에 대답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성의를 다하고 목소리도 높여 당당하게 발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어진 서양미술사에 대한 강의, 배포된 자료에 있는 그림을 보면서 그림과 관련된 역사적인 배경과 작가의 이야기 등을 적절히 섞어서 이야기하듯 하는 정 교수의 강의는 그림에 문외한도 자연스럽게 그림을 다시 보게 만들어 주는 강의였다. 마지막으로는 행사사회 진행 스피치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었다. 실제 행사를 설정하고 사회를 보듯이 연습도 해가면서 진행되는 강의를 마지막으로 7시 30분부터 시작된 강의는 쉬는 시간도 없이 10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수업을 마치고 뒷풀이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회원들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도 만족감이 넘쳤고, 아쉬운 듯 강의에 대한 뒷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에 열정이 넘쳤다.
풍부해진 삶, 가족간 유대도 좋아져
안양인문학스피치아카데미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인문학 모임으로 인문학에 대한 갈증이 있던 지인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모임이다. ‘소통의 기술’의 저자인 정병태교수를 초빙하여 약 1년 과정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약 15명의 회원이 매월 회비를 내어 강사료와 장소임대료를 내고 모임을 진행한다. 요즘에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인문학 강좌들이 생겨나고, 인문학 모임들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대부분 기관에서 하는 인문학 강좌는 단편적인 강좌가 많고, 모임의 경우에도 독서모임 등 소규모 모임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안양인문학스피치아카데미는 전문가를 초빙하여 주1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내용에 깊이도 있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좀 더 풍부하게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원들끼리도 매주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유대감도 깊어지고, 단순한 친목모임과 달리 대화의 주제도 풍부하고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관계가 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정순규 회장은 “인문학 모임을 통해 서양미술사를 공부한 뒤 아내와 함께 전시회를 다녀왔다”며 “전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고, 가족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스스로 뿌듯했다”고 말하며 웃는다. 회원인 김범수 변호사도 “이 모임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새롭게 공부를 하게 되면서, 책도 읽게 되고 새로운 열정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우 회원도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며 “내가 변하고 대화의 주제가 달라지니 가족도 변하고 주위도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대택 회원도 “일주일간 일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이 인문학 공부를 통해 풀리는 것 같다”며 “좋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지식과 지혜를 나누며 스스로 자부심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안양 인문학 발전에 기여하고파
3월부터 시작하여 매주 1회 모임을 갖고 있는 안양인문학스피치아카데미는 연말즈음에는 졸업을 하고, 내년에는 2기를 모집할 예정이다. 기존 모임인 1기는 좀 더 심화된 내용으로 지속적으로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인문학아카데미를 처음 주도한 모임의 리더이자 총무인 박영훈 케이투모터스 대표는 “지난 여름에는 워크샵도 같이 다녀왔고, 11월에는 그동안 공부를 마무리 짓는 발표회를 갖고 졸업여행도 다녀올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처음에는 지인들끼리 인문학 공부모임으로 시작된 인문학아카데미가 지속 될수록 보다 많은 사람이 인문학의 힘을 알고 같이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며 “2기, 3기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좀 더 알찬 인문학아카데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안양인문학스피치아카데미가 안양지역 인문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정 회장은 “안양인문학스피치아카데미는 인문학에 관심이 있고, 좀더 삶을 풍부하게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환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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