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서울대 수시 합격자 발표로 바라본 강남 대학입시
강남 입시, 서울대 수치 그 이상의 경쟁력을 볼 것
강남 자연계열 최상위권 의대 선호도 높아 …
강남 고교 서울대 1단계 합격자 수 많다는 점 주목해야
지난 15일 서울대학교 입학처가 2017학년도 서울대 수시 1차 최초 합격자 수를 발표했고, 추가합격도 마무리됐다.
강남 고교들은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대거 배출했다. 강남 자사고는 물론, 강남학교군 26개교 일반고 중 다수의 수시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가 대부분이지만 강남의 입시 경쟁력을 단지 서울대 합격자 수만으로 가늠할 수는 없다. 강남 자연계열 최상위권은 서울대보다 의대 선호도가 높고 서울대를 비롯한 연세대, 고려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의 진학률 등을 총체적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강남 고교 진학 담당 교사들을 만나 서울대 합격자 수 그 이상의 강남 입시 경쟁력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도움말 단대부고 오장원 교사, 반포고 김학현 교사, 상문고 박병준 교사, 서문여고 이효종 교사, 서울고 김철수 교사
양재고 김종우 교사, 중산고 장길재 교사, 진선여고 김태용 고사, 휘문고 심재준 교사
강남서초 고교 서울대 진학 성과 우수
해마다 정시·수시에서 합격자 다수 배출
서울대가 발표한 2017학년도 서울대 수시 1차 최초 합격자 수는 정원 내 지역균형선발전형과 일반전형은 2,270명, 정원 외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 164명이 선발대 총 2,434명이었다. 같은 날 서울대가 발표한 ‘2017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선발 결과’를 보면 합격자 가운데 일반고 출신은 49%, 자사고 13.1%, 영재학교 9.6%, 외국어고 9%, 과학고 6%, 자공고 3.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전국 일반고 중 서울고가 15명으로 가장 많은 수시 합격자를 배출했고, 상문고 10명(추가합격 1명 포함), 단대부고와 반포고가 각 9명을 배출하며 상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강남서초지역 대다수 고교들이 다수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강남의 입시 경쟁력은 서울대 수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물론 전국 고교들 중 강남 자사고와 강남 일반고에서 서울대 수시와 정시를 포함해 해마다 한 학교당 10여 명에서 많게는 30여 명까지 서울대 합격자 수를 배출하고 있지만 이는 강남의 입시 전반을 들여다보기엔 반쪽짜리 거울에 불과하다.
2019학년도까지 의대 정원 확대
강남 자연계열 최상위권 의대 선호도 높아
강남·서초지역 고교들은 문·이과 반 비율을 봤을 때 자연계열 학생 수가 더 많은 학교들이 많고, 여고 역시 해마다 이과 반의 수가 늘고 있는 추세(2016학년도 강남·서초지역 고교 문·이과 현황-강남서초내일신문 733호’ 참조)이다. 사회적인 자연계 쏠림 현상뿐 아니라 2019학년도까지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서 강남 자연계열 최상위권의 의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휘문고 심재준 교사는 “인문계와 달리 자연계에서는 서울대보다 의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 자연계에서 서울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과학탐구에서 Ⅱ과목을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데 Ⅱ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이 줄어드는 것이 이것을 반증한다. 자연계열 학생이 많고, 이 중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많은 강남지역 고등학교에서 서울대 입시결과를 가지고 학교의 수준을 판단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020학년도 입시부터는 출산율과 맞물려 수험생 전체 인원수가 줄어들고 의대 입학정원에 변수가 생기면 의대를 목표하는 학생 수도 조금은 변화가 생길 수는 있다.
진선여고 김태용 교사는 “2019학년도 입시까지는 의대 입학정원이 증가하기 때문에 의대 열풍이 일고 있지만, 2020학년도 입시 이후 입학정원이 감소한다면 의대 열풍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강남지역 학생들은 서울대 수시 1단계에 합격하고도 수능을 잘 봐서 정시에 의대를 지원할 정도의 성적이 나와 서울대 일반학과 진학을 포기하고 면접을 보러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계열이 강세인 강남 과학중점학교인 서울고와 반포고는 서울대 수시 합격자 수도 많지만,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 수도 많다고 말한다.
서울고 김철수 교사는 “전교권 학생 4~5명이 모두 의대만 지원했다는 점도 강남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선호도를 엿볼 수 있다. 아마도 서울고뿐 아니라 강남·서초지역 고교 최상위권 학생들은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고 김학현 교사는 “지난해 반포고는 의대만 20명이 합격했다. 해마다 서울대 의대를 1~2명씩 보내고, 연·고대 등 주요 의대 합격자 수도 많은 편이다. 서울대 합격자 수도 해마다 늘고 있지만 반포고는 3학년이 11개 학급으로 다른 강남서초 지역 고등학교보다 학생 수가 적은 편이라서 학생 수 대비 의대 및 서울대 합격자 수를 본다면 입시 경쟁력이 매우 높다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의대 합격자를 다수 배출한 단대부고 역시 마찬가지다. 단대부고 오장원 교사는 “서울대 수시 1단계 합격자 중 정시에서 의대를 지망하기 위해 면접을 보지 않는 학생도 꽤 된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은 의대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올해 서울대 수시 합격자 수가 9명이고 정시를 포함하면 지난해처럼 20명을 훌쩍 넘으리라 예상되지만 의대 합격자 수를 포함한다면 서울대 수치 그 이상의 입시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 고교 서울대 1단계 합격자 수 의미
강남의 수시 경쟁력 엿볼 수 있는 척도
강남의 입시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서울대 1단계 합격자 수의 의미다. 오직 서류전형으로만 선발하는 만큼 강남의 수시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셈이다.
