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7일에 2017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작년 쉬운 수능인 이른바 ‘물수능’이 치러진 뒤라 예측이 불가능한 시험이었다. 결과를 열어보니 전 과목 골고루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불수능’이었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던 이번 불수능 시험을 지켜보면서 이제 내년과 내후년 격변하는 수능 시험을 치러야 하는 예비 고2와 예비 고3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보살펴야 하는 학부모들의 착잡한 속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마곡동 박순영 (예비 고3 학부모)
“재수생이 쌓여 우리 아들과 함께 시험을~”
이번 수능이 어려웠다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이쿠~ 재수생이나 반수생들이 쌓이겠구나 하는 거였어요. 소식을 들으니 전국단위 자사고 학생들은 벌써 이번 수능의 가채점이 끝나는 순간 재수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잘하는 상위권 학생들이 재수를 많이 결심하면 내년에 우리 아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게 될 텐데 경쟁률은 올라가고 시간에 쫓기는 고3 현역들에게는 매우 불리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또 내년부터는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돼요. 이번에 어려웠던 영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이과생들이 많이 재수를 선택할 것 같아서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입니다. 아무래도 재수생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이것저것 챙겨야하는 현역 고3들에 비해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있잖아요. 재수생에 발목 잡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번 겨울 방학을 이용해 아들의 공부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 같아요.
목동 김은미 (예비 고2 학부모)
“문과 수학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혼란이~”
아들은 문과생으로 신문방송학을 전공으로 준비 중입니다. 이번 수능에 문과 수학인 수학 나형이 엄청 어려웠다는 기사를 읽고는 어찌나 근심이 되는지 수학학원에 연락을 해 따로 상담을 받았어요. 아들이 영어나 국어는 안정적인 점수가 늘 나오고 있어서 다행인데 수학이 늘 아킬레스건이거든요. 시험 때 1번부터 본인이 잘 아는 문제가 나오면 마지막 문제까지 잘 풀리는 편인데 1번 문제부터 꼬이면 수학 시험 전체를 망치게 됩니다. 이번 수능 시험처럼 수학 나형의 1등급 컷이 90점도 안되게 어려워 버리면 우리 아들은 시작부터 어지러워 오면서 제대로 손도 대지 못할 것 같아요. 이번 겨울 방학에 수학 학원을 하나 더 다니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겠다는 다짐을 받아냈습니다. 그래도 너무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화곡동 김순남 (예비 고3 학부모)
“탐구과목의 선택에 결정 장애가 와요”
딸은 이과생인데 탐구과목을 아직 확정짓지 못했어요. 모의고사가 나오는 걸 보면 두루두루 네 과목이 비슷해서 이번 수능 시험을 경험삼아 풀어보고 결정해보자고 했는데 선택한 두 과목의 점수가 좋지 않네요. 이제 과학탐구 과목들은 일정한 수준으로 올라 어렵게 굳어진 것 같아요.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표준점수가 바뀌면서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선택을 하는데 장애가 옵니다.
특히 점점 지구과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데 약학과를 생각하고 있는 우리 딸의 전공 적합성과는 차이가 있을 것 같아 고민이 됩니다. 이번 2017년 수능시험에서도 지구과학 과목의 인기가 매우 높아졌더라고요. 난이도가 전체적으로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투자하는 공부 시간이 훨씬 적고 내용이해도 빠른 과목으로 알려진 지구과학을 선택해야 하는지 이번 수능 이후 더 고민이 됩니다.
신정동 조미화 주부(예비 고2 학부모)
“수능의 변별력이 생겨서 좋아요”
작년 수능의 경우 ‘물수능’으로 너무 쉬워서 상위권은 상위권대로 한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훌쩍 떨어지고 중하위권은 쉬운 중에도 상위권에 등급이 많이 밀려 한 문제 차이로 등급 간의 차이가 많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올해 불수능이 오히려 상위권이나 중하위권 모두에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위권의 경우 시험을 잘 본 친구들과 그렇지 못한 친구들 간에 확실한 변별력이 생겨 등급 간에 확실하게 구분이 되어지는 상황이 차라리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특히 중하위권의 학생들 입장에서는 너무 쉬워서 오히려 등급이 낮아지는 것 보다 모두가 함께 어려운 시험에서의 등급이 오히려 평소보다 잘 나올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해요.
가양동 박진희 (예비 고3 학부모)
“국어 공부시간을 배로 늘려야 겠어요”
평소 학교 내신 시험 때 국어 공부는 늘 뒷전이던 딸 때문에 걱정이 돼요. 작년 수능에 이어 올해 수능도 국어 시험이 당락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니 미뤄둔 국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잠이 안 옵니다. 특히 하나의 지문이 2500자가 넘게 나오는 상황에서 책읽기도 매우 싫어하는 딸에게 문제의 지문을 독해하는 훈련이 얼마나 필요할지 모르겠어요. 어렵기도 하지만 올해도 여지없이 기존에 보지 못한 신유형의 문제들이 나왔다는데 기존의 문제집에서도 볼 수 없는 문제들이라니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학원에만 의지하고 다니는 것이 옳은지 시중의 매일 보는 지문 독해 문제집도 몇 권씩 풀어봐야 하는 건지 속 시원한 해답이 없네요. 아주 어릴 때부터 지속적인 독서를 하면서 읽는 훈련을 했어야 하는 건데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신정동 김남희 주부(예비 고3 학부모)
“닫힌 도시락 통도 다시보자”
이번 수능시험장안 도시락 가방 안에서 울린 엄마의 휴대폰 때문에 시험을 보지 못하고 집으로 가야했던 수험생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울컥했어요. 그 수험생의 엄마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매사에 깜박깜박하는 저는 더 주의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아들의 방이나 책을 정리할 때는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매년 수험장에 경찰차를 타고 오토바이를 타고 급하게 도착하는 수험생들이 있고 몸이 아픈 수험생이 병원에서 시험을 치른다는 기사를 읽어도 마음이 아픕니다. 제발 우리 아들이 아무 일 없이 1년 잘 준비해서 시험장 안까지 별 탈 없이 도착해 시험을 잘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더불어 이번 시험처럼 어려운 시험을 1교시 시험지부터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긴장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 할 수 있는 훈련을 많이 시켜야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