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어 그림책 읽기’ 재능기부 봉사하는 국제고 2학년 최은호 학생
진로와 관련된 봉사로 시작, 아이들과 소통하며 배우는 기회 돼
매주 토요일 오후 아람누리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에 둘러앉은 아이들 곁에서 나지막한 소리로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는 누나(언니)가 있다. 바로 고양국제고등학교(교장 김희년) 2학년 최은호 학생. 중3 겨울 방학부터 시작한 봉사가 어느덧 일 년 반이 되었다. 처음에는 동생 없이 혼자 자라 이렇게 어린아이들과는 교류해본 적이 없어서 낯설고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매주 아이들과 만나며 배운 것도 많고 이제는 안 보면 보고 싶은 아이들도 생겼다는 그녀다.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봉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은 개발도상국과 같은 저소득층 나라의 아이들에게 그 나라의 문화와 상황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개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각 나라의 문화도 잘 알아야 하지만 아이들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하고 효과적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로와 연관된 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초등 저학년 학생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줄 기회가 생겼다. 외동으로 자라 어린 학생들과는 교류할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이런 시간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조금이나마 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 영어신문 반에서 점심시간마다 후배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어서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 읽어줄 때 중점을 두는 것은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매주 참여하는 아이들 나이가 다르다. 그래서 늘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책을 선정하는 일이 어렵다. 우선 초등 저학년에 맞는 쉬운 책 한 권과 어려운 책 한 권을 정해 놓고 아이들의 상황과 반응을 보며 진행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책을 읽어줄 때는 아이들과 눈 맞추고, 반응을 살피며, 서로 얘깃거리가 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지곤 한다. 또 책 읽어주기가 끝나면 퀴즈 맞히기, 그림 그리기, 책과 관련된 영상을 보며 얘기 나누기 등 간단한 독후 활동을 진행한다.
매주 봉사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텐데
물론 고등학교 2학년이 되니 매주 시간을 내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이 되며 또 봉사할수록 그 시간을 즐기게 되고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많이 배운다. 무엇보다 오래 하다 보니 계속해서 들으러 오는 아이들이 생겼다. 그 아이들 생각하면 고맙고 그 친구들을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가장 보람된 순간이라면
아이들이라 처음에는 영어 동화책을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한 번 참여한 후 다시 엄마 손을 잡고 들으러 와줄 때, 끝나고 고맙다고 인사해줄 때 기쁘다. 그리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 주고 대답도 잘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내가 하는 일이 그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한 흥미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아무래도 내년에 고3이 되면 봉사활동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요즘은 내 자리를 물려 줄 괜찮은 후배를 물색 중이다. 후배들이 서로 물려주고 또 물려받아 앞으로도 아람누리도서관에서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영어 그림책 읽기’ 시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요즘은 어려서부터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은데 봉사하면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이 학원에서의 시간을 그다지 즐거워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책을 많이 읽었던 게 영어공부에 가장 도움 되었기에 영어공부에 책 읽기처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혹은 다른 곳에서 동화책을 읽으며 영어와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고 아이들이 책으로 재밌게 영어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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