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산업 발전과 발걸음을 같이 하며 활황을 이어갔던 문래동 철공소. 2000년대 들어 공장 이전 정책과 재개발로 단지 내 업체들이 옮겨가자 예술가들이 이 골목의 빈 철공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잿빛 벽에 다양한 색이 덧입혀지고 공방이며 갤러리, 복합 공간, 오픈작업실, 식당, 카페, 책방도 생겨났다. 철인과 예술인의 둥지가 나란히 있는 문래동 철공소 골목길. 쇠와 사람냄새가 뒤섞인 낯설고도 익숙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철공소와 예술가의 작업실, 치열함은 닮았다
문래역 7번 출구에서 직진해 조금만 걷다보면 반듯하고 높은 아파트 뒤편에 가려져 있는 문래동 철공소 단지를 만나게 된다. 요즘은 ‘문래 예술촌’,‘문래 창작촌’, ‘문래 예술공단’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곳. 홍대와 대학로 등지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저렴한 작업실을 찾아 철공소의 빈 공간으로 터를 옮기면서 도심 속 이색마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철공소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제는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지만 사방으로 튀는 용접 불꽃과 탕탕거리는 쇳소리가 여전히 치열한 삶의 터전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사방으로 이어진 허름하고 좁은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은 철공소는 첫 방문자에게 낯설고 삭막한 분위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과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 외국인들까지 찾아오는 것을 보면 이곳이 주는 매력적인 요소가 더 크다는 말이 아닐까.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그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개성 넘치는 벽화들, 색다른 전시회와 공연, 오래된 공장건물을 리모델링해 독특한 느낌을 주는 가게와 카페 등 철공소 골목에 매력을 느껴 찾아오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터. 지금도 이곳은 조금씩 바뀌어간다. 서로 공존하기 힘들 것 같은 풍경이 묘하게 어우러지고 있다.
회색 담장 위 화려하게 피어난 벽화
이곳 골목에는 군데군데 특색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공방과 대안 공간, 식당, 카페가 많이 들어선 골목길과 도로 건너 맞은편의 문래동 우체국 뒤편으로 적색 벽돌 위 혹은 빛바랜 회색 담장 곳곳마다 어떤 틀이나 규칙이 없는 그림들로 덧입혀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벽화들로 인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벽화 속 내용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은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도 입소문이 나 있다.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골목
현재 문래동에는 대략 100여개의 작업실이 있으며 약 200~300여명의 작가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회화를 비롯해 설치미술, 조각, 디자인, 사진, 영상, 애니메이션 등의 시각 예술을 비롯해 연극, 마임, 춤, 음악 등 공연 예술과 시와 소설, 출판, 인문학, 철학 등 다양한 문화예술이 골목을 따라 형성됐다.
창작촌 초입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문래 창작촌 인포메이션 부스다. 몇 발작 옮기면 태광 빌딩 4층에 자리 잡은 체험 갤러리카페 ‘세븐플레이스 7place’가 나온다. 이곳은 매주 작가들의 개인작품이나 합동작품 전시회를 여는 갤러리공간이자 카페로 아트토이 커스텀, 3D프린팅 토이, 디퓨저 만들기, 컬러링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조금 더 걷다 왼편 골목길로 들어서면 시인이 운영하는 동네책방 ‘청색종이’가 보인다. 절판된 유명시집을 판매하고 다양한 문학 강의와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위쪽으로는 ‘얼굴 문패’로 유명한 목공방 ‘문래 숲’이 있다. 노란머리를 한 뚫린 얼굴 문패 사이로 자신의 얼굴을 집어넣고 사진을 찍는 이들의 모습을 자주 만나게 된다. 골목을 나와 우쿨렐레 전문점, 가죽공방, 게스트하우스, 북카페 치포리 등이 이어진 길을 지나면 기업은행 근처 54-34번지 지하에 ‘주말극장’으로 유명한 ‘요꼬 스튜디오’가 있다.
문래동 최초의 열린 극장으로 평일에는 사진작업실로 쓰이다가 토요일 오후 5시가 되면 공연장으로 바뀌는 이곳에서는 연극, 무용, 음악, 문학, 퍼포먼스 등 장르의 제한 없이 실험적이고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2017년 상반기 공연은 3월 25일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요꼬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 3층에는 ‘QDA스튜디오’가 자리한다. ‘QDA스튜디오’는 비눗방울 아티스트인 ‘오쿠다 마사시’씨가 만든 마임공연장으로 이곳 역시 매번 색다른 공연들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세븐플레이스 http://blog.naver.com/7_place
주말극장 http://blog.naver.com/lsstudio
QDA스튜디오 http://blog.daum.net/ironworksplay
맛집과 카페
창작촌에는 맛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다. 와인과 깻잎떡볶이로 유명한 ‘한잔차차’를 비롯해 카페 ‘수다’, 분위기 좋은 식당 ‘칸칸엔인연’, 최근 문을 연 덮밥가게 ‘삼부리’, 단일메뉴 돼지불고기백반이 유명한 ‘문래돼지불백’, 파스타 맛집‘사이드3’, ‘경성카레’, ‘양키스버거’, 어머니의 손맛 ‘가정식당’, ‘바로바로 전집’ 등이 있다. ‘쉼표말랑’은 오래된 집을 개조한 곳으로 주방과 홀, 방, 작은 마당으로 나누어진 공간이 이색적인 곳이다. 정갈하게 차려져 나오는 돼지생강조림과 감자 새우 크로켓이 유명하다. 매일 달라지는 ‘그때그때밥상’이 있어 날마다 새로운 메뉴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이며 2월 한 달 동안은 봄방학으로 문을 닫고 3월 2일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 사회적기업 안테나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치포리’는 공모를 통해 작가들의 회화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문래동 컬처매거진 ‘문래동네’를 무료로 배포하며 문래창작촌 지도를 비롯한 창작촌의 다양한 전시 및 공연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