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둘째, 넷째 수요일 고양 포돌이 안전 도서관 내 안전교육장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바로 아동실종 예방을 위한 어린이 인형극 ‘길을 잃어도 문제없어!’가 그것이다. 지난 5월 첫 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껏 스무 차례 넘는 공연을 한 이들은 어린이 인형극 자원 활동 동아리 ‘인형극 하는 날’ 회원들. 인형극에 대해 처음 배우고 직접 무대에 올리기까지 힘든 점도 많았지만 내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과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뿌듯함으로 즐겁게 할 수 있었다는 그들을 12월의 마음씨에서 만났다.
인형극 배우고 인형극 공연까지
선생님의 인도를 받으며 고양 포돌이 안전 도서관 안전교육장으로 들어서는 아이들. 12월 14일 오늘은 ‘인형극 하는 날’의 2016년 마지막 공연이 있는 날이다. ‘길을 잃어도 문제없어’라는 동명의 책을 기반으로 각색한 아동 실종 예방 목적의 특히,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다.
무대 앞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자 산타 모자를 쓴 선생님이 나와 공연을 관람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알려주시고 바로 불이 꺼졌다. 인형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며 극이 시작되자 모두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0여분의 공연이 끝나자 무대 뒤에서 나와 각자 연기한 인형을 들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주는 배우들. 아이들의 함성과 웃음이 이어졌다.
오늘 이렇게 멋진 공연을 보여준 이들은 인형극 자원 활동 동아리 ‘인형극 하는 날’의 소속 회원들. 올해 초 고양 포돌이 안전 도서관에서 열린 인형극에 대해 배우고 직접 인형을 만들어보는 수업에 참여한 주부들이다. 처음부터 공연을 위해 모이진 않았지만 인형극에 대해 알게 되고 또 인형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 공연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침 도서관의 취지와 맞는 아동 실종 예방을 위한 공연을 진행하면 어떻겠냐는 건의로 준비가 시작됐고, 두 달 동안 대본 작업부터 인형과 무대 만들기, 대본 읽기 연습과 녹음 그리고 실제 인형을 움직이며 하는 무대 연습까지 강행군이 이어졌다.
아이들 위해 열심히, 즐겁게 준비한 공연
처음 모집된 동아리 회원은 12명.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는 인원은 모두 6명이다. 모두 인근 지역의 주부들로 아이를 위해, 내 아이와 같이하고자 인형극 수업을 듣게 되었고 공연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배우는 인형극과 인형 만들기 수업은 새롭고 재미있었지만, 공연을 위한 준비는 쉽지 않았다고. 대본 각색부터 무대와 인형 만들기는 직접 손으로 해야 해 일이 많았고, 처음 해보는 목소리 연기와 그 목소리에 맞춰 인형을 움직이는 일은 처음에는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자신 없고 떨리는 일이었단다. 하지만 같이 참여하는 회원들끼리 마음을 맞추고 서로 도우면서 연습하다 보니 점점 수월해졌고 책임감과 함께 열의가 샘솟기 시작했다고 한다.
“첫 공연은 정말 떨렸죠. ‘우리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수없이 생각했지만, 무사히 해냈고 그 다음부터는 점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인형극을 보며 많이 웃고 좋아하는, 공연이 끝난 후 질문에 대답도 척척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참 뿌듯했어요.”
내년에는 보다 많은 관객 만날 수 있기를
오늘로 ‘인형극 하는 날’의 2016년 공연은 모두 마무리됐고 2017년 3월부터는 2기 회원을 모집, 새로운 공연을 준비해 올릴 예정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인형극과의 만남으로 8개월간 힘들지만 즐겁게 달려왔다는 그들. 내년에는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완성도 높고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 인형극을 만들어보고 싶단다. 또한, 현재는 공연이 평일 오전이라 미취학 어린이들만 단체로 관람이 가능한데 공연시간을 옮겨 다른 연령의 아이들이나 가족이 함께 볼 기회도 마련하고 싶고, 차량이 없어 공연을 보러오기 힘든 어린이집 아이들이 공연을 보러올 수 있도록 지원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아이를 위한 마음과 인형극에 대한 소소한 관심으로 시작됐지만 ‘인형극 하는 날’ 회원들에게 인형극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생활의 활기와 보람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존재다. 2017년에도 늘 그 자리에서 인형을 들고 환하게 아이들을 맞이할 그들의 무대가 그려진다.
Mini Interview
“딸아이가 시집갈 때가 돼서 그런지 아이들이 예뻐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공연에 참여하게 됐지요. 젊은 나이의 회원들과 같이 작업하고 공연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고 모이는 날이 자꾸 기다려졌습니다. 예산이나 여러 여건이 더 좋아져 ‘인형극 하는 날’이 2기, 3기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행신동 김옥희 주부-
“발도로프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를 위해 인형 만드는 수업을 듣게 됐고 공연이나 봉사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인형극 공연을 하면서 손으로 인형을 움직여 인형의 몸짓과 행동만으로도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또, 집에 있는 아이들이 대본을 줄줄 외울 정도로 좋아해 줘서 참 뿌듯했습니다.”
-행신동 명형진 주부-
“처음에는 단순히 인형 만드는 것과 인형극에 대해 배워서 아이들이 크면 같이 봉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좀 낯을 많이 가리는데요, 같이 작업하면서 회원들에게 힘도 많이 받고 공연을 보면서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무대에 설 때면 떨리지만, 자꾸 인형극 하는 날이 기다려져요.”
-화정동 신규옥(동아리 회장) 주부-
“올 초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습니다. 매주 뜻이 맞는 사람들과 무엇인가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이 좋고 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내년에는 우리 공연이 더 많이 알려져 많은 아이들이 함께 관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토당동 최경화 주부-
“공연을 위해 8개월 동안 매주 고정된 시간에 매여 있는 것이 때로 힘들기도 했지만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많이 배웠다는 것에 참 뿌듯한 생각이 듭니다. 아마 혼자였다면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역시 여럿이 모여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 이룰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렇게 하다보면 나중에 10년 후엔 상설 소극장 하나 만들어 공연 할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 그랬으면 좋겠어요.”
-행신동 이종원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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