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꿈을 꾸지 않는 아이들

지역내일 2016-10-13

김통영해병수학 김통영 원장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아이들은 보는 만큼 행동하고 사고한다.

 

 자녀들이 안정적인 진로를 선택하기 바라는 부모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거의 대다수라고 보여질 만큼 이 마음은 보편적인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이라고 하는 것의 기준은 각자 다소의 차이가 있겠으나, 적당한 보수, 많은 여가 시간 보장, 정년이 보장되거나 원하는 만큼 오랜기간 근무할 수 있음 등의 요소는 공통적이라 생각한다.


 약 20여년 전 어떤 서울대 교수가 한 신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칼럼을 쓴 것을 보았다.


 “나는 지금 서울대학교 조교수로 근무 중이다. 나의 인생은 매우 안정적이다. 또한 미래에 대해 높은 확률로 예측 가능하다. 몇 년을 더 교수로 근무하면 부교수가 되어 몇 칸 옆 연구실로 옮길 것이고 다시 몇 년을 더 근무하면 정교수가 되어 전망이 좋은 연구실로 다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 또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이 서글프다.”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이 글을 읽고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내 기준에선 완전 선망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 교수가 서글프다니.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적당한 감정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나서 그 때 봤던 글을 꽤 자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데, 그 분과 나의 처지나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왠지 그가 받았던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안정감이 주는 그 지루함과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대하여.


 안정적인 것의 추구는 도전 의식을 상당부분 제한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오늘이 어제와 달랐고 다시 오늘과 다른 역동적인 내일을 꿈꾸지 않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본인들이 경험한 이 세상살이의 고단함과 공포 때문에 아이들에게 무의식 중에 또는 노골적으로 안정적인 진로, 인생을 강조하게 되고 그 결과 아이들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나도 위대한 인생을 살아 보겠다’,‘나의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밝게 빛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은 이젠 한국사회에서 아주 드문 존재가 되어버렸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꿈도 꾸지 않기에 더 이상의 어떤 특별한 노력도 하지 않는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공부를 그다지 잘 하지 않는 학생이라도 터무니없어 보이는 높은 목표를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필자가 학생 앞에서는 면박을 주는 척하긴 했지만 뒤돌아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가 많았다. 모든 위대한 일은 일단 꿈을 꾸는 것부터 시작하는 법이니까. 


 자녀를 진정 사랑하는 부모라면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의 크기만큼의 노력하는 법을 알게 해야 할 것이다. 정신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어른들의 기준으로 정한 안정적이란 것은 곧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될테니.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노력하는 법을 가르치자. 꿈부터 꾸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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