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요즘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꼰대는 기성세대나 선생을 뜻하는 은어다. 또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을 소위 ‘꼰대질’이라고 표현한다. 어른세대를 통칭하는 기성세대의 소통이 ‘불통’인 문화를 비꼬는 말이다. 꼰대들에게 소통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가?
여기 소통을 통해 교육과정 계획을 세우고 있는 학교가 있어 소개한다.
학생들만 생각할 수 있는 의견들
“그래, 맞아”로 소통하는 어른들
학생 :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과목이 몰려있을 경우,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선생님 : 아 그렇군요. 선생님들끼리 모여 제일 좋은 시간표를 짠다고 의견을 모은 건데,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 입장을 최대한 고민해 시간표를 짜보도록 하지요.
학생: 어떤 과목에 경우 중간고사와 수행평가의 기준이 너무 낮아 변별력이 없는 경우가 있었어요. 노력하고 준비한 아이들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 자로 잰 듯 정확할 수는 없지만, 노력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구분하는 일은 양쪽의 아이들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 수준을 더 고민해 보고 시험문제를 낼 수 있도록 신경을 쓰겠습니다.
학생 : 선생님마다 시험지 나누어주는 스타일이 다르세요. 수학 같은 경우 일분일초가 굉장히 중요한 시간인데 종치고 시험지를 나누어주는 선생님도 계셔요.
선생님 : 선생님마다 다 다르다는 것은 몰랐네요. 선생님들 연수를 통해 시험 감독하는 패턴을 ‘일치’해 주실 것을 말씀 드려야겠네요
100%의 출석율, 학생들 적극적인 토론
지난 7월 7일 백석고 학부모상주실에서 있었던 ‘2016년 백석고 교육과정 T/F팀회의에서는 교사 7명, 학생 9명, 학부모 5명 총 21명이 출석률 100%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회의는 기말고사를 끝낸 직후라 시험과 평가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고, 두 시간이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학생들과 듣는 자세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교사와 학부모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당연해야 하는 분위기지만 안타깝게 이색적이었다.
백석고 교육과정 T/F팀은 일 년에 한번 위원을 새로 뽑는다. 학생들과 학부모는 각자 자신이 위원으로서 하고 싶은 일과 위원이 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지원서를 제출한다. 그러면 학교 측은 지원동기가 명확한 위원들을 뽑는다. 학생 지원대상은 물론 전 학년, 전교생이다. 기준도 성적이 아니다. 학교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이를 잘 반영해주는 분위기라서 해마다 경쟁률도 높다. 올해 위원을 뽑는 경쟁률도 3:1이나 됐다고 한다.
백석고 교육과정 T/F팀은 생긴지 5년이 됐지만, 2013년 12월에 부임한 이철훈 교장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내실 있는 회의가 진행된 지는 3년째다. 이곳에서 논의한 내용은 대부분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여 교육과정에 반영한다.
아는 만큼 정확하게 알려주는 어른들, 분위기는 유쾌하게
의도가 좋다고 모든 회의나 내용이 좋은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니다. 여러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귀와, 열려있는 마음을 가진 리더가 있어야 가능한 문제다. 백석고에서는 이철훈 교장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정병구 교감선생님의 온화한 자세가 회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
학교에 무리한 요구만 얘기하거나, 친구들의 의견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거나, 권위적인 태도로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이 있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회의다. 이철훈 교장선생님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학부모도, 학생들도 자신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학교도 그들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물론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을 요구할 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불통이 아닌 소통이 가능한 어른들이, 꼰대가 아닌 인생선배로서의 진정한 멘토로 자리할 수 있는 것이 이런 태도 아닐까. 그 모습을 보고 성장하는 학생들의 머릿속에 조금은 다른 ‘꼰대’의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 본다.
미니인터뷰
오민지(2-11)학생
석식까지 학교에서 해결해야하는 고등학교에 경우, 각자 일정이 다른 학생들을 배려해서 석식을 요일별로 신청했으면 좋겠다고 당차게 얘기하는 오민지 학생. 그는 “평소 회의할 기회가 없잖아요. TF팀 회의를 통해 제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공유하는 것도 배울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제 생각이 좀 더 커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희연(3학년) 학부모
학부모회 부회장이기도 한 김희연씨는 “이 회의에서 학생들이 얘기하는 교육과정 상의 불편한 점이나 바꾸면 좋겠다는 교육과정 등에 대해 선생님들이 진지하게 얘기를 듣는 태도가 놀라웠어요. 그리고 다음해에 꼭 바꾸어 나가는 모습이 정말 기분 좋더라구요. 그러니까 학생들도 자신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 같구요. 이게 정말 민주적인건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라고 설명했다.
이연희(교육연구부장)교사
마음을 열고 공개된 장소에서 대화하는 이 회의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이연희 교사. 그는 “현재 운영 중인 교육과정에 문제가 없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기능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해요. 교육과정을 계획하는 일은 교사들만의 몫이 아닌, 학생과 학부모와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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