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의 ‘바지바람’이 늘고 있다. 학교 행사에 잠깐 얼굴 비추는 것으로 아버지회 소속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옛말. 서울경인초등학교(교장 유영숙) 아버지회 회원들은 아이들과 떠나는 부자녀캠프에 이어 아빠와 함께하는 축구교실, 녹색아버지회 활동, 알뜰바자회에서 판매까지 전 방위적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학교, 나아가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한마음이 된 서울경인초등학교 아버지회 회원들을 만났다.
1박2일 엄마는 휴가… 부자녀캠프
서울경인초등학교 아버지회는 지난 2012년 결성됐다. 그 때 당시 경인초 교장이었던 함창덕 교장의 제안으로 학기 초에 열린 학부모 총회 때 아버지들을 초청해 아버지회에 대한 역할을 소개하고 회장, 부회장, 총무에 이어 학년별 운영위원까지 운영진이 선발됐다. 이후 경인초 아버지회는 다양한 학교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학교에 관심을 쏟았다.
경인초 아버지회의 가장 큰 활동은 단연 ‘부자녀 캠프’다. 아버지회가 만들어진 그해 처음으로 아버지회가 주최가 되어 짐을 꾸려 캠프를 떠났다. 1박 2일 오롯이 아이들과 아빠들만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여러 지점을 통과해 최종 목적지까지 정해진 시간 내에 찾아가는 오리엔티어링, 함께 달리기, 악기 연주 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캠프의 하이라이트인 ‘캠프파이어’로 아버지와 자녀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날 120명의 아빠와 170명의 아이들이 참여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됐다.
그해 가을 난지도 하늘공원에서 캠프를 열어 아이들과 아빠만의 시간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스케줄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해병대 캠프사고와 메르스 사태, 세월호 참사 등으로 외부 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부자녀캠프를 계획조차 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3회 캠프를 떠났고 올해는 가을에 제4회 부자녀캠프를 계획 중이다.
올해 시작한 축구교실·녹색 아버지회 활동
올해 경인초 아버지회의 주목할 만한 활동은 ‘아빠와 함께하는 축구교실’이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지난 6월 오전, 경인초 운동장에는 아버지와 함께 축구교실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경인초 아버지회 회원들이 주축이 돼 5,6학년 학생 20여명을 대상으로 드리블과 패스 등 축구 기술에 대한 연습뿐만 아니라 실제 경기를 하면서 축구의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이 됐다.
‘아빠와 함께하는 축구교실’은 경인초 아버지회와 경인축구클럽 아버지 회원들이 마련한 자리다. 아버지회에서 축구교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는 아버지회 멤버들 대부분이 경인축구클럽 회원이기 때문이다. 조기축구로 다져진 친목 때문에 뒤늦게 경인초 아버지회 회원으로 등록한 경우도 있다.
올해 아버지회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또 다른 프로그램은 ‘아빠가 지켜주는 든든한 등굣실’ 곧 녹색 아버지회 활동이다. 한 달에 2번 녹색 어머니들과 함께 아버지들이 형광색 조끼를 입고 등굣길을 지킨다. 아버지들은 자전거가 다니는 길과 도보를 구분해 다닐 수 있도록 안전지도를 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자전거에서 내리기와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쓸 수 있도록 지도했다. 이 외에도 알뜰바자회 때 솜사탕을 만들어 판매도 하고 학교에서 진로체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의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아빠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매주 조기축구로 모이고 3~4월 대면식, 5월 총회, 이후 달마다 있는 학교 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하는 아버지들, 비록 시간 내기가 만만치 않지만 반차와 연가를 써가며 아이들에게 관심을 표한다. 주재권 3~4대 회장은 “아이들 위주로 생활하다 보니 동네 아빠들을 잘 몰랐는데 아버지회 활동을 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고 전한다. 오세범 감사는 “조기축구회 참여하다 아버지회 신청하게 됐다. 선생님과 시간 내서 이야기할 수 있어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한다. 윤형식 부총무 “가정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감소된다. 아버지회 활동은 아버지의 존재 나타내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한다.
좋은 학교 아빠와 함께 만들어
지난해부터 경인초 아버지회는 학부모 산하 공식 단체로 인정을 받아 가입신청서를 가정으로 보내는가 하면 자녀 소통과 관련 강좌도 열고 아버지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올해는 아버지회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교류하며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미니 인터뷰
박도성 회장
“아버지와 만나는 소통의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고 또 다시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이웃에 봉사하고 싶은 회원은 누구나 환영합니다. 지역사회와 교류하며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해서 좋은 학교 함께 만들어가요.”
이선기 부회장
“아버지회 모임 찾아서 가입했어요”
“아이가 1학년 입학하자 아버지회에 참여하고 싶어서 아버지회 모임이 있는지 찾아보고 가입했습니다. 4년 전 이사를 온 후 어색하고 낯설었는데 아버지회 활동하면서 적응도 빨라졌고 자녀교육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김응준 총무
“아이들과 관계가 더 돈독해졌어요”
“소통교실에 참여했다가 아버지회 가입하게 됐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고 혼자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책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아버지회에 참석하면서 학교 행사에 관심을 가지자 아이들과 소통이 되고 동네에서 아빠들을 알게 돼 좋습니다.”
박근태 전 총무
“이웃의 아빠들 알게 됐어요”
“2013년부터 16년까지 총무를 맡으면서 회장만 3분을 모셨어요. 아버지회 활동을 하면서 이웃에 아빠들을 알게 된 게 가장 큰 소득입니다. 소통을 자주 하다 보니 다른 가족들과 여행도 같이 가게 되고 동네에서 활동하는 것이 기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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