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림자유학교 ‘나이츠마 요시에’ 일본어 교사 인터뷰

“학생 가르치며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합니다”

지역내일 2016-06-16

우리는 줄 세우기를 좋아한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키와 몸무게로 상위 몇 퍼센트인지 헤아리고, 학교에 입학을 하면 또 그 안에서 아이들의 학업능력을 다양한 각도로 측정하며 줄을 세운다. 그런데, 1번부터 꼴등까지 아이들을 ‘줄 세우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 한 명 한 명을 ‘온전한 인격체로 곧게 세우는 것’에 온 힘을 다하는 공동체가 있다. 그 공동체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사, 나이츠마 요시에씨를 만나 보았다.


문하영 리포터 asrai21@hanmail.net

도림


동림자유학교 8년차 일본어 교사
요시에씨는 일본에서 사범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그곳에서 지금의 한국인 남편을 만났다. 맏딸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요시에씨의 부모와 일본인 며느리가 탐탁하지 않았던 시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1993년 한국에서 결혼에 성공했다.
“결혼 후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시어머니와 하루 종일 TV도 보고 김치도 담그고 목욕탕도 같이 가면서 한국어가 많이 늘었어요. 신촌에 있는 대학의 한국어 어학당을 다니면서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한편 종로에 있는 어학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기도 했지요.
한국 땅에 살면서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왜 여기 왔을까 생각하다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의 삶, 내 근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그러한 고민과 생각이 발도로프 교육과 일치점이 있었어요. 마침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광주에 있는 푸른숲 발도로프 학교에서 일본어 선생님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아이도 저도 푸른숲의 일원이 되었어요. 그러다 3년 후 동림자유학교의 교사가 되어 지금까지 이 길을 걷고 있네요.”

자유


발도로프 교육 안에서 일본어 교육은?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기 전, 어학원과 개인 교습 등을 통해 알게 된 한국 학생들이 생각하는 한국 공교육의 모습을 보고, 자녀의 대안학교 입학을 결심했다. 아울러 요시에씨도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며 본격적으로 발도로프 교사 연수를 받으면서 학부모로, 교사로 성장했다.
“발도로프 교육을 창시한 슈타이너는 ‘이 세상은 아름답다’고 했어요. 그래서 글씨도 예쁘게 정성껏 씁니다. 아이들이 ‘와~예쁘네, 나도 선생님처럼 하고 싶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려고요. 칠판 그림을 천으로 가렸다 아이들에게 서서히 보여주면 아이들이 ‘아’하고 감동하고, 교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습니다.
보통 외국어 교육이 쓰기, 듣기,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이곳의 일본어 교육은 커튼을 열고 외부와 연결하는 수업입니다. 이야기 시간에는 커튼을 닫고 불도 끄고 분위기를 잡은 후 시작하고, 노래는 발랄하게, 쓰기 시간은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결과적으로 일본어 학습을 통해서 자기가 언어를 구사하고 창조하는 주체로서 자기 자신을 깨어 있는 의식적인 존재로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더 나가서 그런 존재로서 세계의 다양한 사상과 관계를 맺어가며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요.”


늘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커 가고 싶어
요시에씨는 현재 동림자유학교에서 8년째 일본어 교사로 근무 중이다. 수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어린 학생들을 볼 때면 아이들의 세계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린다. 교과서가 없기 때문에 늘 다른 수업을 할 수 있어 매번 수업이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또한 학생과 교사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8년을 이어서 한 학생과 관계를 맺고 가르치는 시간이 소중하다. 순수하게 반짝이던 눈빛이 점점 빛을 잃어가면서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과 교사 간 마찰을 빚을 때면 함께 한 시간의 힘이 큰 도움이 된단다.
“한국인들에게는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요. 일본과 한국이 축구경기를 할 때 ‘선생님은 어디를 응원하세요?’라던지 ‘선생님, 독도는 한국땅이죠?’ 등을 물어봐요. 벌어진 일은 사실이지만, 해석은 다양할 수 있지요. 요시에라는 일본인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관점과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러 가지로 저의 책임감이 커요. 한국인 딸을 키우는 일본인으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본인 교사로, 공교육이 아닌 대안교육의 교육자로 늘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커가고 싶습니다.”


학교

동림자유학교는…
동림자유학교는 2009년 2월 개교해 인지학을 기초로 해서 사람의 본질을 이해하고 인간의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을 실천하는 발도로프 교육기관으로 9학년제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초부리에 위치해 있으며 2017년에는 모현면 동림리에 학교 건물을 신축할 예정이다.
전현선 대표교사는 “이 아이는 무엇을 하고자 이 세상에 왔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고려한다”며 이어 “아이가 자기 안에서 발전의 동력을 찾아 배우면서 예술로 자신의 영혼을 풍부하게 하는 행복한 아동기를 제공해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키워주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더불어 사는 방법을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배우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국어, 수학, 외국어(영어, 일본어), 사회(역사, 지리 등), 과학(물리, 화학, 생물, 천문 등) 외에 예체능(음악, 미술, 체육), 목공, 수공예 등으로 교육 과목이 학년별 발달단계에 맞게 이루어져 있다.


위치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초하로 123-12
문의 : 031-334-8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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