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다. 외계인이 저녁시간에 지구에 와서 아파트단지를 바라보며 “저 지구인들이 왜 똑같은 네모난 상자(텔레비전)를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내용이다. 필자는 지난 달, 좀 멀리까지 버스를 타고 갈 일이 있어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었던 J.D.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책을 들고 버스에 올랐다. 한동안 책을 읽다가 문득 버스 안을 보았을 때, 모든 승객이 휴대폰의 액정을 응시하는 것을 보곤 중학교 교과서의 외계인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이제 책보다는 휴대폰을 많이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다. 필자가 논술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보니, 학원을 찾아오는 많은 분들에게 참으로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책을 너무 읽지 않아서 독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버님 세대에는 휴대폰이 상용화 되지 않아서 그렇지만, 휴대폰을 너무 많이 보고 책을 멀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지금 시기의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핸드폰의 기능은 너무 좋고, 인터넷은 발달되어 있어서 심심하거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이들에게 책 좀 읽으라고 하면서 스스로 책을 멀리하는 것이 두렵고 안타까워 휴대폰을 보지 않고 책을 읽은 지 8개월이 되었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재미있는 습관하나가 없어진 탓에 심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몇 년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사기위해 서점에 가고,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읽고 싶었던 책 한 권 들고 카페에 가서 읽는 시간이 생겼다. 덤으로 좀 심심한 시간이 생기다보니,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생기고, 읽었던 책에서 좋은 문장을 곱씹어서 활용해 보기도 하는 시간이 생겼다.
간혹 학생들 중에는 휴대폰을 너무 많이 해서 부모님에게 폰압(폰을 압수당했다는 중학생들의 표현)을 당한 친구들이 심심하다며 오히려 독서량이 늘어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학생 때 읽었던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시 읽으면서 이 책의 유려하고 멋들어진 표현과 독백 표현이 너무 뛰어나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날 책을 읽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은 가까운 주머니에서 정말 다양하고 다채로운 정보를 찾을 수 있는 편리하면서도 효율적인 도구이지만 심심해서 만지작거리는 휴대폰이 우리에게서 앗아가는 시간과 여유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김정엽 교사
미담(美談)언어교육연구소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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