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과 6월 아람누리도서관에서는 시각장애인 체험교육 프로그램 ‘여섯 개의 점으로 보는 세상’이 진행됐다. 작년에 이어 고양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이끈 이는 시각장애인 임은주씨. 갑작스러운 망막 이상으로 시각장애 판정을 받고 난 후 힘든 시간을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녀를 7월의 마음씨에서 만났다.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학생들이 점자에 대해 알 기회 마련
장항동에 사는 임은주씨는 지난 5월부터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체험교육(‘여섯 개의 점으로 보는 세상’) 수업을 맡아 두 달간 매주 2시간씩 봉사를 했다. 금요일마다 진행된 수업은 참가한 학생들에게 점자의 원리와 쓰임 등에 대해 알 수 있고 또한, 점자를 직접 읽고 써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임은주씨는 “요즘은 비장애인들도 생활 속에서 점자를 접할 기회가 많은데 점자가 무엇인지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르고 또, 직접 체험을 해볼 기회가 거의 없다”며 점자 체험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점자라는 새로운 언어에 대해 알 기회를 주고 싶었고, 그것을 직접 읽고 써보는 경험을 하면서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봉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점자의 원리와 쓰임에 대해 배우는 시간
지난 상반기 수업은 고양시에 있는 고등학교의 특별활동과 동아리 모임 등 소그룹(10명 이내) 단위로 미리 신청을 받아 진행됐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2시간 동안 한글 점자이야기 동영상 시청과 점자가 한글과 어떻게 다른지 그 원리와 읽고 쓰는 방법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그런 후 점자판을 이용해 실습해보고 또, 2인 1조를 이뤄 점자판 체험 및 유도 블록 걷기 등의 활동을 했다.
“한글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고 하지요, 점자는 훈맹정음(訓盲正音)이라고 합니다. 점자의 원리를 처음들은 학생들은 대부분 많이 신기해하고 2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관심을 보이지요. 원리 설명을 하고 나면 그 원리를 이용해 간단히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써보는 시간을 갖는데 대부분 열심히 수업에 참여합니다.”
그중 몇몇 관심 있는 학생들, 특히 사회복지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은 점자를 배울 수 있는 곳을 문의하고, 주어진 활동 외에 자신이 원하는 글귀를 점자로 써보는 등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였단다. 수업을 마치면서 임은주씨는 시각장애인들의 눈 역할을 하는 ‘흰 지팡이’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흰 지팡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 거리에서 흰 지팡이를 의지해 가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길을 비켜주지 못하는, 의식하지 못한 채 앞을 가로막는 상황이 종종 생기게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봉사는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준 힘
그녀가 점자를 가르치는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2005년경 갑작스럽게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다른 한쪽도 점점 시력이 나빠져 가는 상황이 되어 시각장애 판정을 받고 난 후부터다. 비장애인으로 생활하다 갑자기 장애인이 되어 버렸을 때 그 혼란과 어려움에서 그녀가 찾은 길은 ‘점자’를 배우는 일이었다. 그 상황에서 그녀는 무엇보다 점자 배우는 일을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한다. 열심히 배웠고 그 후 자격증을 따게 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그녀가 겪은 경험과 배움에 대해 알려주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와 복지관 등에서 틈틈이 봉사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단다. 그렇게 10년이 넘도록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점자를 가르치는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봉사야말로 그녀에게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인생에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생활을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겪은 어려움과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점자’라는 특수한 언어를 경험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또 그것을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마음이 생기게 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단다.
감사한 마음으로 계속 봉사할 수 있기를
그녀는 서울에서 계속 살다가 5년 전 일산으로 이사를 왔다. 그 후 아람누리도서관 장애인 자료실을 방문하게 되었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조카의 제안과 그곳에서 든 여러 가지 생각이 이유가 되어 작년부터 ‘시각장애인 체험교육’ 수업을 맡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하던 봉사도 계속하기로 했단다.
필요 때문에 배우게 된 점자이고 배운 것을 그저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라서 누군가에게 봉사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한다는 그녀. 그녀의 바람은 봉사를 계속해서 할 수 있도록 몸이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것이고, 현재 맡은 일 모두 지금처럼 잘 해내는 것이다. 또한, 비장애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아람누리도서관 시각장애인 체험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들이 두 시간 동안 점자의 원리를 완벽히 알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수업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이런 원리로 점자를 쓰고 공부를 하는구나’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고 또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길을 걸을 때 늘 만나게 되는 점자라는 언어를 이해하게 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다 보람이죠. 더불어 어려서부터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알게 되면 그들을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나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람누리도서관 하반기 시각장애인 체험교육 시행계획>
○ 일시 : 9월~12월 중 ※ 학교의 동아리 외부활동 일정에 맞춰 조정 가능(1회만 참여 가능)
○ 장소 : 아람누리도서관 장애인자료실 1층
○ 대상 : 관내 고등학교 학생 10명 이내 (1회당)
※ 동아리, 특별활동, 반별 등 학교 내 소그룹으로 구성하여 신청
○ 신청 방법 : 문의전화(031-8075-9033) 후 공문 발송 또는 팩스로 전송(031-901-0294)
○ 신청 기간 : 하반기(8~9월 중) 공문 시행 예정 (선착순 마감)
임은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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