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좌고 교환학생 1년 과정 마친 엘레나 푸트]

“한국에서 가장 좋은 곳이요? 물론 일산이죠!”

지역내일 2017-01-13 (수정 2017-01-13 오후 10:21:43)

지난해 3월. 캐나다에서 한국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을 공부하러 온 교환학생 엘레나 푸트. 한국이 좋아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탄 엘레나는 가좌고 2학년 재학생으로서 지난 1년간 한국 문화에 푹 빠진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 모험심 가득한 십대 소녀는 낯선 한국 땅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그녀의 눈에 비친 한국, 한국 문화 그리고 한국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지난 크리스마스 다음날 시내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보았다.



한국어에 매료돼 한국행 결심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사진기를 들이 대니 자연스레 V자를 그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국 여학생이다. 외모만 캐나다인 일뿐 말투며 행동거지 모든 게 한국인과 다름없는 여고생 엘레나. 정말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변화일 것이다.
“캐나다 고교 재학시절 댄스 동아리에서 우연히 한국 노래를 접했는데 그 순간 아름다운 한국어 소리에 매료되었죠. 그때부터 한국에 대한 꿈을 꾸게 된 것 같아요.”
한국행을 결심한 엘레나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 년에 걸쳐 차곡차곡 준비를 해나갔다고 한다. 한국어 공부는 물론 고교 조기 학점 취득까지 만반의 준비를 한 그녀는 지난해 초 ‘월드 헤리티지’ 재단이 지원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최종 통과돼 한국 땅을 밟게 되었다.
일산 가좌고 2학년 1반에 배정된 엘레나는 같은 반 33명의 급우들과 함께 교실 안에서 동고동락하며 사계절을 함께 보냈다. “특정 나라에 관심이 있어서 잠시 들러 구경을 하고 떠나는 것과 그 나라에서 살아 본다는 것은 보고 느끼는 차원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만일 한국에 관광객으로 방문했다면 지금만큼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없었을 거예요.”
아무리 즐거운 맘으로 이국땅을 밟았을지언정 낯선 언어로 고등교육을 받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고교 수업의 어휘가 쉽지는 않았을 터. 엘레나는 “생명과학 같은 수업은 예습과 복습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지만 국어 과목은 조금 어려웠어요. 교과서를 영어로 번역하고 다시 한국어로 옮겨 쓰면서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덕분에 한국어 실력이 처음보다 많이 늘었죠”라고 말한다.
“한국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언어를 통해 한국 문화의 특수성을 느낄 수 있었죠. 캐나다의 경우 다양한 민족이 섞여 몇 개 언어로 소통하지만 한국은 단일민족으로 한국어로만 소통하잖아요. 누구나 하나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 제겐 서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았어요.”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엘레나는 한국인 특유의 ‘정’ 문화를 ‘가족 같다’는 단어를 사용해 자주 표현했다. “캐나다에는 초등학교까지만 존재하는 ‘반’과 ‘담임선생님’이 고교까지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시험을 보고 난 뒤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영화를 보거나 함께 밥을 먹는데 마치 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모든 것이 낯선 나라에서 엘레나가 적응을 쉽게 할 수 있기까지에는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학교 규칙부터 사소하게는 지하철 타는 법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었지만 그때마다 친구들은 기꺼이 엘레나의 도우미를 자처하며 엘레나의 한국 생활 연착륙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설명해 주고 자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는데 그 안에서 저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자기 나라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답니다.”


향학열은 긍정적이나 과중한 학업 부담은 ‘글쎄요’
한국에 오기 전 자유로운 학업분위기 속에서 캐나다 공교육을 받고 온 엘레나. 한국의 고2 교실은 그야말로 입시를 앞두고 경쟁과 긴장감이 가득한 곳일 터인데 적응하는데 문제는 없었는지 궁금했다. 엘레나는 “한국은 기본적으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나라잖아요. 사실 캐나다에서는 이 시기에 배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모른 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그 시절을 그냥 지나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푸시 하는 것에 대해 저는 일부분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이 시기에 가장 다양한 분야의 것을 폭넓게 배우는 것은 사실이잖아요”라며 먼저 좋은 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학업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나 성적이 안 나왔을 때 슬픔에 잠기는 친구들을 볼 때면 마음이 같이 안 좋아졌어요. 학업 압박이 저는 없었기에 그들을 다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늦은 밤까지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의 지친 모습을 볼 때면 뭐라 위로를 해줘야 할 줄 몰라 안타깝기만 했어요. 친구들에게 ‘지금 힘들더라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야!’라고 말하지만 친구들은 그냥 지금이 슬프대요.”


씨 유 어게인! 일산…
지난 1년. 때론 도움을 받고 때론 도움을 주며 그렇게 쌓아 온 우정이지만 엘레나는 아쉽게도 인터뷰를 마친 뒤 나흘 후에 한국을 떠났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배우고 싶은 데 1년이란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져요. 친구들을 비롯해 홈스테이를 통해 만난 가족과도 정이 흠뻑 들었는데 가서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딱 1년만 더 있을 수 있다면…”이라고 눈시울을 붉히는 엘레나.
캐나다에 돌아가면 대학에 응시할 예정인 그녀는 “예전에는 과학이나 간호 쪽을 전공하려 했는데 지난 1년 한국에서의 경험이 제 진로를 바꾸어 놓았어요. 꼭 돌아오고 싶은 나라 한국. 대학에서 영어 교육학을 전공해 다음번에는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한국을 다시 찾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지내면서 가장 멋졌던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엘레나는 일초의 주저함도 없이 ‘일산’이라고 대답한다. “이곳에서 저는 제2의 가족을 만났고 소중한 친구들을 모두 만났어요. 그들과 함께 한 추억이 가득한 이곳 일산이야 말로 제게 가장 아름다운 곳이죠.”


김유경 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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