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굴려보며 알맞은 발음을 찾아가느라 추운 날씨도 잊었다. 영어 책을 들고 읽어나가는 어르신들의 호기심 가득한 모습에서는 여고생의 모습만 보인다. 강서영어도서관(관장 강지순) ‘왕초보 실버 영어교실’ 강의는 영어 학습에 대한 어르신들의 열기로 이 겨울을 녹이고 있었다.
열정만큼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어
방안에서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겨울날은 흘러가지만 ‘왕초보 실버 영어 교실’에 와 앉아 있는 어르신들의 눈빛에서는 뜨끈뜨끈한 열기가 흘러나온다. 강서 영어 도서관은 개관한지 3년이 넘어가는데 지역 주민들을 위한 알차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1만 7천여 권의 원서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어 독서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내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그 중 ‘왕초보 실버 영어 교실’은 수강생이 꾸준히 늘고 있는 명품강좌로 인기다. 진지한 표정으로 한 글자씩 따라 읽는 어르신들은 각자의 다양한 이유로 모여 열심히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왕초보 실버 영어 교실’은 1년 과정으로 기초 파닉스부터 시작해서 회화, 리딩, 문법까지 차근차근 아우르는 수업이다. 수업내용을 열심히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영어책을 읽고 간단한 회화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영어를 전혀 못 읽는 어르신이나 간단한 회화를 하는 어르신들이나 다양한 구성원이지만 거의 빠지는 사람 없이 즐겁게 수업하고 있어 영어 실력을 높이고 어르신들끼리 친목도 다지는 수업이다.
‘왕초보 실버 영어 교실’을 지도하고 있는 최영인 강사는 어르신들이 수업을 준비하고 참여하는 자세는 젊은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성실하다면서 짧은 시간에 실력이 많이 향상되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양숙 어르신은 “딸이 외국인과 결혼해 외국서 살고 있는데 사위나 손자 손녀들과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아서 답답했다. 귀여운 손자 손녀들과 영어로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배우게 되었는데 친구들도 만나고 영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면서 별 일 없으면 결석하지 않고 출석하고 있단다.
해외여행도 이제 두렵지 않아
어르신들이 배우고 있는 교재들은 그림과 영어 글자가 적절하게 섞여 있는 내용들로 영어를접해보지 않은 초보자들이 쉽게 배울 수 있고 소리 낼 수 있도록 돼 있어 부담이 없다. 20명이 좀 넘는 어르신 수강생들이 돋보기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열심히 칠판을 보고 필기를 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한성애 어르신은 “발음기호를 모두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어 힘들었는데 영어교실에 와서 배운 뒤로는 스펠링만 보고 읽을 수 있어 더 쉽고 재미있다. 더 많이 배워서 딸과 함께 유럽 여행을 가고 싶어요.” 라며 열심히 책을 읽는다. ‘왕초보 실버 영어 교실’은 매주 화요일 오전 이뤄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 나와 영어 공부도 하고 좋아하는 책도 찾아 읽을 수 있고 마음에 맞는 친구도 만들 수 있어 어르신들은 활력이 넘친다. 일주일의 한 번 강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다. 각자 사정은 달라도 영어를 쉽고 즐겁게 배우고픈 마음과 공부하고 싶다는 열정은 나이를 넘어서 추운 겨울도 녹이고 있다.
*미니 인터뷰*
김복남 어르신
“몰랐는데 아들이 이 강좌를 추천해서 배우게 됐어요. 영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어려울까봐 망설였어요. 하지만 막상 배우고 나니 정말 재미있고 쉽게 영어를 알게 돼 좋아요. 친구들도 많이 만나게 돼 고마운 강좌예요.”
김용권 어르신
“외국에 살고 있던 딸에게 갔더니 혼자 시장에 다녀와 보라 해서 영어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당장 영어를 시작했는데 배울수록 새로운 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이제 외국에 가도 얼어붙지 않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해순 어르신
“요즘 아이들은 조기 영어 교육으로 영어를 정말 잘해요. 영어 잘하는 손자와 영어로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함께 영어 책도 읽게 돼 기뻐요. 6살 손자가 영어로 이야기할 때마다 할머니 최고라고 해 신나서 더 열심히 배우고 싶어요.”
조남연 어르신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갔었어요. 물건을 사러 갔는데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 돼 사고 싶은 물건을 제대로 살 수 없어 속상했어요. 친구의 권유로 강좌를 듣게 돼 배운지 3개월 정도 됐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도서관에 오기만 하면 즐거워져요.”
김혜식 어르신(회장)
“길을 걸어 가다보면 영어 간판이나 영어 글자가 곳곳에 있어서 길 찾아다니기도 어렵고 답답한 경우가 많아요. 영어를 배우고 나니 영어 간판은 물론 전철타면 들리는 영어 안내도 잘 들려서 자신감이 많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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