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 난 풀과 꽃으로 향긋한 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커피 못지않게 향긋하며 몸에도 좋은 산야초 꽃차를 만들어 마시는 사람들을 파주시 농업기술센터 산야초 꽃차 교육 현장에서 만났다.
6주 과정으로 꽃차 소믈리에 되기
지난 5월 10일 파주시 농업기술센터 산야초 꽃차 교육의 마지막 강의가 열리던 날, 복도 가득 퍼져 나오는 구수한 향기를 따라가니 조리가공 체험실에 30여 명의 수강생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이 전기 팬에 열심히 볶고 있는 갈색의 뿌리는 바로 당귀. 한약 재료로만 알고 있던 당귀를 엷게 마시면 차가 된다니, 약과 차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수업을 이끌고 있는 이는 산야초꽃차진흥원장이며 평창꽃차연구원장인 꽃차 소믈리에 허기순씨. 허 원장은 산야초 꽃차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한국을 빛낸 사람들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다수의 방송 출연과 현장 강의를 통해 꽃차 소믈리에와 산야초 꽃차에 대해 알려왔으며 산야초꽃차진흥원과 평창꽃차연구원에서 꽃차 소믈리에들을 양성하고 있다.
산야초 꽃차 소믈리에는 산야초와 꽃을 활용해 차를 직접 만들고 연구하는 전문가를 일컫는 말이다. 이날 6주차 수업을 모두 들은 수강생들도 꽃차 소믈리에 3급 자격증을 받았다.
풀꽃이 차로 변신하는 놀라움
산야초 꽃차 수업은 6주 동안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이 강의만 충실히 들어도 응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론은 식용과 약용식물의 이해, 꽃차와 건강차, 잎차 제다 과정의 이해 등 가장 기초적인 내용부터 시작한다. 제다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제 산야초 꽃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무엇인지 생생하게 배울 수 있다.
만들어보는 차들도 다양하다. 생강나무 꽃, 매화, 목련, 팬지, 장미, 아까시 같은 꽃을 비롯해 민들레, 우엉, 당귀 뿌리 차와 쑥과 산나물 같은 잎차까지 두루 만들어 본다. 허기순 원장은 “재료마다 특성에 맞게 다듬고 썰고 정리해야 한다. 덖을 때 온도도 달라야 한다. 맛과 향이 잘 우러나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꽃차 소믈리에”라고 말했다.
사시사철 자연이 모두 차
산야초 꽃차를 배우면 우리 땅에 나는 풀과 꽃을 허투루 대하지 않게 된다. 무심코 밟고 가던 질경이에도 약성이 있으며 쑥과 냉이가 음식뿐 아니라 향긋한 한 잔의 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봄에는 다래순, 오미자순, 쑥과 찔레순 등 새순을 틔우는 모든 것이 차가 될 수 있다. 30가지 산야초를 섞으면 백초차가 된다. 여름에는 천일홍과 맨드라미, 팬지 등 만발한 꽃이 차가 되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국화, 구절초 같은 꽃을 비롯해 열매와 줄기까지 차로 만들어 마신다. 겨울에는 땅 속으로 가는 영양을 찾아 뿌리로 차를 마신다. 당귀, 우엉, 연근, 돼지감자도 좋은 차가 된다. 꽃과 풀의 묘미를 알면 사시사철 자연이 모두 차 재료다.
파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파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전통 장과 전통 술, 발효액과 식초 등 자연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강좌를 열고 있다.
교육 문의 농업진흥과 생활기술팀 031-940-4822
미니인터뷰
허기순 원장
“커피 못지않은 우리 꽃차 붐 일었으면”
“커피 시장은 날로 성장하는데 정작 우리 산과 들의 차가 알려지지 않아 아쉽습니다. 많은 이들이 커피 전문점에서 우리 꽃차를 마시는 날을 위해 꽃차를 전문화시키려고 합니다.”
송영철 이가영 부부
“DMZ의 자연과 꽃차 접목시킬래요”
“꽃차가 좋아 이번에 소믈리에 1급 자격증도 받았답니다. 적성에서 파주펜션힐을 운영하면서 DMZ 세계 평화 천연 꽃차 진흥원을 만들었어요. DMZ의 자연을 꽃차로 알리고 싶어요.
손창용씨
“귀농을 위한 안내에 꽃차 과정 접목하고파”
“심학산 인근에서 귀농귀촌 인턴학교를 준비하고 있어요. 꽃차 소믈리에 과정은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정미승·박인숙씨
“압화에 꽃차를 더하니 향기롭네요”
“압화를 하는 친구들끼리 꽃차를 배우러 왔어요. 처음에는 다도인 줄 알고 왔는데 꽃으로 차를 만드니 올 봄이 행복해요. 제대로 배워 명품차를 만들어 볼 거예요.”
박운선·홍용순씨
“야생화 공부에 꽃차 강좌가 기쁨을 더해줬어요”
“토종 꽃을 찾아다니며 씨앗을 거두어 심고 보급하는 파주야생화 회원들이 수업을 신청했어요. 직접 길러 딴 꽃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니 꽃과 함께 하는 기쁨이 배가 됩니다.”
신혜리·양현승 부부
“수제청과 식초 사업에 꽃차를 응용하고 싶어요”
“심학산 인근에 살며 설탕을 넣지 않은 수제 잼과 수제청을 만드는 부부랍니다. 천연식초에도 관심이 많은데 꽃차 만드는 과정을 잘 배워서 식초에 응용하려고 해요.”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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