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최초 전원 입주한 입주자 주도형 전원마을 - 예꽃재마을]

“우리가 꿈꾸던 ‘행복한 마을’ 만들었어요”

노준희 리포터 2016-09-05 (수정 2016-09-05 오전 2:20:37)


지난달 12일 밤, 어둠에 잠긴 예꽃재마을. 사람들은 각자 집 마당에 누워 까만 하늘을 응시했다. 순식간에 별똥별이 떨어졌다. 그러자 마치 올림픽 승전보를 접한 듯 앞집 뒷집 옆집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자기 집 마당에서 관찰한 유성우였지만 같은 시간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동시에 느끼는 감성은 가슴 저 밑에서 올라오는 행복이었다.
‘이런 게 함께 사는 마을이구나.’ 사람들은 ‘더불어 살아 행복한 마을’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자신이 꿈꾸던 마을에 살며 날마다 행복을 채워나갔다. 


구국현 소장이 재능 기부 설계한 마을 도서관, 생각놀이터.


입주자들 노력과 의지가 살려낸 마을

예꽃재마을은 2011년 처음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타 전원마을과 달랐다. 입주자 주도형이었기에 마을정비조합을 결성하고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야 했다. 32세대 전원 분양을 마치며 순조롭게 마을을 형성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초기 사업을 추진한 업체와 불협화음을 겪었다. 부지 변경을 거쳐야 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입주자들은 꿈꾸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일념으로 세월을 달려 보내는 행정절차와도 싸워야 했다.
지쳐 나가떨어질 법도 했다. 하지만 입주자들은 오히려 똘똘 뭉쳤고 늘어난 기간과 비용 부담을 감수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서로 머리를 맞대며 의논하고 방법을 강구했다.
돈이 많아 새집을 짓는 게 절대 아니었다. 자연과 마주하며 환경을 생각하고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뛰놀 공간과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배울 마을에 살고 싶었다. 입주자들은 더 힘을 모았고 기다렸다.  
지난해 가을 드디어 입주가 시작됐다. 꿈꾸던 마을에 들어서며 그간의 고생은 뒤꼍으로 밀어냈다. 감회가 벅찼다. 권세은 조합장은 “지난겨울을 함께 나며 서로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 무엇을 나눠야 하는지 많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이제 우리는 가슴의 벽은 허물고 소통의 다리는 놓아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이웃’이 됐다”고 말했다. 


마을 가꾸기에 발 벗고 나선 주민들


문화예술 영위하며 친환경적 삶 실천하는 마을

주민들은 자기가 사는 집에 대해 대만족이다.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한 설계는 가히 획기적이었다.
권세은 조합장은 “각 세대의 설계는 한정된 공간임에도 집주인의 기대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집주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두 구 소장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말했다.
‘아틀리에 마루’ 구국현 소장은 “내가 갔을 땐 이미 기반시설이나 기본공사가 돼 있는 상태였다”며 “있는 상태에서 사람들의 요구를 담은 집을 설계해야 했기에 1년 동안 약 100번 넘게 현장을 다니며 모든 것을 살폈다”고 밝혔다. 구 소장의 세심함과 자연친화적인 설계는 주민들의 뜨거운 화답으로 이어졌다.  
이 마을은 또한 신재생에너지융복합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열난방과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친환경에너지 마을로 거듭났다. 일반전원주택에 비해 에너지 소비율이 약 40% 수준이다. 전기도 마음 놓고 쓴다.
주민들이 기증한 도서로 채운 도서관, 주민이 전문강사인 도예실, 아이들 놀이터, 운동과 여가를 즐기는 2개의 커뮤니티 등 주민공동시설에는 즐거운 웃음소리기 끊이지 않는다. 마을길과 옹벽, 도서관 데크, 분리수거장, 화단, 아이들 낙서판까지 가꾸고 만드는 수고를 주민들이 직접 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안전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학교에서도 못할 산교육을 주민들 스스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 마을을 가꿔나가는 것, 바로 이것이 예꽃재마을을 완성한 힘이었다.
“소소한 공감과 소통이 주는 행복, 주민들은 가슴 깊이 느껴요. 아이들의 표정에서도 행복을 읽을 수 있어요.”


살아갈 사람들의 요구를 현실에 맞게 구현한 주택들 내부


‘믿고 사는 이웃’ 만들다 

인근 마을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올해 운동회에서는 우리 동네가 일등 할 겨”라며 그간의 설욕을 기대했다. 강장리 주민 이명숙(56)씨는 “공사할 땐 시끄럽고 불편했지만 젊은 사람들이 와서 산다는 건 반가웠다. 애들 웃는 소리 나고 시끌벅적하니 이게 사람 사는 거 아니겠냐”며 새 사람들을 반겼다.
마을이 완성될 때까지 노력의 흔적들은 기록으로 남겼다. 기념사진첩을 발간하고 마을 블로그도 운영하며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다.
예꽃재마을은 인근주민들에게 마을을 더 활짝 열기 위해 ‘집들이’를 개최한다. 집들이 일시는 9월 3일 오후 4시. 준공식이라는 형식에 들어갈 비용을 모아 아이들이 다니는 송남초등학교에 기부할 계획이다.
아이들만 60명, 평균연령 32세인 예꽃재마을, 서로가 믿고 사는 마을에서 그들의 행복한 삶은 계속 되고 있다. 

마을 구경 : ‘예술이 꽃피는 재미난 마을’ 블로그 http://blog.naver.com/yeggotjae


“예꽃재마을 어때요?”

왼쪽 선화선씨, 오른쪽 김미연씨. 마을 이야기를 하는 내내 즐거운 표정이 가득하다.

◆ 선화선(43)씨
“반드시 잘 될 거라는 믿음 있었어요” 

아이가 행복하게 학교 다닐 마을을 찾았어요. 내 맘에 안 들어도 목표대로 가려면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란 걸 알겠기에 운영진을 믿고 끝까지 가기로 했죠. 무조건 될 거라고 믿었더니 정말로 내가 바라던 마을이 생긴 거예요.
고층아파트를 벗어나 맑고 탁 트인 공간의 삶은 만족 그 자체였어요. 삭막했던 부녀지간이 이곳에 온 후 너무나 가까워졌어요. 요즘은 남편이 딸에게 저녁도 차려줘요. 엄청난 변화죠. 뿐만 아니라 무뚝뚝한 남편이 마을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친해졌는지.
언젠가 마당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남편이 말했죠. “아 좋다!” 가장 많이 변한 남편의 한마디에 모든 게 담겨 있는 것 같아요. 


◆ 김미연(38)씨
”꿈이 현실이 된 이런 마을 또 있을까요”

어릴 적 자연에서 놀 때 행복했던 기억을 아이에게도 전해주고 싶었어요. 남편과 함께 공동체 마을에 대해 많이 알아봤죠. 그런데 예꽃재 마을은 내가 꿈꾸던 마을과 비슷했어요. 마침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가야하는 분이 계셨어요. 그분은 아쉬워했지만 저는 이곳에 들어올 수 있어 정말 기뻤죠.
마음으로 다가가는 이웃들이 있어 좋고 듣기 좋은 말보다 내게 필요한 얘기 해주는 언니들이 있어 좋아요. 남편은 마을일에 동참하면 할수록 마을에 애착이 더 생긴대요. 정말 사람 사는 냄새 물씬 나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성장하며 살 수 있는 행복한 마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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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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