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은 11월 한 달 동안 관내 몇몇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동물매개 생명존중 교육 Healppy(Healing+Happy) Dog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생명존중 교육의 현장인 가좌초등학교(교장 우국환)를 다녀왔다.
반려견과 친구 되기
‘왈왈!’, ‘멍멍!’ 가좌초 3학년 6반 교실에 때 아닌 강아지 친구들이 나타났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에 강아지도 즐거운지 연신 꼬리를 흔든다. 오늘은 강아지 마니(8~9개월)와 우니(6개월)와 함께 하는 생명존중 교육이 있는 날. 아이들은 두 시간 동안 강아지를 안아주거나 간식 등을 나눠 주며 친해지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오늘 두 시간 동안 수업을 맡을 선생님은 전문 청소년 상담사와 동물 매개 상담사 두 분. 아이들은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은 물론 친구들을 이해하고 소통을 잘 하는 법도 배울 예정이다. 육근창 상담사(육구애견훈련학교 소장)는 우선 아이들에게 마니와 우니를 소개한다.
“강아지와 인사를 나눌 땐 먼저 손을 강아지 코앞에 대주세요. 강아지에게 먼저 냄새를 맡을 시간을 주는 건데요 일종의 허락을 받는 과정입니다. 강아지가 좋아하면 천천히 다가가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쓰다듬어 주세요!”
육근창 상담사는 강아지와 인사 나누는 법을 비롯해 반려견 감정 알아보기, 반려견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며 이를 통해 반려견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반려견은 사람보다 몸집이 작아요. 큰 목소리나 큰 몸짓을 무서워해요. 대신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움직여 주세요.” 처음엔 호기심으로 흥분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강아지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따뜻한 손길로 몸도 쓰다듬어 준다. 무서워 다가가지 못했던 아이들도 상담사의 말을 듣고 용기를 내 마니와 우니 곁으로 한 걸음 성큼 다가간다. 반려견을 키워보지 못해 동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어떻게 응대할지 몰랐던 아이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친구와 더 가까워지는 소통법
반려견에 대한 이해와 교감의 시간이 마무리 될 때면 다음은 청소년 상담사인 김태경씨(루터대 교수)가 이어 받는다. “강아지라는 동물 매개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면서 더불어 나와 타인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는 기회를 갖습니다. 강아지를 배려해 주며 따뜻하게 대했듯이 옆에 있는 친구들의 마음이나 생각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이번 교육의 또 다른 목적입니다”라고 강조하는 김씨.
아이들은 강아지와 나누웠던 대화 소통법을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에 적용해 본다. 명령어 보다는 다정한 목소리로 친구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법.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듣고 싶은 말을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갖는다.
“누군가가 내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 힘이 되었나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친구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모두 알 수 있겠죠? 자, 친구들에게 한 마디씩 이야기를 전달해 봐요.”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작은 메모지에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써내려 간다. ‘친구야! 모두 잘 될 거야. 괜찮아!’, ‘힘내라 친구야!’ ‘넌 잘 할 수 있어!’, ‘넌 정말 잘했어!’ 초등 3학년생이 나누는 격려의 메시지가 생각보다 진지하고 속 깊다.
이번 Healppy Dog 프로그램은 경기도교육청이 ‘나눔 바이러스’(대표 신효진)와 협력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생명존중뿐만 아니라 학생들 간의 의사능력 소통을 향상시키는데 기대를 모으고 있다. 11월 한 달간 오마초를 비롯해 한뫼초, 삼송초, 가좌초 등 도내 일부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차례 모두 4시간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동물보호와 생명존중, 소통법 등을 배울 수 있었던 알찬 시간. 내년부터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 범위를 더욱 넓혀갈 예정이라고 한다.
오다솜 학생
“처음엔 강아지가 물까봐 무서웠는데 조금씩 다가가니 귀엽고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네요.”
김강민 학생
“동생이 강아지를 무서워해서 못 봤는데 이번에 학교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직접 만져보고 같이 얘기를 한 것 같아 좋아요.”
조하윤 학생
“어릴 때 개에 물려서 무서웠는데 오늘 이후로 강아지가 더는 안 무서울 것 같아요. 강아지를 만지는 법과 대하는 법을 배우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최근영 학생
“유기견 동영상을 보고 감동 받았어요. 강아지의 표정과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기분이 따뜻해 졌어요.”
김태경 전문 상담사(나눔 바이러스·루터대 교수)
‘Healppy Dog’은 경기도교육청이 전문 심리 상담 교수진 등으로 이뤄진 ‘나눔 바이러스’와 협력하여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김태경 상담사는 “Healppy Dog은 학생들이 훈련된 매개견을 직접 만져보면서 동물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더불어 건강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라고 말한다.
“상담심리의 경우 음악, 미술 심리 치료 같은 개인 상담도 좋지만 상호작용을 통한 집단 치료가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그런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라고 말한다. ”매개견으로부터 시작해 ‘나’, ‘친구’로까지 점점 대상을 확장해 자신과 상대의 입장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경험을 하는데 아이들의 집중력과 참여도가 매우 높아 큰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김유경 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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