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봉사활동의 수혜자뿐 아니라 봉사자의 입장에서도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가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의 엔도르핀이 샘솟는다. 아이들 키워 놓고 엄마나 아빠만 하는 자원봉사는 그만. 가족이 함께 할수록 더욱 큰 기쁨과 보람으로 돌아오는 가족봉사단이 있다.
이웃끼리 만남의 자리 마련하고자 시작해
아파트 울타리를 경계로 보면 단지 안쪽은 전문 업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리정돈이 잘 돼 있는 반면 울타리 바깥쪽은 제각각이다. 과자 봉지나 담배꽁초, 유리조각 등이 함부로 버려져 있어도 누구 하나 줍는 법이 없다. 쓰레기를 주우려 해도 버릴 데가 마땅찮아 불편한 시선으로 넘어가기 일쑤다. 이런 상황을 수차례 겪으며 나름의 해결책을 찾은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가람마을 7단지 가족봉사단(단장 방수진)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사는 게 너무 삭막하다고 느꼈어요. 이웃 간에 만날 일도 거의 없고, 길에서 마주쳐도 모르는 타인처럼 지나치게 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자란 방수진 단장은 마을 공동체 행사가 많았던 미국 생활을 떠올리며 ‘우리 마을에도 이웃들의 자발적인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파트 주변 환경을 가꾸기 위해 가족단위 봉사단을 시작하며 방 단장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 봉사점수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미국에는 자원봉사기관이 워낙 다양하고 많아서 아이들이 자기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학생들이 봉사활동단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가족봉사단의 활동을 봉사점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어요.”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봉사활동
가족봉사단의 장점은 무엇보다 온 가족이 함께 봉사한다는 점이다. 2015년에 창단된 가람마을 7단지 가족봉사단은 아이들부터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 아파트 울타리를 넘어 단지 인근에 위치한 한글공원과 지산초등학교, 멀리 운정역까지 환경정화활동을 한다. 날씨가 좋은 봄, 가을에는 격주에 한 번씩 모이고, 요즘처럼 궂은 날씨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주변 환경을 정리한다.
유독 눈이 많이 오는 파주지역에서는 눈 오는 날이면 아파트 관리업체 직원들이 총동원되어도 눈 치우기엔 역부족이다. 가족봉사단의 진가는 바로 이럴 때 발휘된다. 아파트 안내방송이나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오면 각 가정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나와 눈 치우기에 동참한다. 눈 치우기를 일로 생각하면 중노동이지만 아이들처럼 놀이로 여기면 한겨울에 땀을 내며 놀 수 있는 재미가 생긴다.
가람마을 7단지 가족봉사단의 활동은 우리 동네 가꾸기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파주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주최하는 대규모 봉사활동이나 이웃 마을 봉사단이 주최하는 행사가 있으면 가족봉사단은 그곳으로 달려가 일손을 보탠다. 가끔은 여러 봉사단끼리 연계해 운정 신도시에 위치한 호수공원이나 건강공원의 환경정화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공공주택봉사단 우수 프로그램 공모전에 선정돼
가람마을 7단지 가족봉사단은 지난 1년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파주시가 주최한 공공주택봉사단 우수 프로그램 공모전에 선정됐다. 공모전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가족봉사단은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이 모여 즐길 수 있도록 아나바다 장터를 개최했다. 집에서 쓰지 않는 옷가지나 책, 장난감 등을 교환하는 물물교환장터를 열고 간단한 스낵과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며 이웃 간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날 동네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성금은 인근 지산초등학교에 전달됐다.
“지금은 주로 우리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 많지만 내년에는 지역사회로 범위를 넓히려 합니다. 자원봉사자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낙후된 동네를 찾아가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봉사활동을 추진하려고 해요.”
1년간의 활동을 정리하며 내년을 기약하는 방수진 단장의 다부진 각오다.
<미니 인터뷰>
방수진(34세・가족봉사단 단장)씨
가족봉사단을 하면서 이웃들과 친해지고 소속감을 느끼게 됐어요. 아파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밀집돼 살아가다보니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웃주민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성복씨(65세)
겨울에 눈을 치울 때 아이들이 함께 나와서 재미있게 참여하니까 보기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을 하면서 봉사의 참 의미를 깨달으면 나중에 커서도 봉사에 참여하는 어른이 될 수 있겠죠.
정태준(14세・한가람중 1학년)군
처음엔 단순히 학교 봉사점수를 채우기 위해 시작했지만 여기 저기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면서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길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 아파트 단지의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학교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단지 내에서 하는 봉사는 내 의지로 스스로 참여한다는 점이 참 좋고, 가족들과 함께 하니 더욱 뿌듯한 것 같아요.
강석진(45세)씨
날씨가 좋을 때는 많은 가족들이 참여하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참여율이 적어질 때는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나면 그때만 느낄 수 있는 후련함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봉사하러 가자고 하면 나갈 때는 ‘또 나가?’라고 투덜대다가도 정작 나가보면 아이들이 더 신나합니다. 길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서로 주우려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참 귀여워요.
김향의(40세)씨
예전에는 우리 동네라는 의식이 있었지만 요즘은 마을 공동체 의식이 약해진 것 같아요. 우리 아파트 가족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우리 동네라는 의식이 생겨서 좋아요. 평소에 자원봉사에 관심이 많은데 봉사할 거리를 찾기가 어려웠어요. 가족봉사단이 봉사할 거리를 찾아주고 저는 동참만 하면 되니까 편합니다. 앞으로는 다른 마을을 위해서도 봉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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