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은 무엇을 하나]

급식, 교복, 교과서 선정 심의까지 ‘내 손으로’

지역내일 2017-04-14

올 초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 논란. 찬반 논쟁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대다수 학교들은 이를 최종적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해당 학교들은 어떻게, 누구에 의해 이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결정의 중심에는 교과서 및 부교재 선정 심의 권한을 갖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있다. 민주적인 학사 운영의 중심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을 살펴보았다.



다수결에 따르는 학사 운영 정착
“학교 급식실 공사 시기를 여름에 할 것인지, 겨울에 할 것인지 논의 해주십시오!” 지난 5일 오후 5시 30분 학교운영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산 서구의 한 고등학교 회의실. 학교운영위원장은 학교 급식실 공사 시기 선정을 두고 운영위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학교 측은 급식실 증축 공사에 앞서 공사 시기를 놓고 다양한 시안을 이번 운영위 정기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한 학부모 운영위원은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의 학업 정진을 위해 여름보다는 수능 이후인 겨울에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한다. “3개월 이상 소요되는 공사이므로 여름보다는 겨울에 실시해야 아이들이 급식을 밖에서 해결하는 날이 최소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운영위원의 주장이다. 운영위원들 간의 열띤 토론 끝에 제1안과 2안 선택 투표가 진행된다.
과반수 이상의 득표로 공사는 겨울에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된다. 고양시 학교운영위원협의회 김덕심 수석부회장은 “예전과 달리 요즘의 학교 학사 운영은 학부모와 교사, 지역인사 모두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논의가 있는 안건은 다수결을 통해 결정되는 등 모두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안건들이 심의 된다”라고 말했다.


예산 심의, 방과 후 교실, 교육 분쟁까지 심의 한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부모로서 가장 먼저 하게 되는 학사 일정이 바로 학부모 총회이다. 학부모 총회에서는 오는 1년 동안 전체 학부모를 대신해 학교 의사 결정에 참여할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들을 뽑는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최고 심의기관으로서 국공립학교는 이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학부모 총회에서 학부모들의 투표로 선임된 학부모 학교운영위원들은 학교장을 포함한 교원위원들과 지역사회인사(교육행정기관, 교육전문가, 동문대표, 기업인 등) 위원들과 함께 학교운영을 책임진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하는 학교운영 사항은 생각보다 많다. 앞서 언급한 교과서 및 부교재 선정 건을 비롯해 학교 세입 세출 등 예·결산에 관한 사항, 교복과 체육복에 관한 건, 학교 급식에 관한 건, 현장체험학습(학부모가 경비를 부담하는 경우) 등을 심의한다.
이와 함께 교육과정 운영 및 학사일정에 관한 건, 학칙 및 생활지도 규정 등 각종 규정에 관한 건, 방과 후 학습 및 방학 중 교육활동 및 수련활동에 관한 건, 초빙교원 추천에 관한 건, 일반인 대상 평생교육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건, 교육 분쟁 조정 건 등에 대해서도 심의하는 권한이 주워진다. 


김덕심 고양시 학교운영위원협의회 수석부회장
“학생과 학교 갈등도 상의해 주세요!”

“지난 13여 년 동안 학부모 또는 지역인사로서 일산지역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해왔는데 새삼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 증진에 놀랍니다. 초창기에는 학부모위원들이 학교 측 눈치를 보느라 단지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학교 구성원의 한 축으로 대등하게 활동할 뿐더러 의견 제시에도 매우 적극적입니다”
김 부회장은 “또 하나 큰 변화 중 하나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은 이전 위원의 추천에 의해 선발되는 등 참여에 소극적인 편이었으나 자녀 교육을 보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이 늘면서 스스로 운영위원 신청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죠”라고 말한다.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말고도 학부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는 것이 운영위원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며 문제가 되는 일이 발생할 경우 먼저 또래 학부모 운영위원들을 찾아 상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같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학교 측에 전달하는 역할도 학교운영위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강조하는 김 부회장. “교육의 주체는 학생, 교사 그리고 학부모입니다. 학부모가 건강하고 바르게 서야 아이들이 교육 현장 속에서 무럭무럭 잘 자랄 수 있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유경 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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