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들은 유난히 국어를 어려워한다. 특히 문학 작품을 읽기 힘들어 한다. 이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들은 더욱 그렇다.
특히 시를 읽을 때면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며 하물며 화를 내기도 한다. 때때로 시인은 아무 생각 없이 썼는데 읽는 사람들이 과대 포장하는 것이 아니냐며 나름의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작품의 문맥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과 글은 모두 의도가 있다. 그리고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가가 국어 능력의 유무를 결정한다. 국어를 어려워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는 아이들이 중학교 때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중학교 내신 성적은 학생들의 국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학생, 예를 들어 처음 보는 시를 읽고 화자의 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학생이 국어를 잘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어나 시구 등 일부분을 가지고 자신만의 새로운 시를 만들어 내지 않고 작가의 의도대로 시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학 작품의 갈래별 구성 방식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문맥을 파악할 수 있다. 시를 읽기 위해서는 시의 구성, 시어의 특성, 시적 표현 방식 등을 알아야 하고 이러한 개념들을 스스로 작품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소설, 수필, 극, 논설문 그리고 설명문 등 다른 글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국어는 ‘능력’이라는 사실이다. 능력은 외운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전거 타는 법을 수백 번 외운다고 해도 실제로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것처럼 국어도 마찬가지다. 문맥을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을 ‘체화(體化)’해야만 한다.
어렸을 때부터 지식을 나열하는 형식의 과학책을 좋아했던 남학생들은 행간을 읽지 못한다.
행간에 바로 작가의 의도가 있고, 문맥을 파악해야 행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당장 시 한편을 꺼내서 행간이 보이는지 확인해 보자.
오주현부원장
바룸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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