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당뇨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2011년 12월 유언장을 작성하기 위해 공증인을 병원으로 불렀다. 공증인은 "부동산을 장남에게 유증한다. 단 장남은 상속등기 후 10년 이내에 차남과 삼남에게 각 3,000만원, 장녀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고, A씨의 배우자에게는 그녀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말일에 60만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 공정증서를 작성해 A씨에게 읽어준 뒤 A씨의 동의를 받아 A씨의 서명란에 대신 서명을 했다. A씨는 다음 해 11월 사망했고, 장남이 유언장 내용에 따라 상속재산을 분배하려 하자, A씨의 배우자와 나머지 자녀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공증인의 유언장 낭독을 듣고 구두로 동의한 뒤 공증인이 대신 날인했기 때문에 '유언 취지의 구수' 요건과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언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그들의 청구는 법원에 의해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민법 제1068조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민법 제1063조는 ‘피성년후견인은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만 유언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의사가 심신 회복의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고 서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민사1부는 이 사건 유언무효확인소송(2015다231511)에서 ‘공증인이 병상에 누워있는 유언자에게 유언 내용을 낭독한 뒤 유언자 대신 자신이 유언장에 서명했어도 유언자가 유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동의를 했다면 유언은 효력이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공증인이 유언자에게 질문을 해 유언자의 진의를 확인한 다음 유언자에게 필기된 서면을 낭독해 주었고,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의사식별능력이 있고 유언 자체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며 "망인인 박씨는 유언 당시 오른팔에 주사바늘을 꽂고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유언 공정증서에 서명을 할 수 없었다"며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하만영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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