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5일~21일 정발산동 전통찻집 ‘뜰안에차’에서 보태니컬 아트(식물세밀화)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의 주인공은 매주 화요일 주엽1동주민자치센터 ‘꽃그림그리기’ 강좌에서 보태니컬 아트(식물세밀화)를 함께 공부하고 있는 13명의 주부들. 그들의 ‘꽃그림’ 예찬론을 들어보았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꽃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인순희 강사는 주엽1동주민자치센터 뿐만 아니라 화정동, 정발산동, 농협하나로 문화센터 등에서 보태니컬 아트를 지도하고 있다. 인 강사는 “식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통해 예술로 승화시킨 ‘보태니컬 아트’는 초보자가 쉽게 접하기 힘든 작업처럼 느껴지지만 꽃을 좋아하고 끈기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한다. 사진처럼 정밀한 그림에 ‘할 수 있을까’ 멈칫거리게 되지만,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고. 보고 그대로 그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또한 같은 꽃을 그려도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느낌의 그림이 나오는 것도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이라고. 또 입문부터 전문가 과정까지 시간과 열정만 투자하면 누구라도 할 수 있도록 교육 커리큘럼도 잘 짜여있어 취미를 넘어 강사나 작가로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한다.
주엽1동주민자치센터 ‘꽃그림 그리기’ 수업은 초, 중, 고급 과정이 따로 없이 분기마다 수강생을 모집한다. 이곳의 강좌가 시작된 지 이제 1년 여, 아직은 교본을 보고 그리는 모작(模作)을 하고 있지만 곧 실력이 늘면 실제 꽃을 보고 그리는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몰입하다보면 잡다한 일상사 다 잊어버려요~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을 꼽으라면 사진처럼 세밀하고 정교하면서도 사진에 담지 못하는 식물과의 교감, 그 따뜻한 정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상에 꽃과 나무 등 식물은 무궁무진해서 어디를 가도 색연필과 화지만 있으면 그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또 똑같은 식물을 그리더라도 그때의 감정에 따라, 또 그리는 사람의 선 하나 음영 하나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 똑같은 그림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매력이다.
인순희 강사는 “다른 그림 작업처럼 넓은 공간도 필요하지 않고 준비물도 초기에 72색 정도의 색연필과 화지만 있으면 가능하니 주부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요”라고 추천한다. “처음에 준비물을 갖추면 나중에 필요한 색연필을 낱개로 구입하면 되고요. 무엇보다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이라고 추천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과 친해지게 되고 또 자연을 바라보는 혜안이 깊어져 그림에 원숙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보통 일주일 정도 걸려요. 그동안 계속 그 식물을 들여다보면서 작업을 하죠. 그런 상태가 몰입, 무아지경이 아닐까요. 그림을 그리다보면 마음을 어지럽히던 일들도 치유가 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라는 수강생들은 한 번 스케치북을 잡고 앉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들어 가족들에게 잔소리도 덜 하게 된다고 웃는다.
백창이씨는 “꽃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보니 관찰력도 느는 것 같아요. 그동안 몰랐던 꽃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고 아직 미숙하지만 내 그림이 전시된 걸 보니 스케치북에서 느끼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라고 한다. 반장을 맡고 있는 여선구씨는 이번엔 수강생들 중에서 13명이 조촐하게 전시회를 가졌지만 열심히 더 배우고 실력을 키워서 매년 수강생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전한다.
>>>미니인터뷰
김윤자(74)씨
저는 그동안 춤이며 노래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했었어요. 그런데 늘 마음 속 한 구석 그림에 대한 로망이 있었죠. 그림 잘 그리는 이들에게 대한 선망 같은 것 말이에요. 처음엔 나이가 나이인 만큼 꽃그림그리기 강좌에 수강신청을 하기도 좀 망설여졌어요. 이 나이에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첫 시간에 줄긋기부터 시작하는데 가슴이 떨리더라고요. 이제 배운 지 3개월 정도 됐지만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을까 할 정도로 푹 빠져 있어요.
여선구(49)씨
꽃을 세밀하게 그리기 위해 수없이 그것을 들여다보고 관찰하다보면 가시조차 예뻐 보여요. 꽃그림을 배우고 나서는 길가의 이름 모를 야생화 한 송이도 정말 하찮은 꽃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식물은 볼수록 모두 어여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되지요. 꽃그림은 한 번 잡으면 몇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게 훌쩍 가버려서 힐링에는 최고예요. 스트레스가 쌓였다가도 몰입하다보면 어느 새 다 잊게 되거든요.
백창이(58)씨
저 또한 그림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하지만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꽃그림 강좌가 있다기에 용기를 냈죠. 보태니컬 아트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하지만 완성하고 나면 그 성취감은 말로 할 수 없어요. 스케치북에 하나씩 꽃그림이 늘어날 때마다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요. 우리들만의 작은 전시회지만 벽에 걸린 그림을 보니 내년 전시회에 욕심이 생겨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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