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작은 사회라 부를 수 있는 학교. 그곳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 속에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열린 마음과 맑은 시선으로 학교 속 다양한 이야기를 지역사회에 전하는 기자단이 있으니 바로 한빛초등학교(교장 김우석) 어린이기자단이다.
자율로 커나가는 어린이기자단
한빛초등학교 어린이기자단은 종이신문을 만들지 않는다. 이유는 학생들이 더 이상 종이신문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열심히 취재해서 기사를 썼는데, 길가에 버려지는 신문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겠죠.” 올해 한빛초 어린이기자단을 맡은 이혜진 교사는 아이들이 버려진 신문을 보면서 느낄 낭패감이 염려되었다고 한다. 읽히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종이신문 대신 온라인으로 학교소식을 알릴 방법을 찾았다. 한빛초 홈페이지 ‘홍보앨범’과 파주교육지원청 홈페이지 ‘학교소식’에 한빛초 기사를 탑재하고, 지역신문 기자들에게 학교소식을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제가 교육청 홈페이지에 기사를 올리다가 점차 아이들에게 직접 기사를 탑재하도록 했어요. 자기가 쓴 기사가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라간다는 걸 알게 된 뒤 아이들은 자부심과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더군요.” 실제로 한빛초 어린이기자단이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기사는 지역신문과 교육기관 등 여러 곳에서 호평을 받아 지역사회에 한빛초 소식을 전하는 알리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빛초 어린이기자단은 지난 5월 3~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하여 필기시험과 집단면접을 거쳐 50여 명의 지원자 중 최종 7명이 선발됐다. 매월 초 학교행사계획표를 보면서 누가 어떤 행사를 취재할지 결정한다. 각 학년별 행사와 교내 동아리 활동을 주로 취재하는데 가급적 해당 학년의 기자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기자가 있으면 그 학생이 직접 취재하는 게 원칙이다.취재부터 기사작성, 배포까지 자율에 맡기는 시스템이다 보니 기자단 학생들 사이에 자체적으로 원칙이 생겼다고 한다. “기자단 팀장을 맡은 6학년 학생이 기사를 잘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생들의 기사를 봐주게 됐어요. 그렇게 6개월 동안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기사의 질이 많이 향상됐어요.” 어린이기자단이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에 대해 이 교사는 거의 수정하지 않는다. “제가 교정을 하면 할수록 그건 제 글이지 아이들 글이 아니더군요.” 아이들의 개성 있고 신선한 시각을 최대한 존중하는 지도교사의 철학이 엿보인다. 자율을 바탕으로 책임감과 자부심을 키워가는 한빛초 어린이기자단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미니인터뷰
6학년 이수민 양“장래희망을 이루는 데 도움이 돼요”
기사를 쓰는 것은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살펴보고 이것들을 정리하고 분석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장래에 의사가 되는 게 제 꿈인데, 의사도 한 분야에서 깊이 있게 연구하는 일이라 기자단 활동을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5학년 김민 양
“친구들과 더 많이 대화하게 됐어요”
저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서 학교에서 한빛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는데 제가 기자단이 되고 나서 합창단을 취재하는 일을 맡았어요. 예전에는 그냥 열심히 노래만 불렀다면 이제는 취재거리를 찾고 친구들을 인터뷰하면서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좋은 기사거리를 찾다 보니 친구들과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5학년 김태형 군
“다리 다쳐 불참했던 농구대회 취재했어요”
다리를 다쳐 농구대회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그 농구팀이 대회에서 우승을 해서 제가 농구팀을 취재하게 됐어요. 농구를 가장 잘하는 형을 만나서 우승 소감을 물어보고, 우승 전략이나 열심히 훈련한 이야기를 듣게 돼서 기자단을 잘 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학교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매월 2건의 기사를 쓰니까 글 쓰는 능력이 좋아졌어요.
4학년 김채윤
“글쓰기가 좋아지고 친구들의 생각을 알게 됐어요”
맨 처음 취재한 기사가 4학년 예절교육이었는데, 반 친구 30명을 모두 인터뷰하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게 되어 참 좋았고, 기사를 쓰면서 글쓰기가 점점 더 좋아졌어요.
4학년 양혜인
“기자단은 오랜 친구같이 정겨워요”
같은 학년 친구들을 인터뷰할 때 저는 진지하게 묻는데 친구들은 장난으로 인터뷰에 답할 때는 조금 속상했어요.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학교 행사에 대한 친구들의 생각이나 선생님의 생각을 듣게 되고, 또 많은 친구들을 알게 되어서 참 좋아요. 기자단에서는 서로 나이가 다르지만 마치 오랜 친구처럼 가깝게 지낼 수 있어요.
3학년 윤정우
“기사 쓰기 덕분에 지금은 소설도 쓰고 있어요”
처음에 저는 기사를 잘 못 썼는데, 6개월 정도 기자단을 하면서 점점 기사가 잘 써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 썼던 기사보다 가장 최근에 썼던 예절교육 기사가 참 마음에 들어요. 원래 글쓰기를 싫어했었는데, 기자단을 하면서 이젠 글쓰기가 너무 좋아져 글쓰기 매력에 빠진 것 같아요. 이젠 기사만 쓰지 않고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소설을 쓰고 있어요.
3학년 김건희
“힘들 때도 있지만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들”
3학년 현장학습으로 제3땅굴과 DMZ 가게 돼서 제가 취재를 맡았어요. 그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는데, 체험하면서 동시에 취재를 해야 하니까 좀 힘들었어요. 특히 친구들이 체험을 하는 동안 제가 취재하는 것이 방해가 될까봐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요. 좀 고생이 되긴 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좋았던 기억이라 생각돼요.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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