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용인지역, 특목·자사고 재학생 학부모에게 듣는 이야기]

선택에 대한 후회 VS 만족

이경화 리포터 2017-02-13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한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느냐는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 동아리 활동, 학습 분위기 등을 보고 입학했지만 막상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행복한 학교생활도 중요하지만 내신 경쟁의 잔인함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자녀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속 끓이는 학부모들의 속 이야기.
그들이 생각하는 특목과와 자사고의 명암을 들여다보았다.

선택에 대한 후회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생각보다 치열한 학교생활

처음 자사고에 합격을 하고난 후에는 무엇이든 다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 말하는 주요 대학 합격은 물론 아이의 대입은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1학년 중간고사를 치며 여지없이 무너졌답니다. 중학교에서 잘한다는 아이들이 모여서인지 중학교 때 성적은 과거 이야기였으며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은 말할 수 없었어요. 물론 곁에서 보는 엄마의 스트레스 또한 말할 필요가 없지요.
그렇다고 곁에서 알뜰히 챙겨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 혼자 그 경쟁의 상황을 이겨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아이 스스로 친구들의 장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찾아냈지만 그 시간동안 겪었을 좌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이런 아이의 모습과 성적을 볼 때마다 선택에 대한 후회가 생기기도 한답니다.

김지영(가명)ㆍ자사고 2학년 학부모


서울대? 자사고 학생이라고 쉬운 건 아니에요

입시가 끝난 지금 가끔 자괴감이 들곤 해요. 주변에서는 자사고를 다녔으니 당연히 서울대에 합격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을 하는데 사실 그렇게 못했거든요. 그때마다 아이도 저도 많은 상처를 받는답니다. 분명 3년 동안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독서활동 등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했지만 내신에 대한 불리함은 결국 극복할 수 없더라고요. 입시가 끝난 지금 중학교 때 비슷한 성적이었던 친구들의 서울대 합격 소식을 들으면 우리의 선택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열한 생활에서 스스로 살아남으며 자신의 경쟁력을 닦고 사고가 한결 깊어지는 등 서울대 간판보다 중요한 것들을 많이 얻었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대입을 경험한 지금은 자사고를 희망하는 주위 분들에게 서울대가 목적이라면 절대 지원하지 말라고 조언한답니다.

박미희ㆍ자사고 3학년 학부모


눈높이만 높아지는 아이,
어떻게 현실인식을 시켜야 할지

자사고에 진학하면서 아이는 당연히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엔 불리한 내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능도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화만 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대학에 진학한 대부분의 선배들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것을 보니 자신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또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동아리, 창의적 체험활동을 비롯해 각종 교외 대회 등에 참가하는 것이 당연한 학교 분위기에서 아이에게 수능 준비를 하라고 말하면 계속 사이만 안 좋아질 뿐이에요.
2학년이 되면서부터는 활동도 줄이고 실속을 차렸으면 좋겠는데 자신이 처한 현실은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으니 엄마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이미경(가명)ㆍ자사고 1학년 학부모


선택에 대한 만족

원하는 수업 들으며 행복한 아이를 보면 만족스러워요

중학교 때 아이가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왜 이 과목을 배워야 하는가 하는 거였어요. 자신이 흥미를 갖지도 않는 수업을 의무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에 힘들어하더라고요. 이 점이 자사고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합격한 후 제 걱정과 달리 아이는 무척 행복해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예전 같은 성적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들을 심도 있게 학습하고 동아리 활동으로 활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더라고요. 1학기를 지나고 2학기가 되며 점차 심화과목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설레기도 하는 것 같고요. 또한 비슷한 또래 아이들끼리 생활하느라 부딪치는 일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달리 아이는 친구들과 하루하루 재미있게 지내요. 학교생활에 만족해서인지 예전보다 한층 밝아진 아이를 보면 자사고를 선택하길 잘했다 싶어요.

김아현(가명)ㆍ자사고 1학년 학부모


유창한 발표력, 제겐 감동이었어요

얼마 전, 아이가 참가한 대회에 함께 했어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답니다. 중학교 때는 그렇게 말을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거든요.
아이에게 물으니 자신 정도의 발표능력은 보통이라고 하네요.
학교에서 2년을 지내며 많은 시간 토의와 토론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고 정해진 주제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말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네요.
아이는 평소 친밀한 소통으로 신뢰를 쌓은 학생과 선생님들과의 관계는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모두 이해해주고 보다 더 좋은 능력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피드백을 주기에 지금은 발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합니다.

김순희ㆍ외고 2학년 학부모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을 고등학교에서

자사고에 입학한 이후 아이의 진로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뀌더라고요. 이전에는 의사가 꿈이었는데 갑자기 심리학자가 되겠다고 선언하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해보는 이야기지 싶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수업과 책을 읽고 심리학 관련 동아리와 학교 활동들을 해나가며 진로를 굳히더라고요. 고등학교에서 자연계열에서 인문계열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겁이 났지만 인문계열 과목에 대한 기본이 없던 터라 불안하더라고요. 하지만 결국 자신의 뜻대로 심리학과를 고집해 생기부에 본인이 원하는 장래희망을 적어놓고는 준비를 하더라고요. 걱정과 달리 원하는 과를 목표로 해서인지 좋은 결과를 얻은 지금은 과에 대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달리 자신이 이 전공에서 무엇을 어떻게 학습해 나갈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답니다. 만일 다양한 고민이 허용되는 자사고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것은 꿈도 못 꾸었을 거예요.

박현지ㆍ자사고 졸업생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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