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부터 26년간 예술의 전당에서 근무했던 그는, 평사원 출신 중 유일하게 상임이사까지 오른 인물이다.
일상에 스며든 예술을 더 많은 이와 나누겠다며 지난해 서초문화재단 대표로 부임, 서초구민을 위해 ‘풀뿌리 예술’을 공유하고 있는 박성택 대표이사를 만나봤다.
음악과 미술을 좋아했던 소년
일상의 예술과 함께 무럭무럭 커가다
예술은 특정한 사람들만 공유하는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삶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박성택 대표이사가 생각하는 예술의 정의를 곱씹어보니 ‘소년 성택이’의 그 시절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아버지께서 퇴근하시면 늘 클래식 음악을 들으셨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클래식에 관심이 생겼고 LP판을 닳도록 들었어요. 그러다 음악사 책을 보며 조금씩 음악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죠. 그림도 좋아해 중·고등학교 때 미술반 활동도 하고, 전국 미술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이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음악과 미술, 역사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그는 87년 예술의 전당 객원 멤버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사무처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평사원에서 상임이사에까지 오른 유일한 인물이다. 하지만 예술의 전당 직원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그가 ‘전설’로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마니아층이 주로 찾았던 예술의 전당을, 대중적인 ‘문화 놀이터’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편의시설 전무했던 예술의 전당
문화 놀이터로 탈바꿈 시킨 주역
88 서울올림픽 개최에 맞춰 개관했던 예술의 전당이 2007년 12월 12일 <라보엠> 공연 중 무대에 불이 옮겨 붙어 오페라극장이 전소된 사건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복구까지 2~3년 이상 걸릴 거라고 말했지만, 당시 예술의 전당 신현택 사장과 합심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자금을 대출받고 신속하게 복구사업을 추진해 불과 1년 후인 2008년 12월 15일에 극적으로 재개관했다.
뿐만 아니라 편의시설이 전무했던 예술의 전당을 보다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디자인 전공을 살려 오페라극장 1층 주 출입구이자 통합 매표소가 있는 곳을 ‘비타민 스테이션’ 건축 디자인에 참여하면서 ‘문화 터미널’과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예술의 전당은 국내 최고의 공연장이지만 식음 공간이 전무했습니다. 대부분 공연이 저녁시간인데 먹거리 공간 하나 없었거든요. 뉴욕 링컨센터 오페라하우스는 로비에 레스토랑이 있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카페와 와인 바가 있어서 공연도 보고 전망 좋은 곳에서 지인과 식사하고 차도 마시며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 ‘즐거운 문화 공간’의 의미를 ‘비타민 스테이션’에 담아낸 거죠.”
서초문화재단에서 새롭게 출발
서리풀 페스티벌로 지역 축제 활성화
예술의 전당에서 퇴임한 뒤 부산문화회관에서 3년간 재직했던 그는 예술의 장벽을 허물고 지역의 예술문화 확산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간절한 바람이 통했을까. 2016년 2월 서초문화재단 대표이사로 부임하게 되었다.
“누구나 ‘문화예술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리풀 페스티벌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작년 행사 중 <퍼레이드>도 기억에 남지만, 폐막 공연으로 열렸던 <만인 대합창>이 그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민 1만여 명이 함께 부르는 합창은 벅찬 감동을 주었는데요. 이처럼 서리풀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데는 함께 해주신 서초구민 여러분의 공이 가장 큽니다. 또, 서초구의 여러 단체와 문화 예술인의 동참도 큰 힘이 되었고,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직원들이 퇴근 외 시간까지도 열성적으로 도움을 주셔서 뒤늦게나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마에스트리·서리풀오케스트라 전속 단체
5~6월 심산아트홀 전문 공연장으로 탈바꿈 예정
서초문화재단이 자리한 심산기념관 내 심산아트홀은 올해 오디오 시설을 확충해 지역민을 위한 공연 메카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공연 예술의 백미는 건축 음향과 무대 환경에 달렸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기도 하다.
“음향과 무대 면에서 어느 공연장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도록 해 심산아트홀이 전문 공연장으로 탈바꿈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올해 메이저 공연을 유치하게 되었는데요. 서초구민들이 1만 원대의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심산아트홀에서 올 하반기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연을 열 계획입니다.”
남성 합창의 대명사 ‘이마에스트리’와 유학파 청년예술인들이 결성한 ‘서리풀오케스트라’를 전속 단체로 삼고, 서초구민을 위한 공연 기회를 확산시켜나가고 있는 박성택 대표는 올해 더욱 바쁜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문화예술연합회에 정식 가입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 서초구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사업에 더욱 매진할 생각이다.
부르흐 ‘콜리드라이’와 브람스 ‘심포니’를 즐겨 듣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늘 메모하고 전체 그림을 구상하는 일상. 풀뿌리 문화예술을 서초구민의 일상으로 끌어오기 위한 박 대표의 노력이 2017년 어떤 모습으로 빛을 발하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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