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 인구가 어느덧 100만을 훌쩍 넘겼다. 늘어난 인구 수 만큼 시민들의 욕구 또한 다양해졌다. 사람들의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특히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아쉽게도 고양시의 문화 인프라는 아직 욕구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에 꽃보다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를 꿈꾸며 생활 속 문화를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는 지역 예술가들이 있어 화제다.
생활 속으로 들어 온 문화를 만나다
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은 고양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지역 예술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이다. 올해 초 작곡, 공예, 그래픽디자인, 사진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좀 더 재미있는 예술을 함께 벌여보자’며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협동조합 ‘별책부록’. “어릴 때 잡지 또는 책을 사면 부록으로 주던 별책부록 기억하시죠? 본 책보다는 별책부록이 더 갖고 싶었던 기억 한번쯤 있을 거예요. 비록 메인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별책부록처럼 그런 재미있는 문화 작업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짓게 되었답니다.” 강상구 이사장의 말이다.
‘별책부록’ 사람들은 모든 시민들이 예술을 보다 쉽고 가까이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이를 위해 이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예술 활동으로 구현될 수 있는 ‘문화를 기획’ 하고 ‘생활문화예술’ 활동에 동참할 시민 예술가들을 발굴한다. ‘생활문화 예술’ 그리고 ‘문화를 기획한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개념들이다. 하지만 사실 서울이나 성남 등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생활문화예술’은 지역민의 일상에 자리 잡고 있는 예술 활동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10대부터 60대의 다양한 직업군들이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195개 생활 오케스트라를 연합한 순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결성해 한 무대에 올려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문화기획’이 예술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 ‘생활문화예술’로 꽃피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별책부록’이 꿈꾸는 고양시의 생활문화예술도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보통 문화기획이라고 하면 무대 공연 같은 것을 떠올립니다. 현재 우리 지역의 문화기획은 대규모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연들에 집중되어 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문화기획은 생활 속에서 모든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생활예술
‘별책부록’이 올해 기획한 ‘수작부리다’라는 프로젝트는 그들이 만든 대표적 생활문화 문화기획 작품 중 하나.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 나무, 그림책, 천, 놀이감 등을 이용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5~6주에 걸쳐 공동으로 예술 작업을 벌이는 활동이다. 주민 참여형 예술 활동이라는 신선한 기획은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민들은 생활 속 물건을 활용하여 악기로 재탄생 시키거나 버려진 가구들을 이용해 새로운 소품으로 변신시키는 작업들을 한다. 못 쓰게 된 그림책을 새로운 책으로 변신시키기도 하고 헌 옷을 이용해 새로운 천 공예품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고양시민 가운데 생활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수작 부리다’는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술인들의 재능 기부로 참가비용은 무료. ‘별책부록’은 지난 9~10월 두 달에 걸쳐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한 바 있는데 그 반응이 기대이상으로 뜨거웠다고 한다.
“작업에 참여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취미로 예술을 하고 싶거나, 생활 때문에 잠시 예술에 대한 열정을 미뤄두셨던 분들입니다. ‘작업에 참여하면서 잊고 있었던 과거의 나를 발견하게 된 것 같았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끼죠”라고 말하는 강상구 이사장. ‘별책부록’은 올 한 해 동안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도서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가져가 지역민들에게 선물했다. 이번 달 10일과 17일에는 고양생활문화센터와 함께 청소년과 아빠가 함께하는 ‘나무 수작’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나무 상자와 ‘까혼’이라는 악기를 부모와 아이가 직접 만들어 보게 하는 뜻 깊은 시간도 가졌다.
그들의 참신한 기획력이 알려지면서 외부에서 기획을 요청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한다. 다양한 문화기획 콘텐츠를 매칭 상담해 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뇌병변 자녀를 둔 부모들과 함께 한 인형극 제작이었는데 기획자와 부모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소통하며 수개월에 걸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였다.
시민도 예술인이 될 수 있다
문화기획사업 이외에도 ‘별책부록’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일반 시민들 가운데서 예술인들을 발굴하는 일이다. ‘생활체육처럼 문화 활동도 일상이 되는 시대를 열고 싶다‘라는 의지를 갖고 있는 이들. 앞서 언급한 서울시 순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처럼 이들은 문화예술 동아리를 단순 모임에서 창작활동이 가능하도록 작품을 설계하고 기획, 멘토링 하는 일을 지원할 계획이다.
생활예술 활동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모아 그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일도 진행 중이다. 실례로 지난 가을 ‘별책부록’에서 ‘수작부리다’ 6주 과정을 마친 사람들 중 몇 명은 일명 ‘생활문화 디자이너’(일종의 문화예술 매개자)로 활동하며 생활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분들은 보통 관내 초등학교 또는 도서관 등에서 ‘별책부록’에서 배운 것을 활용, 거기에 자신의 창의성을 가미해 다양한 생활문화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강조하는 박미숙 조합원.(책 놀이터 작은 도서관장)
박 관장은 “예술이란 것이 시간과 노동, 돈을 투자해서 나오는 결과물이 아닌 나의 열정과 꿈을 투자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었으면 해요. 생활 속에서 예술을 놀이처럼 할 수 있다면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보다 재미있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서울시와 경기도 일부 자치단체처럼 고양시도 정책적으로 생활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일반인들도 쉽게 문화예술 활동을 즐기고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별책부록’은 내년에도 지역 주민들 속 깊숙이 들어가 생활문화예술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문화기획이나 해당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분은 ‘별책부록’(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583-10 연락처: 031-968-0504)을 방문할 것을 권한다.
김유경 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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