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놀자~.”
이 한 마디가 신호였다. 먹던 밥을 크게 한 입 우겨넣고 뛰쳐나가서는 곧 다른 친구 집에 가서 함께 목청을 돋웠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무리가 되면 천당과지옥 고무줄놀이 얼음땡놀이 등 한판이 벌어졌다. 굳이 부르러 다니지 않아도 공터에 가면 늘 아이들이 있었다. 놀이는 일상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학교가 끝나면 대부분 학원을 가니 모여 놀 시간이 없다. 시간이 난다 하더라도 이내 핸드폰을 잡아들거나 컴퓨터를 켠다. 죄다 자신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말 한 마디 하지 않거나, 아예 만나지 않고 온라인으로 소통한다. 놀이에 소통이 사라지고 진짜 재미가 무엇인지도 잊힌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놀이의 중요성이 새삼 떠오른다. 놀이는 재밌는 시간인 동시에 함께 어우러져 살아감을 알게 하는 생활 속 기반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움직임은 교육현장에서도 나타난다. 학교들이 점차 놀이의 의미를 받아들이며 학생들에게 재밌는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교육적 효과를 꾀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놀이를 교육현장에 적극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부터 ‘쉼(,)이 있는 행복놀이(이하 행복놀이)’를 운영해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하려는 의지를 보이며, 충남도내 14개 시군별 초등학교 1개교씩을 거점학교로 지정해 행복놀이의 정착과 확산을 위해 노력한다. 천안은 천안신촌초등학교가, 아산은 인주초등학교가 행복놀이 거점학교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9월 22일에는 행복놀이 거점학교 협의회를 개최해 그동안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며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모색했다.
놀이 통해 함께하는 즐거움과 배려 익혀
초등학교 6학년 김민주양은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 놀이수업을 하면서부터다. 월 1회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한 시간 정도 진행하는 놀이시간에는 공기놀이, 제기차기, 달팽이 등을 하고 반 대항으로 팔씨름도 연다. 끼리끼리 모여 놀다 반 친구를 응원하다 보면 수업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시간이 많이 기다려져요. 수업 끝나고 시간이 나면 수업시간에 배운 전통놀이를 하기도 해요.” 놀이시간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뜨겁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가느라 짬을 내기 어렵고, 기껏 친구들끼리 논다고 해도 폰을 통한 게임이나 페이스북 댓글달기, PC게임이 전부인 듯 지내던 아이들은 몸을 부딪치고 놀며 친구와 가까워진다. 또한 함께 놀이의 규칙을 지키고 적용하는 속에서 수업시간에는 얻지 못하는 생활 속 교육을 자연스레 익힌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그저 놀 시간을 허용하면 행복놀이가 가능할 것일까. 일선교사들은 시간 이전에 어떻게 놀아야 할지를 알게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다. 어떻게 놀지 모르고 함께 노는 것을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는 시간이 허용될 경우 아이들 오히려 핸드폰과 온라인게임에 더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천안신촌초등학교 우선문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노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이내 핸드폰부터 보기 마련”이라며 “때문에 초반에는 교사가 나서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놀지 방법을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일단 놀이의 재미를 알게 되면 아이들이 먼저 놀이를 찾는다”고 말했다.
놀이 시간 주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놀지 알려주는 것 중요
때문에 학교에서 하는 놀이는 의미를 지닌다.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접하는 동시에 무엇을 하고 어떻게 놀지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놀이의 즐거움을 알게 된 아이들은 자신들의 규칙을 만들고 새롭게 놀이를 창조하기까지 한다.
이 안에서 얻는 효과는 실로 크다. 가장 큰 부분은 재미없는 학교가 재미있는 학교로 바뀌는 것. 친구들과 함께 떠들고 선생님과 몸을 써가며 노는 속에서 학교에 다니는 것이 즐거워진다. 천안월봉초등학교 이경하 교사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우울증과 자살률은 OECD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인데, 이는 그동안 학교가 학습에만 집중하고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한 결과”라며 “재밌는 놀이를 통해 학교가 즐거운 곳으로 인식되면 학생들의 행복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기에 학교에서의 놀이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사는 “놀이를 통해 교과서에서는 알려주지 못하는 인성, 나눔, 배려 등은 물론 창의성까지 기를 수 있어 높은 교육효과까지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 천안신촌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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