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어디까지 가봤니-안양8동 명학마을]

동심으로 돌아가는 길, 벽화가 아름답다

배경미 리포터 2017-06-01 (수정 2017-06-01 오전 1:53:15)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 통영 동피랑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벽화마을로 이름난 곳이다. 안양에도 벽화가 아름다운 마을이 몇 군데 있다. 그동안 지면에 소개된 안양9동 병목안과 박달동 호현마을 이외에도 안양8동에 가면 명학마을이 있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정겨운 곳. 명학마을을 들여다본다.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 숨 쉬는 곳

명학역에서 성결대학교 쪽으로 걷다보면 상록마을이 나오고, 상록마을을 지나치면 명학마을로 가는 초입에 이른다. 원래 상록마을은 골안 동쪽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예전에는 야산이었다. 이곳은 돌이 많았고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라 하여 상록마을로 불리어졌다. 90년대부터 빌라와 연립 등이 들어서면서 주택지로 변모했고, 수리산 삼림욕장의 시발지로 지대도 높아 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주택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명학마을은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오래된 집과 골목 그리고 이웃들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도심 속 시골 같은 마을이다. 수리산과 접해있어 맑은 공기는 물론이고 좁디좁은 골목길 사이로 낮은 담과 낡은 철제 대문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겨운 곳이다. 명학마을 골목길은 수맥처럼 연결되어 있고 차 한 대가 겨우 지나 갈만큼 좁은 길이 많다. 집과 집 사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낮은 담장엔 벽화가 그려져 있고, 벽화 속에는 미키마우스와 뽀로로 그리고 포켓몬의 피카추, 이상해씨, 푸린, 럭키가 활짝 웃고 있다. 화려한 벽화와 대비되는 어느 집 담벼락 텃밭아래에는 한글로 쓰여 있는

‘쓰레기 버리는 사람은 강아지 자손이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무단 쓰레기 투기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이 집 주인의 호소인 것 같다.
명학초등학교로 가는 길은 이처럼 예쁜 벽화가 지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아이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명학초는 한창 도시 재생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곳 명학마을에 소재해 있다. 도시재생은 재개발이나 재건축과 같이 주거지역 전체를 철거해 새로 건립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의 모습을 존치시키면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을 곳곳을 편리하게 바꿔나가는 방식이다.
명학초등학교에 다다를 무렵, 동네사람들의 사랑방인 정자에서 한바탕 수다의 장이 열렸다. 수다에 참가한 세 분의 할머니는 소싯적 시집올 때 이야기부터 자식 잘 된 이야기까지 웃고 깔깔거리며 노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정자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85년 고향을 떠나 이곳 명학마을에 터를 잡고 산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평생을 회사원으로 살았던 남편은 그 사이 은퇴를 했고 자식들도 모두 출가해 이젠 할머니 홀로 남았다. 한 곳에서 오래 살다보니 반장, 통장을 거쳐 이젠 동네집집마다 숟가락, 젓가락 개수도 훤히 알고 있을 정도로 토박이 아닌 토박이가 되었다며 웃는다. 이웃 동네는 개발이다 뭐다하며 동네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도 아직 명학마을은 동네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비록 노후 된 곳이지만 마을에 벽화가 하나 둘 그려질 때마다 뭔가 새로운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는 것. “안양에서 여기만큼 집 값 싸고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는 곳이 어디 있겠냐”며 “서민들 살기에는 명학마을만한 곳이 없다”고 동네 자랑을 늘어놓는다. 명학바위의 위치를 묻자 안내해주겠다며 앞장서며 이곳저곳 설명해주는 모습에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학이 내려와 울었던 바위, 명학바위

명학바위로 오르는 길엔 수리산의 푸르른 신록이 상쾌함을 더한다. 계단에 앉아 쉬어가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싶어 부지런히 셔터를 누른다. 바위로 가는 길 입구에는 ‘수리산 숲 탐방교실

’이정표가 있다. 수리산 숲 탐방교실은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명학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숲 탐방교실을 진행하는데 탐방코스는 명학초를 출발해 명학바위와 골안공원을 거쳐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약2km 구간이다.
명학바위가 위치한 명학마을은 주접동 남쪽에 위치한 마을로 평산 신씨, 함평 이씨 등을 살고 있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예전에는 명학초등학교 아래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다가 1974년 서울-수원간 전철 개통과 동시에 명학역이 건설되었고 1976년 명학초등학교와 중앙병원 등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1623년 인조반정에 공을 세워 정사공신 1등에 올라 후에 좌의정을 역임한 심기원이 그의 부친 심간의 묘를 비산1동 수푸루지 뒷산에 묘를 쓰려고 땅을 팠는데 돌 밑에 학이 두 마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 한 마리는 양명고등학교 옆에 위치한 오미산 뒤로 날아갔고 다른 한 마리는 안양경찰서와 명학초등학교 사이에 있는 바위에 날아와 앉더니 슬피 울고는 어디론가 날아갔다고 한다. 그 후부터 이 바위를 학이 울었던 바위라 하여 ‘명학바위’라 칭했고 마을 이름도 바위 이름을 따서 명학마을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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