중산고 장길재 교사는 “올해 중산고 1단계 합격자는 총 17명이었다. 1단계는 서류전형으로 선발하는 것이므로 학교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으므로 1단계 합격자 수가 지닌 의미를 바로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해마다 1단계 합격자 수가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강남지역 고교들의 1단계 합격자 수가 많다는 점은 입시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대부고 오장원 교사는 “단대부고는 1단계에서 15명이 합격했고, 우리 학교뿐 아니라 강남지역 고교 대부분 1단계 합격자를 다수 배출했다. 단대부고의 경우, 자기소개서 지도 등 수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올해도 고1, 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쓰기 대회 참가자 전원에게 자소서 특강과 1차, 2차에 걸쳐 1시간씩 총 2시간의 1:1 컨설팅을 진행했다. 본선에 진출한 학생은 3차 1:1 컨설팅을 받는 등 사교육이 아닌 학교에서 수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강남구청과 서울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의 협조로 입시 설명회와 개별 컨설팅을 하는 등 서울대뿐 아니라 수시 전반에서 좋은 입시성과를 낼 수 있었다. 특히 다른 지역은 지역균형을 제외하고 일반전형 합격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미루어 본다면, 강남지역 고교들의 수시 경쟁력은 매우 높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울대를 지원하는 강남 학생 중 상당수 학생이 1단계에 합격한다는 점도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남의 입시 저력이다.
상문고 박병준 교사는 “지역균형으로 서울대를 지원한 다른 지역 학생들은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해 불합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하지만 강남지역 고교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거의 없다. 서류전형만으로 선발하는 1단계 합격자 수는 강남 학생들의 실력이 우수함을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양재고 김종우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늘면서 강남 학교가 내신이 불리하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반면에 장점도 많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면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우수하고, 학생들 역시 학교 활동에 대단히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올해 양재고는 1단계에서 14명이 합격했다.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학생의 참여도가 낮다면 ‘학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양재고뿐 아니라 강남지역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열의와 하고자하는 의욕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 속에서 자신의 소질을 계발하고 실력을 쌓아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강남은 학교와 학생 모두 수시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주요 상위권 대학까지 포괄적으로 판단
강남의 논술 경쟁력도 주목해야
강남의 입시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려면 서울대 합격자 수뿐 아니라 주요 상위권 대학의 진학 실적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서문여고 이효종 교사는 “진학을 중심으로 학교경쟁력을 평가할 때 서울대 합격수로만 판단해서 안되는 이유는 또 있다. 강남서초의 일반고들이 서울대 외에도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와 여고에서 많이 선호하는 이화여대까지 포함해 상위권 대학의 수시 합격자 수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수치 그 이면에서 더 많은 진학 성과를 내고 있는 강남 고교들의 경쟁력에 주목해야 한다. 수시뿐 아니라 정시 경쟁력도 우수한 학교들이 많으므로, 강남의 입시에 대해 포괄적인 시각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강남의 논술 경쟁력 역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대학에서 해마다 논술전형을 축소하고 있고 2018학년도부터는 고대 논술전형이 아예 폐지돼 강남 학생들에게도 큰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강남에서는 여전히 논술전형이 매력적이다.
상문고 박병준 교사는 “논술전형 축소와 상관없이 강남 학생들의 주요 상위권대 논술 합격자 수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 대학에서도 논술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의 실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다른 지역과 달리 논술에서 강세를 보이는 강남 학생들의 우수함을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서울대 수시 2등급 대가 합격 마지노선
학교 서열화 아닌, 강남의 우수한 입시 환경 주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합격자 수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울대 실적만으로 학교를 판단할 수 없고, 학교 서열화는 이제 더 이상 교육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교사들의 생각이다.
휘문고 심재준 교사는 “특히 강남에서 자사고든 일반고든 서울대를 수시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내신이 2등급 대는 되어야만 한다. 이는 강남 학생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이 서울대에 관심을 가지지만 90%의 학생과 학부모는 서울대와 관련이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서울대 합격생을 기준으로 한 학교 서열화보다 학교와 아이가 성향이 맞는지, 선생님과 아이의 관계가 좋은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는지, 지금 아이는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조언했다.
강남 학생과 학부모의 긍정적인 학구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고 김철수 교사는 “학교의 차이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남·서초지역 어느 학교든 그 학교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를 뿐 기본적으로 강남의 학부모들은 잘하는 아이만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성적이 미진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단순 입시결과로 봤을 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 출발선이 달라지더라도, 나중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울대, 연·고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제자들도 꽤 된다. 그런 면에서 강남의 입시 경쟁력을 단순 진학 성과로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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