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일, 생명을 기르는 일, 지역이 모두 힘을 합쳐 한 마을의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는 일 모두 어렵고 정성과 시간,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 어려운 일을 자꾸 해내는 동네가 있다. 금곡동 마을 어른들이 초·중등 학생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협동을 가르치고
작은 힘을 모아 작년보다 더 크게 지역 노인정에 보낼 쌀과 채소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지윤 리포터 jyl201112@naver.com
지난 5월 25일(수) 오후 2시 청솔중학교 앞 탄천에서는 금곡동 주민자치위원회 주최와 금곡동 새마을지도자협회 주관으로 성남시민들을 위한 금곡동 탄천 모내기 체험행사 ‘도심 속의 모내기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농업기술센터, 금곡동 주민센터와 성남시 하천관리과, 자율방범대, 청솔초등학교, 청솔중학교 외에도 성남시 여러 기관단체에서 참석해 모내기에 동참했다.
금곡동 주민자치위원회 박찬란 위원장은 “작년에 마을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탄천 논을 시작했다. 아파트촌 아이들에게 농사는 이웃사랑과 나눔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체험이 되었다. 금곡동 원주민들이 원체 농사짓던 분들이라 마음이 소박하고 순수해서 금곡동에 봉사하는 마음이 훌륭하다. 금곡동이 예전에는 성남에서 가장 큰 동이었는데 지금은 구미1동과 금곡동으로 분동되었지만 여전히 교류하고 협력하며 잘 지내고 있다. 원주민과 신도시 입주민이 마음을 합쳐 마을을 잘 지켜가고 한 번도 불협화음이 일어난 적이 없다며. 금곡동의 복이라 여긴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탄천을 이웃과 더불어 사는
나눔 활동의 장으로
조수희 금곡동장은 “탄천은 도시에서 보기 힘든 논농사, 밭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이웃과 더불어 어울릴 수 있는 장소이다. 작년 청솔초등학교 학생들의 텃밭동아리 활동 체험장 역할을 한데 이어 올해는 청솔중학교 학생들까지 봉사활동 장소로 활동하게 된다. 논이 두 배 넘게 커지고 밭도 만들었다. 작년에 추수한 쌀은 가래떡으로 만들어 관내 16개 노인정에 기부했다”며 올해도 역시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병욱 국회의원은 “작년에도 문화적, 교육적으로 취지가 좋아서 참석했는데 아이들은 농촌체험하고 어르신들은 옛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큰 돈 들이지 않은 사업이지만 평가도 좋았다. 현대사회 물질문명에 길들여진 도시 아이들에게는 작지만 좋은 경험이다. 탄천을 활용한 나눔 정신이 확산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벼는 가물어도 안 되고 피도 뽑아줘야 하고 바람에 쓰러지면 묶어 세워줘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농사다. 정명화 새마을협회장은 작년에도 매일 논에 물을 채우고 틈틈이 돌보며 탄천 논 관리자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작년에 지역 봉사자들과 하천관리과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다만 논에 물을 매일 주어도 쉽게 빠져 자주 물을 줘야했는데 올해는 비닐을 깔아 물 가두기가 쉬워졌다. 규모도 커진 만큼 올해 수확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전! 도시에서 모내기
청솔초등학교 학생들은 흙탕물이 그득한 논에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처음엔 ‘진흙탕에서 이런 일까지 할 줄 몰랐다’며 비명을 지르고 논에 들어가기도 힘들어 했다. 하지만 성남시 하천관리과 직원들의 모내기 시범을 집중해 지켜보고 지도에 따라 직접 해보면서 차츰 익숙해지는 모습이었다. 고사리 손으로 모종을 나누어 쥐고 줄 맞추어 진흙 속에 꾹 찔러 넣는 모습이 제법이다. 어느새 논의 3/1을 채운 초등학생들은 이제 나오라는 요청에 오히려 흙탕물을 떠나기 아쉬워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모를 심던 4학년 박수영 학생은 “모내기가 생각보다 쉽고 재밌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다음 순서로 청솔중학교 학생들이 논으로 들어갔다. 봉사활동 인솔교사 신혜형 선생님은 “학교 안에서 자율학기제 활동으로 꽃과 토마토, 부추, 옥수수, 고구마 등 채소를 가꾸고 있는데 오늘은 학생들과 벼농사 봉사활동을 나왔다”고 한다. 1학년 박현진 학생은 “구부린 자세로 모를 심으니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도시에서 모내기를 한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3학년 안정민 학생은 “꽃은 심어봤지만 모내기는 또 달라서 새롭다. 봉사시간 때문에 시작했지만 모내기를 힘들게 해보니 이제 밥을 한 톨도 남김없이 다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 기관단체의 모내기가 마무리되고 준비해온 새참으로 떡과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남녀노소 즐거운 웃음소리가 넘치는 훈훈한 마을잔치가 벌어졌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보기 드문 훈훈한 마을 단위의 협동 체험활동이 금곡동에서 시작되었다. 앞으로 성남시 전체 시민들이 모두 협력하는 ‘아래로부터의 착한 문화혁명’이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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